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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Hornopiren

지구별이 아닌 듯 전혀 다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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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이 아닌 듯 전혀 다른 세상
-볼 때 마다 다른 오르노삐렌 갯벌의 비밀-




오르노삐렌 앞 바다의 갯벌은 팔색조...
 


팔색조는 무지개와 같은 7가지 색상의 깃을 가지고 있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전한다. 보통의 새들과 달리 매우 화려한 치장을 하고 있는 게 팔색조였던 것. 사람들은 그런 팔색조(八色鳥)를 '전설의 새'라고 부르기도 했다. 서식지가 매우 제한돼 있고 사람들에게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와 거제도 등지에서 서식하는 게 확인 됐고 생태적 습성까지 관찰 됐다.

매우 귀한 새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고 있는 조류다. 팔색조는 깃의 색상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긴 하지만 변화무쌍한 탈렌트적 기질을 빗대어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마치 주변 환경에 따라 몸색깔을 바꾸는 카멜레온 같다고나 할까. 팔색조의 정체가 밝혀지기 전까지 녀석은 그야말로 전설의 새였다. 
 




팔색조를 소개하기 위해 끼적거리고 있는 여행기가 아니다. 오르노삐렌 앞 바다의 썰물 때 눈 앞에 펼쳐진 갯벌의 모습이 팔색조 내지 카멜레온을 닮았기 때문이다. 그 갯벌은 볼 때 마다 시시각각 모습을 달리한 것. 빠따고니아 투어 중 오르노삐렌에 머무는 동안 바라본 갯벌은 단 한차례도 똑같은 풍경을 연출하지 않았던 것이다. 비슷해 보였을 망정 같은 풍경은 없었다. 

따라서 갯벌이 빤히 내려다 보이는 바닷가 언덕위에 서기만 하면 갯벌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었다. 마치 딴 행성에 온 듯한 풍경을 연출하는 갯벌의 정체가 매우 궁금했던 것이다. 그곳은 지구별이 아닌 전혀 다른 세상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네그로강 하류 습지를 따라 우리를 환상속으로 몰입하게 만든 실체 탐사에 나선 것이다. 팔색조 같은 오르노삐렌의 갯벌의 정체 속으로 들어가 본다.


볼 때 마다 다른 오르노삐렌 갯벌의 비밀






오르노삐렌에 머물 당시 우리가 자주 찾았던 바닷가 언덕 위에서 보면 갯벌의 풍경은 녹색으로 변했다. 참고로 위 사진 한 장을 소개해 드려야 겠다. 필자가 서 있는 장소는 장소에서 바라본 방위는 대략 남동쪽이다. 그러니까 양팔을 벌리면 동쪽이 왼쪽이며 서쪽은 오른쪽 정도가 된다. 해가 떠서 지는 쪽을 알면 갯벌의 조화를 알 수 있고 풍경을 잘 감상할 수 있는 팁이 되는 것. 




사진을 촬영한 시점은 오전이다. 바닷물이 막 빠져나간 갯벌은 연한 초록빛이자 연두빛으로 황홀한 모습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비록 서해안에 천혜의 갯벌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라 할지라도 이런 풍경은 연출해 내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갯벌은 그 대신 함초를 키워내며 독특한 갯벌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런 풍경에 익숙한 꼬레아노가 바라본 이 갯벌은 사진으로 남겨두지 않고 증언만 한다면 도무지 믿을 수 없을 것. 오르노삐렌의 동쪽으로는 안데스가 가로막고 있고 오르노삐렌 국립공원의 큼직하고 높은 산들이 버티고 서 있는 곳이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아침 햇살을 보려면 평지 보다 더 늦다는 건 다 아는 사실. 썰물 때 맞추어(?) 동쪽에서 햋볕이 갯벌위로 서서히 드리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때부터 오르노삐렌 앞 바다에 드러난 갯벌의 마법이 이방인으로 하여금 환상속에 빠뜨리는 것. (*포스트에 등장하는 사진은 여러날에 걸쳐 촬영된 것이란 점 참조 하시기 바란다.)
 

