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가 피해자인가
-GS칼텍스 '우리도 피해자' 항변 복기해 보니-
갑오년 새해,누가 청마의 날개에 기름을 끼얹은 것일까...
여수 기름유출사고는 정말 뜻 밖의 일이었다. 설 연휴기간에 벌어진 정말 어처구니 없는 사고였다. 이 사고로 우리나라의 한려수도 남해 일부분은 유출된 기름으로 얼룩졌고 국민들은 태안 앞 바다에서 일어났던 삼성-허베이 스프리트 원유 유출사고의 악몽을 떠올렸다. 자칫 이 사고는 돌이킬 수 없는 환경재앙으로 기록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고 직후 언론과 SNS에서는 이 사고를 크게 다루었다. 어쩌면 태안의 악몽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사고 이후 여러 날을 경과하는동안 사고의 경위와 원인과 문제점 등이 하나 둘씩 소상하게 밝혀지면서, 언론이 왜 이 사건에 주목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 그중 눈에 띄게 도드라지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어서 여수 기름유출 사고를 복기해 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1.여수 기름유출 사고 경위
주지하다시피 여수 기름유출 사고는 지난 31일 전라남도 여수시 낙포동 낙포각 원유 2부두에서 설 연휴 중에 발생했다. 사고를 낸 선박은 싱가포르 국적의 16만톤 급 유조선 우이산號(싱가포르 국적의 유조선에는 원유 27만8584톤이 적재돼 있었으며, 한국인 선장 3명을 포함해 25명이 승선한 상태)가 부두에 접안하던 중 육상에 설치된 송유관과 충돌해 발생한 사고다. 이 사고로 원유부두 시설인 원유 이송관 등 3개의 송유관이 파손되며 원유, 나프타, 유성혼합물 등이 여수앞바다로 유출된 것이라고 여수해경이 사고 경위를 밝혔다. 그렇다면 사고원인은 어떻게 된 것일까.
2.여수 기름유출 사고 주요 원인-1
여수 해경은 사고 원인에 대해서 '사고 유조선이 안전속도를 지키지 않아서'라고 발표했다. 우이산호가 부두에 접안하면서 정지 가능한 안전속도보다 2배 가량 빠른 7노트로 과속을 하며 충돌하게 된 것이라는 게 여수해경의 설명이다. 이날 사고원인 발표에 나선 여수해경 김상배 서장은 사고 선박 관계자와 도선사, 그리고 관련업체인 GS칼텍스 등 책임자의 과실에 대해 관계법령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한 적 있다. 겉으로 드러난 사고원인을 살펴보면 사고 유조선을 도선한 도선사(여수항 도선사지회 소속 23년 경력의 베테랑 도선사 김모씨(64) 등 2명)의 책임이 크게 보인다.
K티비에서는 이런 점을 부각해 방송하기도 했다.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도선사가 사고책임을 져야할 것 같은 분위기다. 그러나 이 사고를 전하는 언론과 SNS 등지에서는 GS칼텍스의 책임을 크게 부각시키고 있었다. 우이산호가 충돌을 일으켜 사고를 냈는 데 왜 GS칼텍스의 책임이란 걸까. 이에 대해 GS칼텍스는 금번 사고의 책임소재를 놓고 펄쩍 뛰었다. 기름유출고에 'GS칼텍스는 피해자'라는 주장이었다. GS칼텍스의 항변은 S방송사를 통해 전파됐다.
"사고 뒤 즉각 대처 후 신고를 했는데, 늑장대응했다는 여론이 불거진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사고 주범이 아니다"
GS칼텍스의 항변을 참고하면 정말 억울하겠다. 사고 뒤 즉각 대처 후 신고를 했는데, 늑장대응했다는 여론이 얼마나 야속하겠는가. 그렇다면 언론이 마녀사냥질에 열중했던 것일까. GS칼텍스의 항변만 놓고 보면 마치 자동차 추돌사고 직후 가해차량의 운전자가 목덜미를 움켜쥐고 '무슨 운전을 그 따위로 하느냐'는 듯한 표정이다.
그래서 시시비비를 확실히 해 두어야 하기 때문에, 요즘은 차량에 네비게이션 외 CCTV를 달고 다니는 차량이 부쩍 늘어났다. 사고 직후 사고원인 등을 쉽게 가려내기 위한 조치이자, 막무가내로 책임을 떠 넘기는 고약한 운전자들의 횡포 때문이다. 그렇다면 GS칼텍스의 항변은 옳은 것일까. 사고 직후 조치를 취한 경위를 살펴보면 GS칼텍스의 항변의 옳고 그름이 쉽게 판단된다. 사고 현장을 잘 살펴보자.
