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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Puelo

따구아 따구아 호수에 핀 천국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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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과 따과 호수에 핀 천국의 꽃
-현지인이 극찬한 '따구아 따구아' 호수-




"무엇이라도 꿈을 꿀 수 있다면 그것을 실행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If you can dream it, you can do it-월트 디즈니
 
 


참 신기한 경험이자 행복했던 추억이다. 갑오년 새해 첫 날부터 끼적거리기 시작한 빠따고니아 여행기는 자료를 정리하면서 새로운 여행을 떠나게 만드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든다. 외장하드 속의 사진 한 장을 꺼낼 때마다 당시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 나는 것이다. 현지의 바람이나 안개는 물론 몸으로 느꼈던 찬기운과 따뜻한 볕까지 다 느껴지는 것이다. 


 

여행노트 이곳은 칠레의 북부 빠따고니아 쟝끼우에(Llanquihue)주(州) 로스 라고스(los lagos) 지역의 뿌엘로(Puelo)에 위치한 따과 따과 호수(lago Tagua Tagua) 전경이다. 뿌에르또 몬뜨에서 대략 150km 떨어진 지역이며 뿌엘로 골짜기에 위치한 아름다운 호수인데 이름이 독특하다. 따구아 따구아...따과 따과...오래전 이 땅에 살던 인디오들이 왜 이런 이름을 붙였는지 알 수가 없다.

하늘을 뒤덮은 먹구름과 간간히 흩날리는 빗방울 때문에 호수의 물빛은 검게 변했다. 그러나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만난 따과 따과 호수의 에메랄드 빛을 보면 우주가 통째로 떨어진 듯한 느낌을 받는 너무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같은 느낌은 이 땅에 살아왔던 인디오들도 같았을지도 모르겠다. 대자연 속에서 느끼는 인간들의 영감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은 생각들. 그같은 생각은 이 호수 곁에 잠시 머무는동안 알 수 없는 이끌림으로 다시 변하고 있었다.

호수 곁에서 자라고 있었던 '천국의 꽃' 아라야네스(
Arrayanne,miytle) 때문이었다. 포스트에 등장한 맨 처음 그림이 아라야네스 나무다. 이 나무는 디즈니랜드 창시자 월트디즈니가, 이곳 뿌엘로에서 가까운 안데스 너머 나우엘 우아피 호수(lago Nahuel Huapi)의 아라야네스 숲에서 <밤비의 숲>에 대한 영감을 얻은 나무이기도 하다. 그 숲은 비록 따과 따과 호수에서 자라는 아라야네스와 달리 수 백년 이상의 거대한 고목으로 성장해 숲을 이루고 있지만, 노랗고 구불구불하게 생긴 나무 표면과 줄기를 보면 보통의 나무들 생김새와 너무 다른 모습이다.

필자가 만난 아라야네스는 주로 
북부 빠따고니아 쟝끼우에주(州) 로스 라고스 지역에 많이 분포하고 있었는 데, 이 나무들은 낮과 밤의 온도차가 큰 안데스에서 멀어지면 질수록 생육 상태가 부실했다. 생태환경이 따뜻한 지역에 번성한 천국의 꽃은 풍성하고 아름답되 나무 줄기와 가지가 넘 빈약해 그냥 화초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만약 월트디즈니가 바릴로체의 나우엘 우아피에서 그런 평범한 숲과 마주쳤다면, 오늘날 디즈니랜드의 명작은 탄생할 수 없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월트 디즈니는 "무엇이라도 꿈을 꿀 수 있다면 그것을 실행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여행자는 어떤 꿈을 꾸고 있었을까.
 

현지인이 극찬한 '따구아 따구아' 호수로 가는 길

 



우리가 오르노삐렌을 떠나 뿌엘로에 머무는동안, 연로하신 숙소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너무 친절하게 대해 주셨다. 그분들에게 우리는 그냥 지구반대편의 한국에서 온 여행자 이상의 극진한 대접을 해 준 것이다. 팔순의 나이에도 가족들과 손님들을 위한 빵과 케잌을 직접 만들고 요리까지 하시는 체력은 대단했다. 할머니는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무슨 일이든 찾아내 열심히 일을 하셨는 데 나는 여태껏 살아오면서 이렇게 억척같이 일하시는 노인을 본 적이 없을 정도다. 두 분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는 데 이 마을의 터줏대감이기도 했다. 그런 분들이 어느날 우리에게 한가지 제안을 했다.

"혹시..따구아 따구아 호수에 가 보셨는 지..."


 



우리는 뿌엘로를 잠시 들러 뿌엘로 강(Rio Puelo) 하류만 보고 (남부 빠따고니아로)되돌아 갈 요량이었으므로, 아르헨티나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뿌엘로 골짜기로 가 볼 생각은 아예 하지않고 있었다. 그래서 두 분의 제안에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곳의 풍광과 교통편 등을 물어보게 됐다. 그리고 이튼날 굳은 날씨에 숙소 앞 버스정류장에서 따구아 따구아 호수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게 된 것이다. 두 분이 너무 좋다고 제안한 그 호수로 투어에 나선 것이다. 큰 짐은 숙소에 맡겨두고 서브배낭에 도시락만 챙겨 무작정 떠난 것이다.
 





