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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Chalten

바람의 땅,전설속 환상적인 트래킹 코스


-바람의 땅,전설속 환상적인 트래킹 코스-
 



포식자는 굶어죽을 망정 풀을 뜯지 않는다.

한 다큐멘터리에서 본 백수의 제왕 사자의 모습이 그랬다. 물론 시베리아의 호랑이도 그랬다. 인간을 제외한 먹이사슬의 최상층부에 위치한 이들은 굶어 죽을 망정 풀을 뜯어먹고 살지 않았다. 풀을 뜯는 모습을 본 적 있지만 그게 주식일 수 없었다. 녀석들은 고기맛에 대한 전설같은 추억이 골수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을 것.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고기맛과 피비린내가 녀석들의 삶과 권위를 지켜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바람의 땅에 발을 디딘 여행자의 식성(?)은 어떤 모습일까.
 




필자가 서 있는 곳은 피츠로이 강(Rio Fitz Roy)이 내려다 보이는 벼랑 옆이다. 이른 아침 피츠로이산군(山群)의 배후 마을인 엘챨텐을 출발해 도착한 곳. 온통 바위덩어리로 이루어진 암봉 너머로 아침햇살이 막 쏟아지기 시작했다. 
바람을 타고 전해진 전설이 머물다 가는 곳일까. 피츠로이 강이 까마득히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서면 알 수 없는 전설이 온 몸의 세포를 깨우며 발길을 붙든다.




거대한 바위 틈새로 구불구불 흐르는 강. 이곳은 여행자와 암벽등반가들의 성지인 피츠로이산군의 한 곳이다. 비에드마 호수(lago Viedma)로 흘러드는 피츠로이 강 옆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엘챨텐에서 투어에 나설 수 있는 몇 군데의 트래킹 코스 중 하나다. 여행자들이 남부 빠따고니아의 엘챨텐에 도착하면 가 볼 수 있는 성지가 크게 예닐곱 군데 정도 된다. 그 중 엘챨텐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위치한 트레킹 코스가 라구나또레로 가는 코스. 




그곳은 세로또레(Cerro Torre,3102m)가 내려다 보고 있는 빙하가 만든 호수가 있는 곳이다.엘챨텐에서 라구나또레 호수까지 거리는 11km, 목적지까지 소요되는(편도) 시간은 대략 3시간 정도로 알려졌다. 그러나 왕복으로 걸린 시간은 9시간이 더 경과했다. 몇가지 이유가 있었다. 전설같은 풍광에 넋을 놓고 있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도착시간은 더 늦어진 것. 




하루종일 이어진 트래킹은 바람은 기본, 비까지 내려 간단한 트래킹 차림의 여행자의 발길을 더디게 만들었다. 뒤돌아 보면 어느 한 곳 피곤하지 않은 여정이 없다. 그러나 어느 한 곳 다시 가 보고 싶지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피츠로이산군은 여행자의 혼을 쏙 빼 놓았다. 서두에 '포식자는 굶어죽을 망정 풀을 뜯지 않는다'라고 써 둔 표현은 그 때문이었다. 8년 전 한 번 발을 들여놓은 피츠로이산군은 자나깨나 신앙처럼 여기며 흠모하게 된 곳이었다. 




어떤 유명한 암벽등반가는 30년을 벼르고 별러 세로또레 등정에 나섰지만 바람 때문에 실패로 끝난 등정기를 남기기도 했다. 30년을 별러 간 곳이 엘챨텐의 피츠로이산군이었다. 암벽등반가들과 트레킹에 나선 여행자의 시선은 달라도 한참 다를 것이지만, 누구나 이곳에 발을 한 번 디디는 순간 스스로 전설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 그런 희한한 경험은 단지 암봉 계곡 사이로 흐르는 비취빛 강 때문이 아니었다. 




이 코스 중에서 계곡 속으로 흐르는 강을 바라 볼 수 있는 기회는 단 한차례 뿐. 절벽에서 멀어지며 길을 재촉하면 라구나또레에서 발원한 강물이 암봉으로 이루어진 고원의 평지를 흐르는 장관을 다시 만나게 된다. 그동안 트레킹 코스 옆에서 만날 수 있는 신비스러운 장면들은 평생토록 잊지못할 감흥을 선물받게 된다.

그 다음이 문제다. 정글의 포식자가 굶어죽을 망정 풀을 뜯지 않는 것 처럼, 엘찰텐에 발을 디딘 여행자는 
세상을 보는 눈높이가 단박에 달라지는 것. 좀 더 격한 표현을 쓰자면 '죽어도 이곳에서 죽고 싶다'고 고백할 정도라면 믿길까. 잠시 피츠로이 강이 내려다 보이는 절벽 옆에서 머물다가 길을 재촉한다.


전설이 느껴지는 환상적인 트래킹 코스
 



아침햇살이 비에드마 호수를 너머 라구나또레 가는 길을 비추기 시작했다.



피츠로이 강 옆에 잠시 머무는 동안 저만치 앞서간 아내를 따라잡았다. 황금빛 아침햇살 너머로 멀리 세로또레 봉우리가 안개 속에 갇혔있는 신비스러운 모습. 한국의 암벽등반가들이 30년 만에 이곳에 왔다가 바람 때문에 등정에 실패한 곳이다. 그 때는 바람이 점차 거세지는 2월 경이었다. 또 우리가 철수를 결정한 시기도 2월이었다. 사람을 날려버릴 정도의 거센 바람 때문이었다. 우리가 트래킹에 나선 때는 1월 말(27일)경, 바람은 적었으나 날씨가 오락가락 했다. 그러나 이날 아침은 환상적이었다. 일출에 이어 아침햇살이 황금빛으로 우리 앞 길을 비쳐주고 있었던 것. 그리고 깊 옆에서 만난 전설의 열매 칼라파떼. 깔라파떼(Calafate) 열매는 어디를 가나 우리를 따라다녔다.


















깔라파떼!...












고사목 곁에서 아침햇살에 빛나는 깔라파테. 바람의 땅에서 자란 나지막한 깔라파테는 꽃을 피우자마자 곧바로 열매를 맺는다. 길을 걸을 때마다 무시로 따 먹었던 열매. 달짝지근한 맛이 입안을 맴돈다. 빠따고니아에 널리 퍼져있는 전설 속에서 이 열매를 따 먹는 사람은 '다시 그 자리로 오게 된다'는 말이 전해진다. 그게 8년 전의 일이었고 우리는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관련 포스트 환상을 부추긴 엘챨텐의 일출 / 바람의 땅,백발을 풀어헤친 나목의 아침

** 이미 관련 포스트에서 전해 드린바 필자의 여행기는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빠따고니아 전역을 사진과 함께 두루 소개해 드리고 있습니다. 포스트를 열면 우측 상단에 위치한 <카테고리>를 참조하시면 업데이트 된 여행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응원과 격려의 의미로 <구독>을 해 주시면 아드레날린이 마구 샘솟을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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