우이산호가 송유관과 충돌한 것은 설연휴기간 중인 지난달 31일 오전 9시 35분 경이었다. 이 사고가 해경 상황실에 (사고 사실이)통보된 것은 30분이 지난 10시 5분 경이었다. 사고 신고는 여수도선사지회의 신고를 받은 여수항만청 연안해상교통관제소 측이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1시간여의 시간이 경과하도록 해경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GS칼텍스 측은 해경의 해양오염방제과와 연락이 닿지 않아 해당 부서장에게 직접 전화를 하여 사고 사실을 통보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한 날은 설 연휴 기간이었다.또 (기름유출과 같은)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바로 신고해야 하는 곳은 해양오염방제과가 아니라 해경 상황실이다. GS칼텍스가 기본적인 후속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이든 '꼬랑지'까지 다 살펴봐야 실체를 알 수 있는 법일까.
GS칼텍스는 "9시 35분에 사고가 났는데, 유조선 충돌로 인해 전력공급이 중단돼 자동밸브가 정지되면서 부득이 수동으로 밸브를 차단했다"며 "초기 대응을 위해 사고 발생 후 30여분 지연된 시점인 10시 13분에 접수를 했는데, 이는 기름 유출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해명하며 책임을 도선사에게 떠 넘겼다. 이랬다.
"이번 사고는 정상 항로를 이탈하고 해상 구조물을 파손한 선박회사, 배를 제대로 유도하지 못한 도선사에 있다. 이는 해경에서도 확인한 대목이다. GS칼텍스도 시설물 파손 등 피해를 입은 당사자이다."
그럴 듯 했다. 그러나 곧바로 불거지기 시작한 사고원인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GS칼텍스의 해명이 책임을 떠넘기기였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 GS칼텍스는 사고 발생 1시간 여전에 사고 선박과 비슷한 규모의 유조선이 원유 이송작업을 마친 후, 송유관 밸브를 잠그고 속을 비우는 '블로잉'작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송유관 속에 남아있던 기름이 다량 항만으로 유출된 것이다.
사고 직후 초기 발표에 의하면 기름 유출량은 4드럼 정도인 800리터라는 내용이 보도됐고, 해경 측은 파손 송유관을 볼 때 1만리터 정도로 추정된다며 서로 다른 견해를 나타낸 바 있었다. 해경의 1만리터라는 발표도 GS칼텍스 측의 자료 등을 근거로 추정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3일 발표된 기름 유출량은 무려 16만리터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발표 보다 무려 200배 이상의 기름이 바다로 유출된 것이다. GS칼텍스는 과실을 숨기기 위해 초기 유출량에 대해 축소 보고를 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모습이다. 따라서 GS칼텍스의 항변이 무색해지고 있는 것. 그렇다면 송유시설과 충돌을 일으킨 유조선의 도선사는 책임이 없는 것일까.
여수 기름유출 사고를 낸 선박은 싱가포르 국적의 16만톤 급 유조선 '우이산호(號)'다. 아이산호는 부두에 접안하던 중 육상에 설치된 송유관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원유부두 시설인 원유 이송관 등 3개의 송유관이 파손되며 원유, 나프타, 유성혼합물 등이 여수앞바다로 유출된 것. 당시 아이산호를 도선한 건 국제법 등에 따라 우리 도선사가 항만으로 도선했다. 도선 당시의 모습을 여러차례 방송한 언론 등지에서는 우이산호가 부두에 접안하면서 '정지 가능한 안전속도보다 2배 가량 빠른 7노트로 과속을 하며 충돌하게 된 것'이라며 해경의 설명을 과장해 보도했다.
