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냥은 어떻게 됐을까...이번에는 녀석이 살고있던 곳을 거꾸로(다른 길로) 찾아가 봤다.
반려동물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아가냥이 (사람 손을 타)유기되거나 어미로부터 구조되었을 것이며, 어미는 '아깽이' 주변에 머물 것이다. 이들은 도시의 정글에서 조차 그들만의 영역을 분명히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작이 좋았다. 녀석이 발견된 장소에 다다르자 저만치서 아파트냥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녀석의 두 눈이 휘둥그레진 걸 볼 수 있다.
아가냥 발견 장소에서 만난 아빠냥?
침입자로 여긴 것일까...녀석은 등을 돌리며 아프트단지 숲 속으로 몸을 숨겼다.
다행이었는 지...아가냥이 탈출한 아파트지하동굴 곁에는 아가냥의 절규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아가냥이 어미로부터 구출된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놓였다. 동굴 속은 조용했다. 근처를 좀 더 살펴보기로 했다.
그때였다. 조금 전 조우한 아파트냥 한 마리가 숲 속 그늘에서 그루밍을 하고 있었다.
나는 녀석이 아가냥의 아빠라 생각하고 있었다.
턱시도 차림의 아가냥 아빠.
녀석의 모습을 보니 아가냥과 쏙 빼 닮았다.
아가냥 부모를 만나다
근처를 배회하다가 다시 가 본 그 자리...
그곳에는 아가냥의 엄마아빠가 오붓한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아가냥의 부모란 확신이 드는 순간이었다.
어제 이곳에서 만난 아줌마냥(위 자료사진)은 아가냥의 엄마가 아닌게 확실해 보였다.
(왜그러세요. 누가 아가냥 엄마랬나요.)
아가냥 부모의 데이트 현장을 훔쳐보는 데 녀석들은 아무래도 수상쩍었는 지...
녀석은 카메라의 시선을 따라 움직였다.
(저 아저씨가 아가 입에 생우유를 바른...?)
한 인간의 손아귀에서 잠시 안정감(?)을 되찾았던
이틀 전의 아가냥과 아가냥 아빠가 유력해 보이는 턱시도냥...
둘 중에 확실히 닮아 보이는 것은 콧등에 박힌 까만 점이었다. ㅋ
아가냥은 좀 더 자라면 아빠냥처럼 콧등에 까만 점이 번지게 될 것 아닌가...(ㅋ 재밌군. ^^)
내 영역은 내가 지킨다
아가냥 애비는 보면 볼수록 아가냥과 쏙 빼 닮아 우려했던 눈 못뜬 아가냥의 신변은 안전해 보였다.
아가냥은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옮긴 게 확실해 보였다.
만약 아가냥이 처음 위험한 외출을 시도한 자리에서 다시 발견됐더라면 구조해 볼 참이었지만, 아가냥은 보이지 않았다. 아가냥이 살던(?) 동굴 앞에는 누군가 버린 감자에 새싹이 무성했다.
아빠냥은 내가 수상해 보였던 지 적당한 거리를 두고 나를 미행했다.
(저 아저씨. 왜 절케 얼쩡거리지?...아무래도 수상해...!)
(수상하기 뭐가 수상해!...ㅋ)
녀석의 앞에서 등을 돌리는 척 하면서 고개를 내민 곳을 다시 가 보니 녀석은 아가냥 어미와 데이트를 즐기던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아가냥 한 마리 때문에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아가냥 애비와 다시 눈이 마주쳤다.
(저 아저씨 가는 척 한거야?...츠암...)
돌아오는 길에 아가냥이 발견됐던 동굴 앞을 다시 확인해 봤다. 이틀 전 수퍼에서 구입한 생우유를 따뤄준 그릇은 흔적도 없이 비워져 있었다. 아가냥 어미가 먹은 것일까. 말끔히 핥은 빈 그릇에 개미들이 달려들었다. 울부짖던 아가냥 소리는 더 들을 수 없게 됐다.
"잘있거라 턱시도냥아!...안농~ ^^ "
녀석은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비록 아가냥을 다시 만날 수 없었지만, 길냥이(반려동물)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녀석은 안전한 장소로 이동된 게 분명해 보였다. 아가냥과 다시 안 만난 게 얼마나 다행인 지...
녀석은 한시라도 빨리 자기영역을 벗어나 주기를 바랐던 것일까.
저만치 가다가 휙~뒤돌아 보니
턱시도냥이 나의 행방을 쫓고 있었다.
'개포동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애호박의 억울한 뒷담화 (2) | 2014.07.20 |
---|---|
노천 카페서 바라본 하늘 (0) | 2014.07.18 |
눈 못뜬 아가냥의 위험한 외출 (38) | 2014.07.17 |
토란,7일간의 기록 그 후 (0) | 2014.07.17 |
도시인 유혹한 까칠한 금단의 열매 (2) | 2014.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