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4박 5일동안 쩔다
아내의 불호령을 자초한 건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물론 귀가 후에 이런 변명 늘어놓으면 불난 집에 기름 끼얹는 일 ㅜㅜ) 즘골에서 2박 3일을 하게 된 건 순전히(?) 김종길(블로거 필명 김천령) 선생의 출판기념회(북콘서트) 때문이었다. ㅋ 지난 6월 27일 진주의 신진주역에서 김종길의 '남도여행법' 북콘서트가 있었는 데 아우님이 쓴 <남도여행법>에 취해 느리게 느리게 남도를 주유했다고나 할까. 진주-지리산-여주 즘골로 이어지는 이른바 '막걸리 투어'가 매우 느리게 북상하고 있었던 것.
아침에 일어나 카메라를 들고 공방전시장 앞뜰을 둘러보며 지난 봄을 회상하는 것까지는 좋았다. 우리는 지난해 봄 산수유꽃이 흐드러지게 필 때도 촛농이 흥건해질 때까지 잔을 주고받았던 것. 그때 즘골의 아우님 내외만 생각하면 산수유 꽃망울처럼 맑고 곱게 다가오는 데 그 아름다운 친구들과 잔을 기울 수 있다는 건 참 행복한 경험이었던 것이다.
친구야 적이야?
대략 1년동안 즘골(상교리)은 많이 변해있었다. 공방전시장 앞 뜰에 블루베리가 심겨져 까맣게 익어가는 풍경은 매우 작은 변화였다. 고달사지(高達寺址)로 이어지던 길은 큰 도로가 뚫리면서 옛 모습 대부분이 사라지고 말았다. 즘골이 세상으로부터 고립되고 있었던 것인데 아침부터 공사장에서 들려오는 소음이 즘골의 적막을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즘골은 골짜기 하나만 두고 불과 1년 전의 풍경 모두를 앗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건 이날 아침 나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양반이었다.
도예가 김원주 씨 아내(장순복 화백)는 내게 넌지시 겁을 주고 있었다.
"선배님,
그렇다고 지금 들어가시면
불을 더 지르는 거그던요.
이런 거(약속 펑크내는 등 사고친 일)
여자들이 더 잘 알잖아요.
냉각기를 가지셔야 해요.
한 며칠 더 계시던지
아님 한계령에 들렀다가 메기도 먹고
화진포까지 들렀다 가세요. ㅋ"
알아서 기거나 줄행랑이 필요한 경우의 수
일행들과 산수유 나무 아래서 아침겸 점심을 나누며 장순복 화백은 은근히 놀려대고 있었다. 실제로 걱정됐다. 금년 봄부터 준비해 왔던 행사의 주체가 즘골에 눌러앉아 4박 5일동안 실종(?)되었으니 얼마나 애가 탓겠는가.
"전화 안 받을 거면
전화긴 왜 가져다녀?!..."
맞는 말이다.
전화 통화 내용을 아는 사람은
나 혼자 뿐.
단단히 뿔난 아내.
완전 쫄아든 나...ㅜ
어떡하나...
만약 이날 장 화백의 권유에 따라 설악산 오색과 화진포가 있는 고성까지 갔더라면 초죽음이 되거나 쫓겨났을 수도 있었을까.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자 조금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집으로 귀가하되 무슨 뾰족한 수가 필요했다. 여주 고속버스터미널까지 배웅해 준 일행을 뒤로 하고 1시간만에 당도한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기막힌 묘수 하나를 생각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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