아마도 선박에 대한 상식이 부족한 적지않은 분들은 이 보도를 그대로 맹신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선박을 자동차처럼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박과 자동차의 메카니즘의 차이를 알게 되면 단박에 고개를 끄덕일 것. 선박과 자동차가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브레이크의 유무'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자동차의 속도를 줄이는 게 브레이크 장치라면, 선박은 크기와 상관없이 브레이크가 없다는 것. 그렇다면 선박은 어떻게 멈추게 될까. 매우 간단한(?) 장치가 선박에 갖추어져 있다. 선박이 전진 중일 때 프로펠러를 '후진 모드'로 바꾸거나(가변피치), 엔진을 순식간에 역회전하여 후진으로 작동하게 되면 급정지 되는 브레이크 기능을 할 수 있는 것. 자동차와 선박의 메카니즘 일부만 비교해 봐도 사고 당시의 모습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해경의 설명을 증폭시킨 언론 보도는 '안전속도 보다 두 배 빠른 7노트'라고 말하고 있다. 함정은 여기에 있다. 항만 도선시 안전속도가 3.5노트 이하라는 말이다. 또 7노트의 속도감은 어느정도 될까. 1노트(1kts)는 1.8Km(1해리=1천8백52m)로 계산된다. 1노트란 1시간동안 1NM(Nautical Mile)을 항해한 속력을 말한다. 육상에서 자동차의 개념으로 치면 1시간동안 약 1.8Km를 이동한 속력이다.
안전속도 보다 두 배 빠른 7노트라고 보도한 내용을 1시간동안 약 1.8Km를 이동한 속력에 대비하면 어떤 느낌이 드시는가. 자동차가 주차장에서 배회하는 정도의 속도로 볼 수 있다. 이런 장면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선박의 움직임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이다. 더군다나 상대는 16만톤급이나 되는 거대한 유조선이다. 필자는 사고를 낸 유조선의 도선사를 두둔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사고원인을 좀 더 자세히 알고자 할 뿐이다.
그렇다면 도선사의 책임은 없다는 말인가. 아니다. 여수 기름유출 사고가 방제작업이 끝난 후 일단락 되면, 책임소재를 놓고 의견이 분분해 지거나 소송사건으로 비화되며 책임을 상쇄시키고자 할 움직임이 다분해 보인다. 이때 사고 유조선을 도선한 도선사의 입장을 생각해 보면 책임소재가 보다 명확해지지 않을까. 도선사는 선박의 항해에 대해서 자동차의 모범운전사가 가지는 명예와 사회적 지휘는 비교 조차 힘든 월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 한 해 연봉이 1억원이 넘는 만큼 도선사의 자격을 매우 까다롭다.
도선사의 자격요건을 살펴보면 먼저 6000톤 이상 되는 선박을 '5년 이상 선장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또 관련 법규와 운용술은 물론 항로표지 등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아울러 영어시험을 통과한 뒤에 6개월 동안의 실무수습 생활을 마쳐야 되며, 마지막으로 해양수산부가 주관하는 도선사 시험에 합격해 도선사 면허증을 따야 되는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한 사람이 도선사이다. 바다의 파일럿이라 불리우는 도선사를 한마디로 말하면 '선박 운항에 관해선 도사'라는 말. 그 도사가 선박을 정지 시키지 못한 이유는 뭘까...
필자도 이게 궁금했다. 따라서 가설을 설정해 보니 도선 실패(추돌) 이유가 엿보인다. 도선사가 선교에서 도선을 할 때 항해사에게 사용하는 용어는 영어다. 대체로 그 용어들은 전진(Ahead) 혹은 천천히(slow ahead) 혹은 매우 느리게(Dead slow ahead)와 후진(Astern) 등으로 이어진다. 또 선박의 진행 방향에 따라 조타 각을 우현(starboard ),좌현(port) 혹은 중립(midship) 등으로 명령한다. 자동차와 달리 용어가 생소하지만 자동차 운전 요령과 크게 차이가 없다. 다만, 핸들을 직접 잡지않는다는 차이랄까.
선박의 항해나 도선시에는 선장이나 도선사가 직접 조타를 하거나 엔진의 속도를 가감하는 일은 흔치않다. 선장이나 도선사는 협수로나 항만에서 오랜 운항 경험을 토대로 육안으로 현장을 파악한 후 항해사에게 명령을 하게 되는 것. 특히 선박의 입출항시 선교는 매우 분주해 먼 바다로 빠져나갈 때까지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할 정도이다. 그렇다면 도선 실패로 이어진 충돌사고는 어떻게 일어난 것일까.
