즘골의 봄나들이와 흑염소 이야기
-뿔난 흑염소 재롱 피울 줄 안다-
즘골의 네버앤딩스토리...
우리가 작은 언덕 몇개를 넘어 고달사지에 다다른 것 처럼 어느날 아우님 집으로 흑염소 한 마리가 찾아 왔단다. 석공예가 고달이 고달사지에서 불사를 일으켰던 것 처럼 아우님은 제 발로 찾아온 흑염소 한 마리를 집으로 들여 정성들여 키웠다. 흑염소는 본래부터 아우님의 소유가 아니었으므로 업둥이 처럼 내치지 않고 키웠던 것.
업둥이 아닌 다 큰 처녀 흑염소를 업둥이 처럼 키우던 어느날 흑염소는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게 됐다. 제 발로 찾아 든 흑염소는 좋은 신랑 만나 결혼을 하고 새끼 두 마리를 낳았던 것.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공방 일로 바쁘던 내외가 잘 보살피던 흑염소 새끼 한 마리가 죽게 된 것.
"그래서 어떻게 된거야?...밟혔나?..."
"그랬어요. 우리가 잘 돌봐 줘야 하는데...밟혀 죽었지요."
"아...이런 이런...불쌍하다.ㅜㅜ "
"그러게 말예요."
업둥이 흑염소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 즘골에서 켄 달래와 냉이가 무침으로 나왔다. 우리는 흑염소 우리 곁에서 방차통 위에 봄나물 무침과 간밤에 마시던 막걸리를 펼쳐놓았다. 3월 중순의 볕은 따사로워 즘골 언덕 위의 산수유를 당장이라도 다 터지게 할 듯한 기세. 아우님은 상이 차려지는 동안 흑염소 이야기를 마무리 했다. 그리고 보여줄 게 있다며 흑염소 앞으로 다가가 명령을 했다.
뿔난 흑염소 재롱 피울 줄 안다
그런데 출산 직후 새끼 한 마리를 잃어버린 어미가 어느날 설사를 하기 시작하더라는 것. 염소를 키워보지 않은 필자는 그 때 처음 알았다. 염소는 물을 잘 먹지 않는다는 것. 그런데 어느날 어미가 설사병에 걸려 시들시들 죽고만 것이다. 살려보려고 난리를 쳤지만 허사였단다. 녀석은 아우님 내외가 부모나 다름없었다.
"흠...그랬구나...ㅜ "
즘골로 봄나들이 나선 이튼 날이었다. 산수유 꽃봉오리가 막 터지고 있었던 언덕 위를 거닐 때, 녀석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어미의 운명을 닮았던 것일까. 녀석은 혼자서 외롭게 즘골의 봄을 맞이하고 있었던 것인데, 그 곁에서 왔다 갔다 했으니 녀석도 봄나들이를 하고 싶었을 것 같은 생각. 그땐 몰랐다. 녀석은 안개 자욱한 아침 나절부터 즘골 나들이에 나선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언덕 위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즘골에 산다
아우님 내외와 즘골에 살고 있는 녀석은 지난 봄날의 추억 모두를 기억하고 있을 것. 다시 만날 때까지 설사하지 말고 잘 있거라. 알찌? ^^
즘골의 네버앤딩스토리...
이제나 저제나 피일 차일 시간을 미루다 이제야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지난 3월 중순 2박 3일간 여주군 북내면 즘골에서 도자기를 구우며 살고있는 도예가 내외를 만난지 달포가 지나고 있는 것이다. 아우님은 도자기를 빚고 계수씨는 그림을 그리는 예술인 가족. 곁에 두고도 찾아가지 못하고 포스팅으로 마음을 달랜다. 즘골 나들이에서 다 하지 못한 이야기가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아우님 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집 뒤 언덕 위에서 산수유가 흐드러지게 폈단다. 그걸 보니 생각나 전화를 한 것. 5월이 오기 전에 꼭 다시 한 번 더 그 곳에 가서 못다한 이야기도 나누고 싶었고 회포도 풀고 싶었다. 하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봄나들이 때 아우님으로부터 듣게 된 흑염소에 대한 이야기를 끼적거리고자 하는 것이다.
얼마 전 아우님 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집 뒤 언덕 위에서 산수유가 흐드러지게 폈단다. 그걸 보니 생각나 전화를 한 것. 5월이 오기 전에 꼭 다시 한 번 더 그 곳에 가서 못다한 이야기도 나누고 싶었고 회포도 풀고 싶었다. 하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봄나들이 때 아우님으로부터 듣게 된 흑염소에 대한 이야기를 끼적거리고자 하는 것이다.
흑염소는 아우님의 살림집(공방이 따로 있다) 옆에서 함께 살고 있는 반려동물이었다. 염소가 반려동물이 된 사연이 가슴을 울렸기 때문이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 제비꽃이 맨 먼저 폈던 즘골로 돌아가 본다. 우선 흑염소 이야기에 앞서 도시에서 보기 드문 염소의 정체 대해 살펴보고 나서 즘골에 사는 흑염소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시기 바란다.
