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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Hornopiren

난 늑대가 아냐


-빠따고니아 개들은 꽃밭에 산다-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 것일까.
 


녀석은 뉘엿거리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습관이었다. 잘 놀다가 가끔씩 해가 지는 곳을 바라보는 누렁이 아줌마. 그녀가 서 있는 곳은 우리가 오르노삐렌에 머물 당시 시도 때도 없이 들락거린 바닷가 언덕. 이 언덕 위에서면 오르노삐렌 앞 바다와 갯벌이 시시각각 연출하는 장관을 보게 된다. 그곳에는 이름모를 샛노란 풀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군데군데 유채꽃도 샛노랗게 피어있는 곳. 마치 천국같은 풍경이 언덕 위에 펼쳐지는 것이다.

우리가 그곳에 나타나기만 하면 어떻게 알았는지 누렁이 아줌마가 따라나선다. 그녀는 이 언덕은 물론 오르노삐렌 마을을 지배하는 여제(
女帝)다. 오르노삐렌에는 대략 수 십 마리의 거리의 개들이 바닷가 언덕과 언덕 주변의 공터에서 살고있었는데 엄격히 따지면 이들은 거리의 개들로 분류하기 힘들다. 
 



녀석들은 주로 이 언덕 주변 공터와 풀밭에서 살고 있었으므로 들개에 가까운 것. 그렇다고 성격이 포악하여 사람을 위협하는 일은 없다. 애완견 처럼 순한 녀석들. 누렁이 아줌마는 그런 들개들의 여제인 것. 처음에는 그녀가 왜 여제인지 몰랐다. 그저 칠레 곳곳에서 마주친 거리의 개 내지 떠돌이 개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날 누렁이 아줌마가 무리 중 몇마리를 이끌고 갯벌로 나아가자 동네의 개들이 전부 다 누렁이 아줌마를 따라 나섰던 것. (포복절도할 그 풍경은 다음에 소개해 드린다. ^^)

이 마을에서 누렁이 아줌마를 모르면 그야말로 '간첩'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 그녀의 권력은 대단했다. 이 마을은 빠따고니아의 여성들 처럼 모계중심사회가 형성돼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녀의 권력이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나 동네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동안 그녀의 권력의 출처는 명확했다. 이 마을의 들개 무리들을 살펴보니 암컷이 귀했던 것. 그녀는 이미 새끼를 여러번 낳은 아줌마였다.오르노삐렌에 머무는 동안 친구가 돼 준 누렁이 아줌마가 주로 놀고 있는 영역은 이랬다.


빠따고니아 개들은 꽃밭에 산다





누렁이 아줌마가 시선을 향한 곳은 오르노삐렌 선착장이 있는 마을. 해는 늘 저곳으로 저문다.




그곳은 장차 우리가 남부 빠따고니아로 향할 곳이며 낭만 덕구가 살고 있는 곳.




누렁이 아줌마는 우리와 함께 바닷가 언덕에서 놀다가 헤어질 시간을 짐작하고 있는지 모른다.




해가 저물면 그녀는 물론 들개 무리들은 공터 풀밭이나 빈집을 찾아 다시 해가 뜰 때까지 몸을 웅크리고 있어야 한다.




우기가 끝날 때까지 녀석들은 그렇게 이 언덕 근처에서 무리지어 살고 있었다. 그리고 샛노란 풀꽃들이 흐드러지게 피는 봄이 왔다. 출산을 마치고 육아를 끝낸 누렁이 아줌마의 젓이 많이 말랐다. 길게 늘어진 젓꼭지 만큼이나 힘들었을 누렁이 아줌마. 그녀를 따르는 무리들은 많지만 여전히 사람이 그리웠는지 자꾸만 귀여워 해 달란다. 언덕에 올 때 마다 친구가 된 누렁이 아줌마. 




언덕 위에서 자리를 옮겨가며 풍경을 즐기는 동안 그녀도 따라 나섰다.




그 순간 그녀의 모습은 야수로 돌변. 거리의 개들이나 들개들이 풀밭에서 노는 일은 흔한 일이지만 마치 야생의 모습을 보는 듯.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 빠따고니아에서는 자연스럽게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누렁이 아줌마가 카메라 앞을 왔다 갔다 한 곳은 샛노란 풀꽃이 지천에 널린 곳.




그곳에서 그녀는 이별을 실감하고 있는 것일까. 누렁이 아줌마는 원망스러운 눈매로 해 저무는 바닷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해가 저물면 이방인들과 헤어져야 한다. 우리는 숙소로 돌아가야 하고 그녀는 사람이 살지않는 빈집이나 빈배 밑 구덩이를 기웃거려야 하겠지. 그녀의 그런 표정은 잠시.




누렁이 아줌마를 졸졸 따라 다니는 한 녀석이 꽃밭에서 놀자며 그녀를 꼬드기고 나섰다.




따라나선 누렁이 아줌마와 왠지 비굴한 표정을 짓는 비굴 덕구. (아저씨, 카메라 좀 치우시던가...비굴비굴)




녀석은 풀꽃에 얼굴을 숨겼다.(카메라 울렁증이 있어서...비굴비굴) 






또 그녀 뒤에 숨기도 했다. 요렇게!...ㅋ (비굴 덕구 머해?...^^ )


오르노삐렌에서 머무는 동안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친구들이 있었다. 맨 처음 낮선 우리를 맞이해 준 이곳 소녀들과 바닷가로 나설 때 마다 친구가 돼 준 꽃밭의 들개들이다. 또 우리를 따뜻하게 맞이해준 이 마을 사람들. 거리의 개들이나 사람들 모두 낮선 이방인에게 거리낌 없이 친절을 배풀어 준 것이다. 참 귀한 경험이자 행복한 시간이었다.

사람과 동물이 때묻지 않은 대자연 속에서 아무런 격 없이 어울릴 수 있다는 건 천국에서나 가능할 일일 것. 그러나 오르노삐렌 바닷가 언덕 위에 서기만 하면 그곳은 천국으로 변하는 것. 빠따고니아에 사는 개들은 꽃밭에 살며 우리는 그들과 어울려 친구가 됐다.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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