앞서 살펴본대로 도선의 과정은 도선사의 명령-항해사의 임무수행-(기관실)엔진작동 타이밍 등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예컨데 도선사가 후진(Astern)을 명령하고 항해사가 (엔진의)프로펠러의 모드를 후진으로 기관실에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처 엔진이 후진모드로 작동하지 못했을 개연성이 커 보인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천안함(군함)의 경우 가변피치(피치를 마음대로 조종함) 프로펠러는 채택하고 있지만, 대형선박에서는 스쿠루형(型) 일체형 프로펠러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선박이 후진을 하기 위해선(브레이크), 엔진에서 전달되는 동력을 일시 차단하고(클러치 오프), 후진모드로 바꾼 후 다시 시동을 걸어야 하는 절차가 기다리고 있는 것. 이 과정이 유기적으로 재빠르게 이루어지지 못했다면 도선사의 예측은 실패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경우의 수에서 도선사에게 책임 전부를 전가한다는 건 무리가 아닐까.
사고 직후 초기 발표에 의하면 기름 유출량은 4드럼 정도인 800리터라는 내용이 보도됐고, 해경 측은 파손 송유관을 볼 때 1만리터 정도로 추정된다며 서로 다른 견해를 나타낸 바 있었다. 해경의 1만리터라는 발표도 GS칼텍스 측의 자료 등을 근거로 추정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3일 발표된 기름 유출량은 무려 16만리터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발표 보다 무려 200배 이상의 기름이 바다로 유출된 것이다. GS칼텍스는 과실을 숨기기 위해 초기 유출량에 대해 축소 보고를 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모습이다. 따라서 GS칼텍스의 항변이 무색해지고 있는 것. 그렇다면 송유시설과 충돌을 일으킨 유조선의 도선사는 책임이 없는 것일까.
3.여수 기름유출 사고 주요 원인-2
여수 기름유출 사고를 낸 선박은 싱가포르 국적의 16만톤 급 유조선 '우이산호(號)'다. 아이산호는 부두에 접안하던 중 육상에 설치된 송유관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원유부두 시설인 원유 이송관 등 3개의 송유관이 파손되며 원유, 나프타, 유성혼합물 등이 여수앞바다로 유출된 것. 당시 아이산호를 도선한 건 국제법 등에 따라 우리 도선사가 항만으로 도선했다. 도선 당시의 모습을 여러차례 방송한 언론 등지에서는 우이산호가 부두에 접안하면서 '정지 가능한 안전속도보다 2배 가량 빠른 7노트로 과속을 하며 충돌하게 된 것'이라며 해경의 설명을 과장해 보도했다.
아마도 선박에 대한 상식이 부족한 적지않은 분들은 이 보도를 그대로 맹신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선박을 자동차처럼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박과 자동차의 메카니즘의 차이를 알게 되면 단박에 고개를 끄덕일 것. 선박과 자동차가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브레이크의 유무'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자동차의 속도를 줄이는 게 브레이크 장치라면, 선박은 크기와 상관없이 브레이크가 없다는 것. 그렇다면 선박은 어떻게 멈추게 될까. 매우 간단한(?) 장치가 선박에 갖추어져 있다. 선박이 전진 중일 때 프로펠러를 '후진 모드'로 바꾸거나(가변피치), 엔진을 순식간에 역회전하여 후진으로 작동하게 되면 급정지 되는 브레이크 기능을 할 수 있는 것. 자동차와 선박의 메카니즘 일부만 비교해 봐도 사고 당시의 모습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해경의 설명을 증폭시킨 언론 보도는 '안전속도 보다 두 배 빠른 7노트'라고 말하고 있다. 함정은 여기에 있다. 항만 도선시 안전속도가 3.5노트 이하라는 말이다. 또 7노트의 속도감은 어느정도 될까. 1노트(1kts)는 1.8Km(1해리=1천8백52m)로 계산된다. 1노트란 1시간동안 1NM(Nautical Mile)을 항해한 속력을 말한다. 육상에서 자동차의 개념으로 치면 1시간동안 약 1.8Km를 이동한 속력이다.
안전속도 보다 두 배 빠른 7노트라고 보도한 내용을 1시간동안 약 1.8Km를 이동한 속력에 대비하면 어떤 느낌이 드시는가. 자동차가 주차장에서 배회하는 정도의 속도로 볼 수 있다. 이런 장면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선박의 움직임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이다. 더군다나 상대는 16만톤급이나 되는 거대한 유조선이다. 필자는 사고를 낸 유조선의 도선사를 두둔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사고원인을 좀 더 자세히 알고자 할 뿐이다.
