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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갤러리/도시락-都市樂

남해 보리암,원음종에 새겨진 아자자의 재해석


Daum 블로거뉴스
 

다시 봐도 아름다운 금산의 비경
-보리암 원음종에 새겨진 '아자자'의 재해석-



신선이 사는 곳 혹은 극락은 이런 곳일까...


바람이 불었다. 이른 새벽부터 해뜬 후까지 금산에는 바람이 불어댓다. 그 바람은 금산을 수 놓은 나뭇잎을 조금씩 조금씩 다른 빛깔로 바꾸어 놓고 있었다. 이제 모두 다 비우고 겨울을 맞이해야 할 차례. 한 생애는 그렇게 막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떤 이파리는 노랗고 또 어떤 이파리들은 붉게 변해가고 있었다.

산기슭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상승기류가 보리암을 돌아보는 내내 금산을 휘감으며 불어댓다. 그리고 부소암 하늘 저편으로 구름이 두둥실 떠다니고 있었고 바다는 불쑥 솟아 오른 듯 금산을 빙둘렀다. 구름처럼 하늘 위에 떠 있는 듯한 금산. 금산(錦山)이 비단옷을 갈아입을 차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금산의 정상에 서면 남해 전체가 '피안의 세계'처럼 여겨진다. 
 



번잡한 도시에서 탈출해 조용한 시골 마을이나 산골마을로 잠시 피신한 게 아니라, 장차 우리가 맞이해야 할 저승 혹은 우리가 늘 꿈꾸던 세상에 와 있는 듯한 느낌. 마음 한 가득 행복이 철철 넘쳐난다. 나는 지금 금산의 한 봉우리 끄트머리에 서서 보리암을 바라보고 있다. 누구나 이 자리에 서면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성지에서 황홀경에 빠져있는 것이다. 세상은 누군가에게는 행복을 가져다 주는가 하면 또 한편에서는 행복을 떠 받치고 사는 불행이 동시에 존재한다. 빛과 어둠과 같은 상대적 현상이 무한 반복되고 있는 것.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남해 금산에 올라 무학대사와 나눈 꿈 해몽을 실천에 옮기고 있었다. 이성계가 꾼 꿈은 이랬다. 
이성계는 어느 날 밤 기이한 꿈을 꾸었다. 그는 무너져가는 큰 기와집에 들어갔는데 워낙 낡아서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그는 붕괴가 불안하여 기와집에서 나오게 됐는데, 이상하게도 자신의 등에 석가래 셋을 가로로 짊어지고 나오는 꿈을 꾸었다. 알고보니 그 꿈은 왕이 되는 꿈이었다. 조선 500년은 그렇게 시작됐고 꿈 해몽에 관여한 사람은 무학대사였다.




"낡아 붕괴되는 큰 기와집은 망해가는 고려국을 의미하는 것이요, 그 집에서 나오면서 등에 석가래 셋을 짊어지고 나왔다는 것은 왕(王)을 의미하는 것이니, 장군께선 장차 새로운 나라의 왕이 될 것이라는 천기를 미리 깨닫게 해주는 길몽입니다. 차후 어느 누구에게도 두 번 다시 그 꿈 이야기를 해서는 안됩니다."




무학대사가 이성계에게 전해 준 '꿈 해몽'의 핵심은 천기
(天氣)였다. 천기라는 게 오늘날 일기예보 같은 단순한(?) 자연현상을 관찰한 게 아니었다. 지구별에 살고있는 생물들의 생몰과정 전부를 주관하는 운명 혹은 숙명 같은 게 천기의 존재였다. 그러니까 천기란 '신의 영역'이라고 말해야 옳을까. 서양의 점성술이나 동양의 사주팔자에 새겨진 '자기가 타고난 운명'을 바꾸는 일은 쉽지않다. 그러나 세상은 도전하는 자에게 길을 내 주는 법이다. 


 


이성계는 그저 나라와 변방을 수호하는 무장이 아니라 왕이 되고 싶었다. 무학대사 앞에 꿈 이야기를 한 것도 우연한 일이 아니라, 호시탐탐 고려국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왕조를 세우고 싶은 생각이 가슴 속 가득했을 것. 그게 어느날 꿈으로 현현된 것이다. 그냥 장군이 아니라 쿠데타를 감행해서라도 반드시 왕이 되고 싶은 야망. 그 야망이 무학대사를 만나면서 역사를 바꾸는 동시에 자기의 운명을 동시에 바꾸었던 것이다. 남해의 금산은 그렇게 태동했다. 


