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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동 이야기

주홍날개꽃매미의 화려한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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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개포동 이야기
-주홍날개꽃매미의 화려한 외출-



"녀석의 

 정체는 

 무엇일까?..."


7월의 어느날, 도시의 한켠에서 벌레 한 마리가 장의자 위에 펼쳐놓은 신문지 위를 기어간다. 잠시 그늘 아래 앉아 쉬고 있던 때였다. 녀석은 운이 좋았다. 예전 같았으면 손바닥 위에서 잠시 노리개로 변했다가 밟힘을 당했을 지도 모른다. 벌레들의 운명은 주로 그랬다. 어쩌다가 장수풍뎅이 같은 곤충을 잡거나 매미를 잡아 키워도 녀석들은 한 철이 지나면 다 죽거나 죽임을 당했다. 오래 전의 일이다. 그땐 너무 철이없었던 지,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 없었던 지, 생명을 가진 미물들은 아무렇게나 다루어 지던 때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세상을 살아가면 갈수록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 점점 더 깊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내는 달랐다. 아줌마는 달랐다. 여자는 달랐다. 작은 벌레 한 마리 존재를 발견하는 즉시 화들짝 놀라던 그녀는 어느새 폭군(?)이 되어 자기 근처에 서성거리는 벌레는 종류 불문하고 처형당하는 것. 파리와 모기가 파리채에 순식간에 폭사당하는 건 기본. 어느날 큼직한 바퀴벌레를 손바닥으로 퍽!~때려잡는 걸 보면서 몸서리쳐졌다. 입장이 뒤바뀐 것이다. 





만물이 번성하는 7월 어느날, 그늘 아래에 엉덩이를 붙여놓는 순간부터 눈여겨 본 벌레 한 마리를 유심히 살펴보면서 녀석의 정체가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귀가해 자료를 뒤적여 보니 녀석의 정체는 '주홍날개꽃매미'였다. 검은색 바탕에 흰 점과 빨간색이 절묘하게 잘 어우러진 벌레의 겉모습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녀석은 한 때 우리의 생태환경을 어지럽힌 주범으로 낙인찍혀 몰살당하다시피 한 중국산 매미였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중국산 물건 '천지빼까리'인 데 곤충 마저 중국산이 넘쳐나는 것일까. 



 


사찰에서 수행정진을 하는 스님들은 년 중 두 차례 동안거와 하안거를 통해 생명을 귀히 여겼다. 만물이 창궐하는 시기에 유행을 나서면 발 아래 풀과 곡식과 작은 생명을 함부로 짓밟게 된다는 것. 장의자 엉덩이 곁에서 외출에 나선 주홍날개꽃매미는 비록 중국산이라 할지라도 이 땅에 함께 사는 생명이었다. 우리의 필요에 따라 미물들이 함부로 죽임을 당할 때 우리의 생명까지 얕잡아 보는 생명경시 사상이 넘쳐나지 않을까. 세월호 참사 신드롬이 여전히 식지않는 배경에는 우리가 하찮게 여긴 미물의 생명이 한 몫 거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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