그리고 한 시간도 채 안 걸려 우리는 따구아 따구아 호수까지 도착했다. 




그리고 겉보기엔 평범해 보이는 따구아 따구아 호수(버스 앞 좌석에서 촬영된 사진들. 흔들렸다.)




그렇지만 호수 곁으로 돌아서 선착장에 다다르자 분위기는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리를 호수 저 편으로 태우고 갈 훼리호 너머로 보이는 풍광이 예사롭지 않았다.




무슨 태고적 전설이 호수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을 듯한 풍광. 호수 양쪽으로 깍아지른 바위산이 묘한 실루엣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아직은 훼리호가 출항할 시간이 멀었다.




빗방울이 후두득 거리는 선착장 주변 그런데 낮익은 숲이 보인다.




선착장 옆의 바위산을 올려다 보니 도랑이 수직으로 흐르고 있었다.




선착장에서 그냥 비를 맞고 서 있느니 주변을 둘러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아내를 선착장에 혼자 남겨두고 주변을 둘러보는 데 속으로 묘한 희열을 느끼기 시작했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착장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선착장 곁에는 월트디즈니에게 영감을 준 아라야네스 나무가 숲을 이룬 채 카메라를 유혹하고 있었던 것이다.
 

따구아 따구아 호수에서 자라는 천국의 꽃


 



















































밤비의 숲 줄거리


"밤비가 걷게 되자 썸퍼는 밤비에게 숲속생활의 요모조모를 가르쳐 주고,  수줍은 스컹크 플라워와도 만나 절친한 친구사이가 된다.  그러던 어느날, 밤비는 숲에서 아기사슴 플린을 만났었다. 플린은 아주 예쁜 여자사슴이었지만 밤비는 부끄러워서 그만 엄마 뒤로 숨어버린다. 하지만 곧 친구가 된 밤비와 플린은 함께 초원을 뛰어다니며 논다. 그때 아름다운 뿔이 달린 커다란 숫사슴이 나타나 밤비를 보며 다정하게 웃어준다. 바로 밤비의 아버지. 그후 아버지는 길을 잃은 밤비를 구해주시기도 한다.  

 

 

 

숲에 겨울이 찾아온다. 숲속 친구들에게 춥고 음식도 찾기 힘든 겨울은 견디기에 매우 힘든 시절,  게다가 잔인한 인간들이 나타나 밤비의 엄마를 죽인다.  아버지는 밤비에게 이제 더 이상 엄마를 볼 수 없다고 한다. 다시 봄이 되고, 봄에 숲에 사는 모든 동물들은 사랑에 빠진다. 올빼미 아저씨가 경고했지만 플라워도, 썸퍼도 그리고 밤비도 사랑에 빠졌든다. 아름다운 숙녀로 성장한 플린과 함께 


 



그러나 어디선가 밤비보다 덩치가 큰 사슴 론노가 나타나 플린을 빼앗으려 하자, 밤비는 용감하게 싸워 이긴다. 가을이 되자 인간들이 숲에 캠프 파이어를 놓고 사냥개를 푼다. 밤비는 이제 아버지와 함께 숲속의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애쓴다. 그때 몇마리의 사냥개가 플린을 위협하는 것을 본 밤비가 간신히 플린을 피신시키지만  자신은 총에 맞고 만다. 또다시 아버지가 밤비를 구하고 밤비는 다시 플린과 만나게 된다. 또 다시 봄이 찾아오고,  썸퍼와 플라위는 새 아기사슴의 탄생을 지켜보러 온다. 썸퍼와 플라워 밤비 모두가 아빠가 될 것이다. 그리고 밤비는 숲의 왕자가 된다."
 

...




오늘날 어른들이 아라야네스 숲을 보고 <밤비의 숲>을 읊조리면 어떤 생각을 가질까...현대의 도시인들은 나무 몇 그루 내지 숲에 깃든 동화를 잊고 살거나 잃어버린 지 오래됐다. 자연이 채워주는 '영혼의 양식' 보다 당장 배를 불리는 '경제의 산물'을 더 그리워 하는 세상이다. 그게 도시인들의 가슴을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는 걸 까마득히 잊고 산다.
 
 

 


 

월트디즈니로부터 1955년 7월 17일에 개장된 디즈니랜드는, 개장 이후 총 입장자 수가 5억 명을 넘어섰으며 연간 입장자가 1,000만 명을 넘었고, 그 중 70%에 이르는 사람들이 어른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쩌면 아이들이 더 좋아 할 것 같은 테마파크 내지 놀이동산을 어른들이 더 좋아하고 있는 것. 개막식 연단에 오른 월트 디즈니는 이렇게 말했다.

"디즈니랜드에서는 과거에 대한 추억으로 나이를 잊을 수 있고,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젊음을 되살릴 수 있다"

어쩌면 여행이 남긴 추억들이 디즈니랜드 같은 역할을 하지않을까 싶다. 비록 힘들었을지라도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할 수 없다면, 경제의 산물만 움켜쥐고 얼마남지 않은 세월만 계수하고 있을 게 아닌가... 뿌엘로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가슴에는 따구아 따구아 호수가 자리잡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비가 후드득 거리고 아내는 분홍빛 레인코트를 걸치기 시작했다.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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