 


"나를 낳아주시고 주관하시는 천지신명이시여. 당신의 능력을 믿사옵니다. 제 기도를 들어주사 새 왕조의 건국 시조가 되면 당신의 능력에 따른 보답을 반드시 하겠나이다. 그 보답이 어떠한들 반드시 약속을 지키겠나이다. 반드시...꼭 요..."


 


이성계는 간절히 기도했다. 왕이 된다면 천지신명께 그 무엇이든 해 드리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다. 아니 왕이 되고 싶어 안달을 한 모습. 세상에 태어나 꼭 해 보고 싶었던 꿈이 무학대사로부터 해몽된 이후 그 꿈을 실천에 옮기고 싶었다. 어느날 천지신명의 응답이 들려왔다.


 


"니가 간절히 원한 기도 내용을 다 들었다. 왕이 되고 싶다면서...그렇다면 니가 왕이 되고 난 다음 그 대가를 어떻게 치루겠느냐..."


 


"헉! 천지신명님...하이고 천지신명님 여부가 있겠습니까. 불초소생이 왕이 된다면 이 산 전체를 비단으로 덮어씌워 드리겠습니다."


 


"그 말 참 말이냐..."


 


"진짜라니까요. 진짜!!..."


 


"좋다!...그러면 니 약속을 믿기로 하겠다. 반드시 실천에 옮기도록 하라. 알았지?..."


 


"넵! 명심하겠습니다. 천지신명님...ㅜㅜ "


 


"(천지신명 휘리릭~ 사라지다.)"


 


이성계는 왕이 되기 위한 절차를 신속히 진행했다.
1388년에 압록강 하류에 있는 위화도에서  회군을 하여 고려의 권문세족들을 몰아내고 신흥 사대부들이 정권을 잡는 계기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는 최영 장군을 몰아내는 한편 우왕을 물러나게 하고 9살 난 '창'을 왕위에 올린 후 사실상 권력을 손아귀에 넣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이듬해 정도전과 조중 등과 함께 어린 창왕을 폐위 시키고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귀족들의 재산을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물론 귀족들이 알아서 재산을 나누어 주려고 했지만 모두 자기의 공덕으로 꾸몄다. 이 사실을 안 백성들이 반기를 들자 이들을 귀양 보내거나 죽이고 토지대장은 불살라 버렸다. 그리고 1392년 공양왕을 쫒아내고 자기가 태조로 왕위에 올라 이듬해 국호를 '조선'이라 했다. 한반도에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기 시작한 것이다.

*보리암 경내 해수관음상 앞에 서 있는 삼층석탑(
경남유형문화재 제74호)을 눈여겨 보시기 바란다. 전하는 전설에 따르면 이 석탑은 신라 신문왕 3년(683년)에 원효가 금산에 처음으로 절을 세운 것을 기념하기 위해, 가락국의 수로왕비인 허태후가 인도에서 가져온 파사석을 이용하여 탑을 만들었다고 전한다. 일설에는 허태후가 가져 온 부처님 사리를 이곳에 안치하기 위해 탑을 세웠다고도 전해진다.
 

정치와 권력의 본래 모습이 이런가 하면 사람사는 세상의 모습이 늘 이렇다. 마침내 소원성취를 한 이성계. 어느날 번뜩 천지신명께 약속한 내용이 떠 올랐다. 남해의 절경이 펼쳐지던 한 암자에서 한 천지신명과의 약속. 산 전체를 비단으로 덮어드리겠다고 한 허무맹랑한 약속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그는 현몽을 지켜야만 했다.




어느날 생시와 다름없는 꿈에 나타난 신령스러운 한 분의 약속 때문에 새로운 왕조를 탄생시켰다. 사실이었으므로 반드시 그에 대한 보답이 필요했을 것. (무슨 수로 남해의 한 산을 비단으로 다 덮을꼬...)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신령스러운 현상에 대한 고민이 깊어갈 어느날 한 신하가 대책을 내 놓았다.




