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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Puerto Montt

엄숙함 깨뜨린 사열받는 견공


Daum 블로거뉴스
 


사열받는 거리의 개
-엄숙함 깨뜨린 사열받는 견공-



멋진 제복으로 차려입은 군인들이 도열해 있는 곳은 칠레의 로스 라고스 주 뿌에르또 몬뜨 중심지 바닷가 옆에 위치한 공원. 8년 전 모습이다. 앨범을 정리하면서 발견해 낸 재밌는 풍경 하나 소개해 드린다. 
 



군인들의 표정은 어디를 가나 군기가 들어 경직되어 있고 엄숙해 보인다.
 



이런 모습은 칠레의 독립기념일에 행해지는 국가의 행사이다. 규모는 작지만 우리나라의 국군의 날 만큼이나 의전을 잘 갖춘 행사.




남미일주에 나섰던 8년 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용케도 뿌에르또 몬뜨의 바닷가에서 독립기념일 행사를 보게 된 것. 사열대에는 잘 차려 입은 신사 숙녀 여러분들이 육해공 삼군으로부터 사열을 받고 있는 것. 그런데 이렇게 엄숙한 행사장을 코믹하게 연출한 덕구 한 마리. 녀석의 정체는 바닷가를 영역으로 삼고 살아가는 거리의 개였다.




녀석은 사열이 시작되자 나타난 후 줄곧 열병식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당시 필자는 쿡쿡 거리며 웃고 있었다. 생전 이런 풍경을 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사장에서 그 누구도 어슬렁 거리는 덕구를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돌아다니는 덕구. 보기힘든 장면을 카메라에 담느라 덕구를 피해 몇 장면을 담았다.

사실은 그게 더 문제였다. 동물들의 천국인 칠레에 사는 사람들은 거리의 개나 길냥이들에게 관대했지만, 유교 관습에 찌든 필자는 여전히 덕구의 존재를 못마땅 하게 생각한 행동이 드러난 것. 개를 사랑하는 것과 행사장에 어슬렁거리는 개는 구별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일까.




덕구는 이날 본의 아니게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삼군으로부터 사열을 받게 됐다. ㅋ 덕구의 독립을 축하한다. ^^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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