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영상을 열어보면 맨 먼저 등장한 모습이 매미들이 우화 과정을 겪으며 남긴 유충의 껍데기들을 볼 수 있다. 녀석들은 이 과정을 거친 후 귀가 따갑도록 맴맴 거리고 울며 짝을 찾는 것. 주지하다시피 매미는 유충상태로 약 3년에서 7년동안 유충 상태로 지내는 데 미국의 어떤 매미는 17년동안 유충상태로 지낸다고 한다. 그래서 녀석의 별명은 17년매미라고 부를 정도다.
매미들의 탈의장(?)은 왕벚나무
매미들의 우화는 주로 왕벚나무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우화과정은 드물게 왕벚나무가 서식하는 도시의 숲 곁 은행나무 줄기와 소나무에서도 발견되었다. 이들 나무와 무슨 상관이 있는 지 모르겠지만 대체로 왕벚나무 줄기에서 발견되었다. 나무의 수액이 상대적으로 좀 더 달콤할까...
녀석이 매달렸던 것은 은행나무 줄기다.
인간들이 무시로 다니는 도로 곁에 조성된 아파트단지의 조경수가 탈의장이었던 것.
녀석들이 왕벚나무 줄기에
자기의 오래된 흔적을 벗어놓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어떤 녀석은 왕벚나무 줄기의
한 이파리에 오래된 과거의 흔적을
덩그러니 벗어둔 모습
매미의 우화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보지 않았지만
보면 볼수록 신기하다.
녀석들은 은행(나무)이 더 좋았나 보다.
왕벚나무에 매달린 녀석...
요 두 녀석들은 대로변 작은 소나무에 의지해 옷을 벗었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대도시의
낮과 밤을 지배한
녀석들이 몰려왔던 흔적들
녀석들은
볕이 쨍쨍 내리쬐던 어느날부터
도시를 소음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게 다년간 기다렸던
구애의 절규라는 걸 알게 될 즈음
녀석들의 삶이
그토록 애처롭게 들릴줄이야...
7년이라는...
적지않은 세월을 기다려
훌러덩 옷을 벗어놓고
맴맴맴맴 매....
그 현장이
어느날
한 도시인의 눈에 띈 것이다.
매미라고 다 우는 게 아니었다. 매미는 매미과에 속하는 곤충을 통털어 부르지만, 암컷은 발성 기관이 없어 소리를 내지 않는다. 구애를 하는 쪽은 언제나 수컷들. 수컷은 배 아래쪽 윗부분에 특수한 발성 기관을 가지고 있어 소리를 내는데, 매미의 종류별로 발성기관의 구조와 소리가 다르단다. 마치 대중가수와 성악가 같은 차이랄까.
대부분의 매미들은 빛의 세기에 따라 발성하는 종류가 많다고 알려졌다. 이를테면 일본의 저녁매미의 경우 약간 어두운 이른 아침이나 저녁이 우는 시간인데, 낮에도 어두운 경우 간혹 울 때가 있다고 한다. 또 애매미의 경우 주로 낮에 울지만 이른 아침부터나 저녁에 울기도 한다는 것.
수컷 매미가 우는 소리는
대체로 종족번식을 위하여
암컷을 불러들이는 게 목적이다.
여름 한 철 맴맴 거리는 게
다 짝짓기용이라는 것.
인간들이나 곤충들이나...
수컷들의 삶이 만만치 않다.
앞서 살펴본 바 매미들은 유충이 대략 3~17년간 땅 속에 살면서 나무 뿌리의 수액을 먹고 자라다가 지상으로 올라와 성충이 되는 녀석들이다. 매미들의 특이한 생태는 번데기 과정 없이 탈피과정을 거쳐 어른벌레가 되는 불완전변태다.
녀석들은 성충이 된후에도 나무의 줄기에서 수액을 먹는다.
서울 강남의 대모산 기슭에서 서식하는 매미들은 주로 왕벚나무 수액을 즐겼던 것일까...
매미는 무려 7년에 달하는 유충때의 수명에 비해
성충의 수명은 매우 짧아 한 달 남짓 된다는 것이다.
녀석들의 천적은 의외였다.
거미나 사마귀 혹은 말벌 등이 있다는 데
녀석들이 이들로부터 나꿔채간 모습은 본 적이 없다.
아니 도시 속에서 우화의 흔적 조차 보기 힘든 데
녀석들이 천적으로부터 목숨을 잃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녀석들이 왕벚나무 숲 속에 벗어둔 옷을 보면서
녀석들의 천적은
누가 뭐래도 '인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를 마구잡이로 개발해
생태환경을 모조리 바꾸어 놓은 건 인간들이었다.
인간들은
자기의 유익을 위한 일이라면
물불 안 가리는 생물들...
그래서
다년간의 노력 끝에 얻은 우화 과정도
도시에서는 녹록하지 않은 것.
하지만 도시의 한켠
왕벚 숲 속에서는
매미들이 업보의 윤회를 거듭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순간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에서 이렇게 말한 것.
그들은 땅과 하늘을
마음껏 누린 생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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