"저~언하!...아뢰옵기 황송하오나 그 산 전체를 다 덮을 비단도 없거니와, 설령 그 많은 비단이 있다손 치더래도 어떻게 그 산을 비단으로 덮어 씌우겠습니까. 하늘에 별을 따 바치는 것 보다 더 어려운 일이옵니다. 그러하오니 약속은 없던 것으로 해 주시옵소서 저~언하!..."




그러나 이성계는 어느날 자기 앞에 나타난 천지신명의 실체를 잊을 수도 없거니와 당신과의 약속을 차마 거역할 수 없었다. 약속을 실천에 옮겨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약속도 지키고 천지신명의 노여움을 피해가는 정치적 술수가 필요했다. 시쳇말로 '잔대가리'를 굴린 것이다. 따라서 신하의 제안과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천지신명과 한 공약을 지켰다.




"대신들...이렇게  하면 어떻소!...그 산의 이름을 '비단 금(錦)' 자를 써서 금산(錦山)이라 부르면 될 거 같은 데...(빙고~^^)"




"그러하옵시다면 어명을 내려 금산이라 부르게 하시옵소서! 저~언하!..."





이성계는 흡족했다. 무학대사의 꿈해몽을 통해 백성들의 민심을 살피는 한편, 왕이 되고 싶은 간절한 기도와 야망 중에 나타난 천지신명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대안이 오늘날 보물섬으로 불리우는 '남해의 금산'으로 발현된 것이다. 그리고 2013년 10월 5일 어느날 이성계가 기도한 터 근처의 (원음종)종각에서 또다른 야망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성계와 전혀 다른 야망(?)의 한 장면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는 정현태 남해군수였다. 잠시 금산의 비경을 살펴보고 넘어갈까...




남해 금산의 정상에서 한 눈에 바라보이는 상주해수욕장. 마치 또다른 세상을 향해 열어놓은 듯한 관문같은 모습이다. 세상은 둥근 것...




모난 마음을 비우고 산길을 오르면 운해를 보듬은 바다 저편 우주 너머로 나(我)의 존재가 그대로 투영된다. 생애는 깨달음의 또다른 절차. 일찌기 경봉스님은 깨달음의 한 실천 방안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바보가 되거라. 사람 노릇하자면 일이 많다. 바보가 되는 데서 참 사람이 나온다. 업장을 녹이는 방법이 한 가지 있다. 누가 자기를 보고 잘못한다고 나무라면 설혹 자기가 잘 했다고 하더라도, "예,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고 절을 한 번 하면 그때가 바로 업장이 녹아질 때다. 잘못했다고 나무라는데 '나'라고 하는 것이 가슴에 꽉 차 있으면 업장이 녹아질 수가 없다. 그만 다 비우고 '내가 잘못했습니다'라는 한 마디와 함께  아무 생각 없이 절을 하는 그때가 다겁다생에 지은 죄악이 막 녹아질 때다." 이유없는 참회는 바보의 행위일지 모르지만, 바보가 될 때 모든 업장은 해탈과 자유의 문이 열리는 것이다."




부소암에서 바람을 따라 부산산장에서 늦은 아침을 먹은 후 부지런히 발길을 옮겨 보리암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성계는 이곳에서 천지신명과 대화를 나눈지 모르겠다만, 나는 금산의 절경에 취해 걸음이 늦어 일행의 꽁무니를 쫒는 것 조차 버거을 정도였다. 초가을의 금산 보리암 곳곳은 깨달음과 해탈의 경지에 이른 무리들이 눈에 띄었다.
 



무릇 세상만물은 어느때인가 깨달음을 얻고 머리를 숙이는 법. 경봉스님의 깨달음은 금산의 보리암 원음종에 새겨져 세인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었다. 당신의 우주관이 원음종에 새겨져 세상을 관조하는 방법을 넌지시 전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제각각 생각하는 방법이 다르고 실천하는 방법은 더더욱 다르다.




이 계절 꽃과 나뭇잎은 노랗고 빨갛게 혹은 짙은 향기를 날리며 저물어 가는 해를 바라보지만 사람들은 달랐다. 그 주인공은 정현태 남해군수.


阿刺아자..아자자!!...
 

당신께선 보리암 원음종 앞에 앉아 동종에 부조된 경봉스님의 시를 이렇게 재해석 했다. 영상을 열어보시면 재해석의 백미 '아자자'가 등장한다. 남해군수가 정치적으로 해독한 경봉스님의 싯귀는 직역한 것이지만, 세상은 피안의 세계와 다르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혼돈의 시대에 갈 길을 못 찾고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정현태 남해군수가 힘을 실어주는 한마디랄까. 그 내용을 (영상을 열어)음미하면 이러하다.