"염소(goat)는 들염소를 가축화한 동물로서, 가축이 된 지 수천년이 지났으나 산악지대에 서식하던 야생의 성질은 그대로 남아 있다. 특히 혹한이나 혹서의 기후에서도 잘 자라며, 질병에 걸리는 일이 적고 기후 풍토에 적응성이 강한 강건한 체질이다. 또 식성이 까다롭지 않아 거친 먹이에도 잘 견딘다. 성질이 온순하고 활발하며, 몸집도 작아 사육하기가 쉽다."
"염소(goat)는 들염소를 가축화한 동물로서, 가축이 된 지 수천년이 지났으나 산악지대에 서식하던 야생의 성질은 그대로 남아 있다. 특히 혹한이나 혹서의 기후에서도 잘 자라며, 질병에 걸리는 일이 적고 기후 풍토에 적응성이 강한 강건한 체질이다. 또 식성이 까다롭지 않아 거친 먹이에도 잘 견딘다. 성질이 온순하고 활발하며, 몸집도 작아 사육하기가 쉽다."
위키백과에 기록된 염소에 대한 정체성은 대략 이런 모습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 사람과 염소가 함께 산 역사는 대략 6000년 정도. 유목민들에 의해 가축화 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염소의 수명은 10~16년 정도이고, 생후 5~6개월이면 성적으로 성숙한다. 번식이 이루어지는 계절은 가을철인데, 이 시기에는 21일을 주기로 발정이 일어난다.
임신기간은 145~160일 정도이며, 이듬해 봄에 출산하고, 한배에 1~2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갓 태어난 새끼는 털이 나 있고 눈이 떠 있으며, 생후 30분이면 일어선다. 염소는 풀이나 고구마 덩굴·나뭇잎 등이 많이 있는 곳이면 쉽게 기를 수 있다는 것.
임신기간은 145~160일 정도이며, 이듬해 봄에 출산하고, 한배에 1~2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갓 태어난 새끼는 털이 나 있고 눈이 떠 있으며, 생후 30분이면 일어선다. 염소는 풀이나 고구마 덩굴·나뭇잎 등이 많이 있는 곳이면 쉽게 기를 수 있다는 것.
또 염소는 성질이 매우 활발하고 행동이 민첩하며, 높은 곳에 올라가기를 좋아한다. 나뭇잎을 잘 먹는 식성이므로 관목의 잎을 먹어치워 해를 줄 뿐만 아니라 높은 나무의 가지에 올라가서 잎을 먹는 수도 있으므로 나무가 적은 장소에 많은 수를 방목하면 토지를 황폐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번식기는 가을이며, 생후 반 년이 지난 암컷은 21일 주기로 발정하는데 일반적으로 12개월 이상 되었을 때 짝짓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염소에 대한 이런 자료들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때가 숱한 모양이었다. 사람사는 세상 일도 한 치 앞 날을 알 수 없는 데 동물들의 앞 날은 누가 챙겨줄까. 세상의 동물들은 모두 '아생연후(我生然後)의 법칙'에 따라 '자기가 먼저 살아야' 남을 살필 수 있는 법인지. 즘골의 흑염소는 경우의 수 바깥에서 혼자 외롭게 아우님 내외와 살고 있었던 것.
또 염소의 성질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성질이 매우 활발하고 행동이 민첩하며, 높은 곳에 올라가기를 좋아한다는 염소는 양들을 많이 기르는 농장에서 양들과 함께 기르는 것. 이유가 있었다. 벌판에서 추위에 떨어야 하는 양들은 축사(우리)에 모이기만 하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한데 뭉쳐 자다가 봉변을 당한다고 한다. 얼마나 미련한 양들인지 잠자다가 압사를 당한다는 것. 그런데 염소의 활발한 성격 등은 양들의 그런 꼴을 가만히 두고 못 본다는 것이다. 어떻게 할까...
염소는 양들이 한데 뭉치기만 하면 들이받는다고 한다. 양들의 입장에서 보면 시쳇말로 '승질 드런 넘'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지들 생각일 뿐 목숨을 살려주는 일을 염소가 하고 있다는 것. 이런 이야기 때문에 어떤 목회자들은 세상에 널린 승질 드런 넘을 만나게 되면 염소처럼 생각하고 잊어버리란다. 죽을 걸 살려 줬다나 뭐라나. 양과 염소 관계면 몰라도 인간대 인간 관계라면 생각해 볼 문제다.ㅋ
즘골에서 2박 3일간 봄나들이를 하는 동안 즘골에 위치한 고달사지를 둘러봤다. 여행이란 이런 것이란 생각이 퍼뜩 들었다. 일상에서 벗어나 또다른 문화를 접한다는 건 행운이자 축복같은 삶. 인연의 끈도 주로 그렇게 엮어졌던지 고달사지를 천천히 둘러본 후 귀가하여 아우님이 키우고 있던 흑염소 이야기를 듣게 됐다.