그렇다면 도선사의 책임은 없다는 말인가. 아니다. 여수 기름유출 사고가 방제작업이 끝난 후 일단락 되면, 책임소재를 놓고 의견이 분분해 지거나 소송사건으로 비화되며 책임을 상쇄시키고자 할 움직임이 다분해 보인다. 이때 사고 유조선을 도선한 도선사의 입장을 생각해 보면 책임소재가 보다 명확해지지 않을까. 도선사는 선박의 항해에 대해서 자동차의 모범운전사가 가지는 명예와 사회적 지휘는 비교 조차 힘든 월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 한 해 연봉이 1억원이 넘는 만큼 도선사의 자격을 매우 까다롭다.
도선사의 자격요건을 살펴보면 먼저 6000톤 이상 되는 선박을 '5년 이상 선장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또 관련 법규와 운용술은 물론 항로표지 등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아울러 영어시험을 통과한 뒤에 6개월 동안의 실무수습 생활을 마쳐야 되며, 마지막으로 해양수산부가 주관하는 도선사 시험에 합격해 도선사 면허증을 따야 되는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한 사람이 도선사이다. 바다의 파일럿이라 불리우는 도선사를 한마디로 말하면 '선박 운항에 관해선 도사'라는 말. 그 도사가 선박을 정지 시키지 못한 이유는 뭘까...
필자도 이게 궁금했다. 따라서 가설을 설정해 보니 도선 실패(추돌) 이유가 엿보인다. 도선사가 선교에서 도선을 할 때 항해사에게 사용하는 용어는 영어다. 대체로 그 용어들은 전진(Ahead) 혹은 천천히(slow ahead) 혹은 매우 느리게(Dead slow ahead)와 후진(Astern) 등으로 이어진다. 또 선박의 진행 방향에 따라 조타 각을 우현(starboard ),좌현(port) 혹은 중립(midship) 등으로 명령한다. 자동차와 달리 용어가 생소하지만 자동차 운전 요령과 크게 차이가 없다. 다만, 핸들을 직접 잡지않는다는 차이랄까.
선박의 항해나 도선시에는 선장이나 도선사가 직접 조타를 하거나 엔진의 속도를 가감하는 일은 흔치않다. 선장이나 도선사는 협수로나 항만에서 오랜 운항 경험을 토대로 육안으로 현장을 파악한 후 항해사에게 명령을 하게 되는 것. 특히 선박의 입출항시 선교는 매우 분주해 먼 바다로 빠져나갈 때까지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할 정도이다. 그렇다면 도선 실패로 이어진 충돌사고는 어떻게 일어난 것일까.
앞서 살펴본대로 도선의 과정은 도선사의 명령-항해사의 임무수행-(기관실)엔진작동 타이밍 등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예컨데 도선사가 후진(Astern)을 명령하고 항해사가 (엔진의)프로펠러의 모드를 후진으로 기관실에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처 엔진이 후진모드로 작동하지 못했을 개연성이 커 보인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천안함(군함)의 경우 가변피치(피치를 마음대로 조종함) 프로펠러는 채택하고 있지만, 대형선박에서는 스쿠루형(型) 일체형 프로펠러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선박이 후진을 하기 위해선(브레이크), 엔진에서 전달되는 동력을 일시 차단하고(클러치 오프), 후진모드로 바꾼 후 다시 시동을 걸어야 하는 절차가 기다리고 있는 것. 이 과정이 유기적으로 재빠르게 이루어지지 못했다면 도선사의 예측은 실패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경우의 수에서 도선사에게 책임 전부를 전가한다는 건 무리가 아닐까.
3.여수 기름유출 사고의 가해자와 피해자
여수 기름유츨 사고의 원인 등을 살펴보는동안 몇가지 문제점이 발견됐다. 가장 도드라진 문제점이 책임소재를 가리는 것. 한려수도를 오염시킨 방제작업은 더딘 가운데 사고초기부터 불거진 게 가해자외 피해자를 나눌 사고책임 공방이었다. 이 문제에 대해 맨 먼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던 사람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었다. 그녀는 사고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사고의 원인이나 피해 규모 조차 제대러 파악하지 못하거나 안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 그녀가 진단한 사고현장의 1차적 책임은 도선사를 고용한 선주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피해 보상과 관련해서는 관련 원유사인 GS칼텍스가 1차 보상을 하고 선사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 한편 오늘(5일) 윤진숙은 당정협의회에서여수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 "실제로 1차 피해자는 GS칼텍스고, 2차 피해자가 어민"이라고 밝혀 다시 파문을 일으키고 있었다. 윤진숙의 근시안적 사고방식이 다시 여론의 도마에 오를 자격이 충분했다.
