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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동 이야기

토란잎의 심오한 빗방울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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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란잎의 심오한 빗방울 쇼
-세상에 우연이 있을까-



"모든 현상은 

 한시도 고정됨이 없이 변한다는 것이, 

 곧 생이고 멸하는 생멸의 법이니 

 이 생멸이 

 생멸 아님을 깨달으면, 

 고요한 열반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깨달은 자의 말씀은 간결하다. 얼마전부터 도시의 한 생태계를 눈여겨 보면서 내 삶의 좌표를 살펴보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 하는 의문은 세상의 '아이덴디티' 하나면 족하다. 은하계의 한 일부인 태양계 소속 지구별 속에서 아무리 심오해 본들 그게 무슨 소용이랴. 그것도 인간이 상상해 봤자 아무런 영향도 못 미치는 게 아닌가.


 나이 46억년의 지구별의 시간 끄트머리에서 철학과 예술과 종교 등 인간이 만들어 왔던 인류문화사는, 언제인가 사그라들며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가왔지. 모이면 흩어지고 흩어지면 다시 모이는 '하나의 법칙' 앞에서 우리는 생각 보다 훨씬 더 큰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언제인가 기회가 닿으면 그런 현상을 카메라에 담아보고 싶었다. 






토란잎의 심오한 빗방울 쇼





요즘 즐겨찾는 

한 오래된 아파트단지에 

그 장면이 

리얼하게 연출되고 있었다. 




코스모스틱한 한 장면은 토란잎이었다. 한 여름이 지날 때쯤이면 넓다란 잎을 펼치고 태양의 빛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 덩이줄기를 토실토실 하게 살찌우는 이국적인 식물. 이 식물의 고향은 동남아시아로 알려졌다. 토란은 큰 구형의 땅 속덩이줄기에 전분이 많아 주요농작물로 재배되어 푸딩이나 빵을 만들 때, 야채를 요리할 때 이용되며, 발효시킨 토란전분은 소화가 잘 되는 묽고 걸쭉한 폴리네시안 포이(Polynesian poi)를 만드는 데도 사용된단다. 





또 커다란 잎은 보통 스튜 요리에 쓰이며, 우리나라에선 덩이줄기를 토란국으로 토란대는 육개장 식재료로 널리 사용되기도 한다. 토란은 비옥하고 물이 잘 빠지는 토양에서 심은 지 7개월 후에 덩이줄기가 수확되며, 토란잎과 덩이줄기는 (느낌이)얼얼한 '옥살산칼슘'을 함유하고 있어 날것으로 먹으면 독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끓여서 독성을 제거한 뒤 먹어야 한다. 





이렇듯 널리 알려진 식품으로써 토란은 별 흥미를 유발하지 못했다. 

그러나 토란잎은 연닢과 더불어 

세상의 이치 하나를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드는 

매우 유익한 형상이었다.





諸行無常 제행무상 

是生滅法 시생멸법

生滅滅已 생멸멸이

寂滅爲樂 적멸위락





세상의 모든 현상은 

한시도 고정됨이 없이 변한다는 게

곧 생이고 멸하는 생멸의 법이므로

이 생멸이 생멸 아님을 깨달으면, 

고요한 열반의 경지에 이르는 것.   




세상 모든 존재는 

그 법칙에서 예외가 있을 수 없는 법.

모든 현상은 한시도 고정됨이 없이 변한다는 게

곧 생하고 멸하는 생멸의 법이자 

생멸은 영원한 것...


...


우리는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지구별의 중력으로 말미암아 

땅에 발을 딛고 산다.

그런다고 은하계의 별들인들 자유로울까.

138억년동안 지속된 우주의 역사 조차 질서정연하다.





지난 17일 오전 11시 40분 경,서울에 비가 오시던 날. 토란잎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주시하고 있었다. 녀석들은 토란잎 위에 떨어지자마자 흩어졌지만, 토란대 위로 다시 모여들었다. 작은 빗방울이 하나 둘 모여들면서 생겨난 재미난 모습들. 녀석들의 본래(?) 모습은 작은 입자의 물방울들. 그게 어느날 증기로 변해 안개와 구름이라는 현상을 만들었다. 그리고 찬기운을 만나 응고되면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낙하한 것. 그게 토란잎 위에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모든 현상은 

 한시도 고정됨이 없이 변한다는 것이, 

 곧 생이고 멸하는 생멸의 법이니 

 이 생멸이 

 생멸 아님을 깨달으면, 

 고요한 열반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물방울이 안개로 피어오르는 모습


아래 풍경은 '파타고니아 투어'에서 만난 매우 평범하지만 진귀한 풍경.

캠핑의 천국 북부 빠따고니아 오르노삐렌(Hornopirén) 앞 바다 갯벌에 피어오르는 안개. 

우기에서 건기로 바뀌면서 변화 무쌍한 날씨를 보이고 있다.

이런 작은 입자가 모여 토란잎 위로 토닥토닥 떨어지는 것.

인간이 하는 일과 신이 하는 일은 서로 다른 것일까.




토란잎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쇼'를 보며, 자기의 행복을 망각한 채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인의 모습을 본다. 자기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정작 '행복의 실체'를 모르는 건 아닐까. 토란잎에 떨어지는 빗방울의 사이클을 생각해 보면 세상엔 우연이 없다. 행복해지려면 행복할 수 있는 법을 배우거나 깨달아야 한다. 인간이 만들어낸 철학과 종교 내지 예술 등이 한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그건 행복을 추구하는 하나의 방편에 불과하다. 자연이 스승이다.

"토란잎은
능력 밖의 일을
결코 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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