우리가 작은 언덕 몇개를 넘어 고달사지에 다다른 것 처럼 어느날 아우님 집으로 흑염소 한 마리가 찾아 왔단다. 석공예가 고달이 고달사지에서 불사를 일으켰던 것 처럼 아우님은 제 발로 찾아온 흑염소 한 마리를 집으로 들여 정성들여 키웠다. 흑염소는 본래부터 아우님의 소유가 아니었으므로 업둥이 처럼 내치지 않고 키웠던 것.
업둥이란 자기집 문 앞에 버려져 있었거나 우연히 얻거나 하여 기르는 아이를 일컫는다. 요즘 아내가 눈빠지라(?) 열독하고 있는 '오자룡이 간다'에서 진태현과 이휘향이 술수를 부리고 있는 바로 그 업둥이 같은 성격이 아우님을 찾아온(?) 흑염소였다. 그래서 그는 동네 어른들께 이 사실을 알렸다. 이렇쿵 저렇쿵...업둥이는 내치는 게 아니라는 것. 그래서 복도 받을 겸...ㅋ
업둥이 아닌 다 큰 처녀 흑염소를 업둥이 처럼 키우던 어느날 흑염소는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게 됐다. 제 발로 찾아 든 흑염소는 좋은 신랑 만나 결혼을 하고 새끼 두 마리를 낳았던 것.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공방 일로 바쁘던 내외가 잘 보살피던 흑염소 새끼 한 마리가 죽게 된 것.
"그래서 어떻게 된거야?...밟혔나?..."
"그랬어요. 우리가 잘 돌봐 줘야 하는데...밟혀 죽었지요."
"아...이런 이런...불쌍하다.ㅜㅜ "
"그러게 말예요."
업둥이 흑염소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 즘골에서 켄 달래와 냉이가 무침으로 나왔다. 우리는 흑염소 우리 곁에서 방차통 위에 봄나물 무침과 간밤에 마시던 막걸리를 펼쳐놓았다. 3월 중순의 볕은 따사로워 즘골 언덕 위의 산수유를 당장이라도 다 터지게 할 듯한 기세. 아우님은 상이 차려지는 동안 흑염소 이야기를 마무리 했다. 그리고 보여줄 게 있다며 흑염소 앞으로 다가가 명령을 했다.
뿔난 흑염소 재롱 피울 줄 안다
"일어섰!!..."
"한 번 더...일어섰!!..."
(헉!...염소가...ㅋㅋ)
참 신기했다. 염소가 반려동물 처럼 행동하다니.ㅋ 우린 곁에서 자지러졌다.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염소는 아우님의 말과 행동에 즉각 반응을 보였던 것. 녀석은 어릴 때부터 아우님과 함께 자랐기 때문에 그랬을까.
(헉!...염소가...ㅋㅋ)
참 신기했다. 염소가 반려동물 처럼 행동하다니.ㅋ 우린 곁에서 자지러졌다.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염소는 아우님의 말과 행동에 즉각 반응을 보였던 것. 녀석은 어릴 때부터 아우님과 함께 자랐기 때문에 그랬을까.
즘골의 흑염소가 보인 흔치않은 재주 뒤에는 슬픈 비하인드스토리가 운명처럼 또아리 틀고 있었다. 서두에 염소의 정체 대해 살펴본 결과 염소는 혹한이나 혹서의 기후에서도 잘 자라며, 질병에 걸리는 일이 적고 기후 풍토에 적응성이 강한 강건한 체질. 또 식성이 까다롭지 않아 거친 먹이에도 잘 견디며, 성질이 온순하고 활발하며, 몸집도 작아 사육하기가 쉽다고 했다.
그런데 출산 직후 새끼 한 마리를 잃어버린 어미가 어느날 설사를 하기 시작하더라는 것. 염소를 키워보지 않은 필자는 그 때 처음 알았다. 염소는 물을 잘 먹지 않는다는 것. 그런데 어느날 어미가 설사병에 걸려 시들시들 죽고만 것이다. 살려보려고 난리를 쳤지만 허사였단다. 녀석은 아우님 내외가 부모나 다름없었다.
"흠...그랬구나...ㅜ "
즘골로 봄나들이 나선 이튼 날이었다. 산수유 꽃봉오리가 막 터지고 있었던 언덕 위를 거닐 때, 녀석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어미의 운명을 닮았던 것일까. 녀석은 혼자서 외롭게 즘골의 봄을 맞이하고 있었던 것인데, 그 곁에서 왔다 갔다 했으니 녀석도 봄나들이를 하고 싶었을 것 같은 생각. 그땐 몰랐다. 녀석은 안개 자욱한 아침 나절부터 즘골 나들이에 나선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언덕 위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즘골에 산다
나...까만 점 하나...!
아우님 내외와 즘골에 살고 있는 녀석은 지난 봄날의 추억 모두를 기억하고 있을 것. 다시 만날 때까지 설사하지 말고 잘 있거라. 알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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