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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나와 우리덜

국정원,극락조와 날지 못하는 조류의 비애


Daum 블로거뉴스
 

닭대가리들의 대합창
-극락조와 날지 못하는 조류의 비애-



전설의 새로 알려진 극락조와 닭대가리는 어떻게 다를까...


한 며칠 닭대가리를 눈여겨 봤더니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오기 시작해 닭대가리 대신 극락조를 포스트에 올려두니 기분이 좋아졌다. 치킨의 몸통도 아닌 대가리에 제 아무리 치장을 잘 한들 극락조만 할까. 며칠 전 EBS의 <다큐프라임>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보게 된 극락조와 바우어새는 화려한 모습과 특이한 몸동작 때문에 바보상자 앞에 오래토록 머물게 했다.

극락조(낙원의 새,
bird of paradise)와 바우어새(bowerbird)는 사촌간 정도 되는 친척이었는데 이들의 구애 장면을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속된 표현의 '새대가리'란 말은 당장 입에서 지워야 할 정도였다.  정글의 나무 한 그루 아래 부분에 이끼를 붙인 다음 수 천개의 나뭇가지로 지은 바우어(무대)는, 새 한 마리가 지은 집이라고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정교한 건축술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집이었다.

녀석들은 일부다처제로 수컷은 새끼들을 부양하지 않는 대신 바우어를 짓고 교미에만 열중하는 팔자 좋아 보이는 새. 그런데 녀석의 노력을 보면 팔자 좋은 새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조류의 진화는 지금 이 시간에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는 걸 일깨워 주기도 했다. 수 천개의 나뭇가지를 하나씩 입으로 물어와 하나씩 정교하게 끼워 맞춘 후 바우어가 완성되면 임무가 끝난게 아니었다. 
 




 
그 다음에 할 일은 암컷을 유인하기 위해 암컷의 기호에 맞는 빨강 파랑 노랑 초록의 원색계열의 열매 등을 수집하는 데, 그 중에는 인간들이 쓰다버린 병따까리(이런 표현이 좋다)는 물론 찌그러진 빈 콜라켄이 포함되기도 했다. 그런 수집품들은 바우어 앞에 가지런 하게 진열되어 있는데 변색이 되면 물어서 갖다 버리는가 하면, 전시해 둔 수집품들이 마음에 안 들면 위치를 바꾸기도 했다. 녀석들은 건축기술자이자 인테리어 전문가이며, 예술적 재능 등을 타고난 인간 못지않은 조류였던 것. 

바우어를 다 짓고 나면 수집품을 모으고 그 다음엔 가장 중요한 공연이 이어진다. 녀석들은 성대모사가 뛰어나 보통의 새 소리와 전혀 다른 아름답고 희한한 울음소리로 암컷을 유인하여, 바우어 앞으로 다가온 암컷과 짝짓기를 하는 것. 1초도 채 안 걸리는 짝짓기를 위해 녀석들은 혼신의 힘을 기울여 이른바 '신뢰프로세스'를 쌓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극락조는 화려한 색으로 치장한 날개와 꼬리 깃을 이용해 암컷 앞에서 현란한 춤을 추며 구애를 하고 있는 것. 그게 다 종족 보존을 위한 몸짓이라 생각하기엔 너무도 인상적이고 판타스틱한 장면들. 남태평양의 호주와 가까운 뉴기니의 정글 속에서 녀석들의 삶은 그렇게 이어지고 있었다.


* 전설의 새 극락조(bird of paradise) 이미지는 포토그래퍼 팀 라만(tim laman)의 작품으로 구글에서 옮겨왔다. 그의 모습은 첨부된 동영상에서 확인된다.


그 시각 극동아시아의 한국이란 남한 땅에서는 전설의 새가 아니라, 유신망령으로 불리우는 닭대가리들의 대합창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른바 날지 못하는 조류 '닭대가리 열병'이 한창이었던 것. 조류 독감도 아닌 닭대가리 신드롬은 날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었는데, 이틀 전에는 모조리 살처분 하지않으면 안 될 정도의 메가톤급 닭대가리 열병이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그동안 하나 둘씩 알려지기 시작한 국정원 댓글사건의 실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며, 지난 대선 당시 트윗 댓글이 무려 120만개 이상 작성된 것으로 검찰 조사에 의해 밝혀진 것.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나타난 사실을, 이진한 서울지검 2차장 검사가 공소장 변경 신청을 막으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불과 이틀 전의 일이었다. 

따라서 민주당 등 야권은 즉시 이 사실을 시민들께 알리며 거리로 나갔고, 이와 관련 젊은 검사들은 집단 사표 사태에 돌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 또 관련 소식에 따르면 지금껏 드러난 국정원의 댓글(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며, 국가기관이 개입한 부정선거 관련 당사자의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게 현재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닭대가리를 향한 대합창의 산물인 것. 남태평양의 조용한 정글 속에서는 극락새와 바우어새가 일생일대의 구애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는 데 비해, 한국의 국정원 등 국가기관에서는 오직 닭대가리 하나만을 위한 구애 댓글을 기계까지 동원해 무차별 살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설의 새로 알려진 극락조와 바우어새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때는 꽤 오래 됐다. 극락조는 '마젤란의 세계일주'에 동참했던 선원들이 뉴기니 등 남태평양을 지나칠 때, 특이한 생김새 때문에 꼬리 깃털을 가져와 왕실에 기증하면서 세상에 알려졌고, 그 희귀한 가치를 눈치챈 원주민들이 깃털(상품) 가치를 높이기 위해 어린 극락조의 다리를 자르고 허공에 매달아 길렀으므로, 다 자란 극락조를 본 사람들은 (흉터가 안 보이는)극락조가 본래부터 다리가 없는 새로 여기며 전설을 부추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포르투갈 출신의 마젤란 등 대항해 시대에 세계일주를 감행할 당시는 대략 500년 전의 일이고, 극락조와 친척인 바우어새의 실체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며 전설을 지운 게 최근의 일이다. 당시엔 '트윗의 상징새'를 닮은 극락조의 희귀한 모습과 구전된 전설이 극락조를 '천상의 새'로 여길 가치가 충분했다. 최근 다큐를 통해서 본 극락조와 바우어새의 모습만으로도 전설처럼 여겨질 정도니 말이다.

그런데 닭대가리 일당을 고발한 '트윗의 실체'는 불과 1년도 채 안되어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알게 됐다. 세상이 대명천지로 바뀐 것. 전설로만 알려졌던 음지의 국가기관 국정원이, 국민들 몰래 뒷구녕에 숨어서 닭대가리를 향한 매우 불순한 구애를 하고 있었던 것. 그게 다 들통난 것이다. 그 덕분에 가뜩에나 날으고 싶어 환장했던 닭대가리와 그 일당들은 추락의 슬픔을 맛 볼 수 밖에 없는 것.

전설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닌 지. 극락조는 일부러 다리를 잘라도 전설이 되었지만, 120만 닭대가리들의 합창에 힘 입은 유신망령은 두 다리가 멀쩡해도 날개짓은 커녕 점프 조차 할 수 없게 된 거 같다. 
무릇 세상의 수컷들은 암컷 앞에서 반칙성 댓글질 보다 '신뢰프로세스'를 통한 현란한 장식으로 춤을 춰야 하는 것인지. 애국 누리꾼들의 환호성이 들리는 듯 새로운 전설이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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