南海錦山無限景
天邊雲外此鐘聲
森羅萬象非他物
 一念不生猶未明 




"남해 금산에 오르면 끝도 없는 황홀경 눈 앞에 펼쳐지네
금산을 둘러 싼 구름 밖 우주 저편까지 울려 퍼지는 종소리
세상 모든 생물과 물질들은 내 마음 같지 않아서 
한 평생 쌓아둔 마음자락 여전히 갈팡질팡 하누나"




필자는 동종에 새겨진 <원음종> 싯귀에 대해 (직역을 피해)이렇게 해석해 봤다. 이른 아침 남해의 금산에 올라 일출을 바라보고 부소암에 들러 절경에 취한 느낌이 그랬다. 금산에 오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피안의 세계에 도달한 엑스터시를 느끼는지, 이성계는 물론 그 누구도 이 산에 오르면 시 한 수를 읊조리거나 능력 밖(?)의 약속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정현태 남해군수는 원음종의 싯귀 말미에 써 둔 글씨에 남다른 해석을 하고 있었다. 남해군수가 남해군민과 사람사는 세상을 위한 희망찬 메세지랄까. 당신은 그것을 가리켜 '아자자~'로 재해석 했다. 파이팅을 외친 것이다. 참 멋진 분이다.
 




보리암(菩提庵)은 조선 건국 전설이 깃든 경상남도 남해군 상주면(尙州面) 상주리 금산 남쪽 봉우리에 있는 유서깊은 사찰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3교구 본사인 쌍계사의 말사이다. 683년(신문왕 3) 원효가 이곳에 초당을 짓고 수도하면서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뒤 산 이름을 보광산이라 지었고, 초암의 이름을 보광사라 지었다고 한다.  그림은 신비스러운 미소를 머금은 해수관음상이다. 해수관음상을 헬리콥터로 보리암으로 운송할 때 서광이 비쳤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나를 위한 기도'가 아니라 '타인을 위한 기도'를 하면 반드시(?) 응답을 받게 된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이성계가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하고 조선왕조를 연 것에 감사하는 뜻에서 1660년(현종 1) 왕이 이 절을 왕실의 원당으로 삼고 산 이름을 금산, 절 이름을 보리암이라고 바꾸어 부르게 했다. 1901년과 1954년에 중수하였고, 1969년 중건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보리암은 전국의 3대 기도처의 하나이며 양양 낙산사 홍련암(강원문화재자료 36), 강화군 보문사와 함께 한국의 3대 관세음보살 성지로 꼽힌다.  





현존하는 건물로 보광전, 간성각, 산신각, 범종각, 요사채 등이 있고, 문화재로는 보리암전 삼층석탑(경남유형문화재 74)이 있다. 이외에 큰 대나무 조각을 배경으로 좌정하고 있는 향나무 관세음보살상이 있으며 그 왼쪽에는 남순동자, 오른쪽에는 해상용왕이 있다. 일설에 따르면 이 관세음보살상은 수로왕의 부인 허황옥이 인도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건 보리암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다. 이성계가 이곳을 찾아 기도에 정진하며 조선을 건국한 것 처럼 보통사람들에게 필요치 않은 욕망을 꿈꾸는 것 보다, 원음종에 새겨진 경봉스님의 깨달음을 마음깊이 새겨야 하지않을까. 이미 입적하신 경봉스님께선 '바보가 되라'신다. 내 속의 욕심 전부를 다 비우고 바보가 되면 세상이 황홀경으로 바뀌는 것인지. 





바람 부는 초가을 어느날, 금산은 피안의 세계로 내게 다가왔다. 다시 봐도 아름다운 금산의 비경. 세상은 너무 번잡해 보통사람들이라면 누구에게나 절망을 부르는 혼탁한 세상에서 새로운 희망과 꿈에 들뜨게 만드는 것이다. 세상을 아름답게 보여주는 황홀경. 금산과 보리암은 그렇게 내 앞에 서 있었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싶다면 남해 금산의 보리암으로 걸음을 옮기고, 그곳에서 천지신명을 친견해 보시기 바란다. 아자자!~~~^^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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