윤진숙의 사고방식 속에는 GS칼텍스의 과실은 아예 사라지고 없었다. 또 그녀의 사고방식 속에는 나라나 국토에 대한 개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남해의 여수 앞 바다는 여수시민들이 1차적으로 누리고 있는 삶의 터전이지만,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공유하는 국토의 일부분이다. 따라서 대한민국 시민 전부가 피해자가 되는 셈이다. 또 여수에 본거지를 두고 성장한 GS칼텍스는 우리 국민이 공유하고 있는 바다를 통해 부를 축적해 온 정유재벌아니던가.
앞서 살펴본대로 사고원인을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누어 보면 사고원인을 제공한 곳은 도선사에게 있다. 그렇다고 해서 도선사를 고용(?)한 선주가 가장 큰 책임이라고 말 할 수 없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책임이 부과된다면 도선사라는 직업이 따로 있을 리 없고, 해외선사들은 항로의 특성을 무시하고 자기들이 알아서 입항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 게 국제법으로 적용되면 세계의 항구에선 날이면 날마다 환경재앙 소식이 들려올지도 모른다.
언급한 바 도선사라는 직업이 입으로 함부로 나불거릴 만큼 그렇게 만만치 않다. 또 사고원인 등에 대해서 해양수산부 장관이 월권하여 사고 책임을 미리 떠벌떠벌대는 것도 볼썽 사나운 모습이다. 그래서 그런지 모처럼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윤진숙을 질타하고 나선 건 6.4지방선거를 앞두고 미칠 파장을 염두에 둔 것일 거라는 판단도 든다. 6.4지방선거에 오염된 기름을 끼얹은 듯한 분위기. 사정이 그러하다 해도 윤진숙은 질타를 받아 마땅했다. 윤진숙은 사고 현장에서 이렇게 말해야 옳았다.
"국민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드립니다. 설 연휴기간에 여수 앞 바다 한려수도가 오염시키는 큰 일이 발생했습니다. 사고 원인 등을 살펴보니 도선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로 GS칼텍스의 늑장 대처와 축소 보고가 사고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매우 송구스럽습니다. 먼저 우리 국토 해안방제에 최선을 다 할 것이며, 이후 책임 소재 등을 분명히 가려 피해보상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습니다."
* 포스트에 자료사진으로 사용한 사진은 도선사의 안내로 칠레의 뿌에르또 몬뜨 항구로 입항하는 과정을 담은 여행사진이다. 만조 때 입항 한 이 선박은 태그보트와 함께 협수로를 통과하는 미션(?)을 수행중이었는 데 두 개의 등주 사이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항구로 입항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윤진숙은 자기의 발언 등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자 TV에 출연하여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해명을 늘어놓는 한편, 사고를 축소 보고 하거나 생략하는 등의 조치로, GS칼텍스에게 노골적으로 면죄부를 주기 위한 발언을 마다하지 않고 있었다. 그 기간동안 기름띠는 점점 더 크게 번져갔고 오염의 규모가 GS칼텍스가 보고한 기름 유출량은 최초의 유출량에 200배에 달할 정도로 '제2의 태안 앞 바다 오염사태'를 연상케 했다.
사고의 책임은 관련 선사와 도선사 그리고 정유사 등으로 복합적으로 얽혀있었다. 그러나 국토를 빠르게 오염시키는 데 해양수산부 장관이 한 몫 거든 것이다. 금번 기름유출 사고에서 피해를 키운 데 일조한 사람이 윤진숙이라는 것. 따지고 보면 여수 기름유출 사고에서 윤진숙이 책임질 일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기름유출이 북한의 잠수정에 의한 폭침도 아니었다. 설령 폭침이라 할지라도 대통령 조차 책임을 지지않는 정치풍토 속에서, 윤진숙이 사고 현장을 방문해 차분하게 '죄송하다'는 한마디로 대응하면 그만이었다. 윤진숙이 사고를 낸 당사자가 아니잖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진숙이 여론의 도마에 오른 건 GS칼텍스를 두둔한 게 가장 도드라진다. 여수 앞 바다에 기름을 유출시킨 가해자를 두둔하고 피해를 확산 시킨 책임이 정부라는 말이다. 여보세요. 윤진숙 씨...어떻게 기름유출 1차 피해자가 정유재벌이 먼저입니까. 당신 눈에 피해 어민과 이를 안타까워 하는 국민들은 그저 보잘 것 없는 '한 표'로 밖에 안 보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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