지구별이 아닌 듯 전혀 다른 세상




우기가 끝나가고 있는 오르노삐렌의 봄은 날씨가 변덕스러웠다. 구름이 걷혀 한여름 처럼 뙤약볕이 작렬하는가 하면 어느새 구름이 끼고 여우비를 내 놓기도 했다. 또 안데스 자락에는 뽀얀 안개를 덧칠 하는가 하면, 구름 사이를 비집고 나온 볕이 갯벌을 들락거리곤 했다. 




하루종일 맑은 날이 계속되었는가 하면 또 하루종일 변덕스러운 날씨를 보여주기도 한 것이다. 그때 마다 오르노삐렌 앞 바다는 팔색조 같은 치장을 하고 여행자를 매료 시켰다. 날씨와 갯벌의 조화. 눈 앞에 펼쳐진 대자연의 모습은 그랬다. 




우리는 바닷가에 서서 그저 스크린처럼 크게 둘러진 안데스자락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바닷가에서 그 장면을 바라보며 언제인가 네그로 강가로 가서 갯벌을 팔색조로 만든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었다. 또 그 갯벌 속으로 들어가 온몸으로 자연을 느끼고 싶었던 것.
 



마침내 때가 찾아온 것이다. 썰물이 되어 갯벌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갯벌은 짙은 초록빛깔에서 서서히 엷은 연두빛으로 변해간다. 그리고 바다 속에 푹 잠겨있던 갯벌은 바닥을 드러내며 밀물 때까지 땡볕에 건조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때가 되면 오르노삐렌 앞 바다의 갯벌은 광활한 습지와 갯벌로 나뉘게 된다.




습지와 갯벌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쉽게 판단되지 않을 것 같아서 지난 여정때 살펴본 사진 한 장이 필요했다. 마차가 건너고 있는 저 곳은 네그로 강 하류의 모습인 데 저 마차는 풍경 속 왼쪽 너머로 이동한다. 그곳은 블랑꼬강(Rio Blanco) 하류가 위치한 곳. 필자가 서 있는 언덕 위에서 그곳까지 다녀오는 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

질펀한 습지와 갯벌이 가로 막아 가는 길은 물론 돌아오는 데 애를 먹었던 것. 갯벌과 습지의 크기가 대략 짐작될 것. 실제로 가 본 그곳은 그야말로 눈물의 트레일이었다. 하지만 고생 끝에 흡족한 전리품(?)을 챙겨올 수도 있었다. (다음 기회에 포스팅될 예정)
 



미지의 여행은 늘 그런 것인지. 우리는 네그로 강가에 여장을 풀고 늘 궁금했던 실체 앞에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던 것. 마치 다른 별 다른 행성에 온 것 같은 지구별과 다른 비현실적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시시각각 모습을 달리하던 팔색조 같은 갯벌이 정체를 드러낸 것. 볕은 머리 위에서 작렬하고 있었다.



안데스에서 발원한 네그로 강 최하류의 썰물 때 모습. 밀물 때가 되면 이곳은 모두 바다속에 잠기는 곳이다.




그러나 썰물 때만 되면 강하류에 서식하던 갈파렛과의 해조류들이 땡볕에서 희한한 색깔로 변하는 것.




생전 이런 풍경 처음 본 것이다. 갈파렛과의 해조류들이 푸른 강물과 볕과 바람과 구름 때문에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던 것.




그 장면을 강가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이게 지구별인가 싶은 생각이 단박에 드는 것.




전혀 다른 세상이 오르노삐렌 앞 바다에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이곳에 살고있는 사람들이 우리나라 서해 갯벌을 보기라도 한다면 깜짝놀랄 것. 그들은 '무슨 갯벌이 이렇게 생겼나' 하고 놀랄 것.




강물과 습지와 갈파렛과의 해조류들이 경계 구분없이 한 데 어울려 사는 곳.




한 여행자의 눈에는 물론 곁에 있던 아내 조차 이구동성으로 처음으로 입을 열었던 곳.

"여긴 전혀 딴 세상이야!..."

오르노삐렌의 갯벌을 황홀하게 수 놓고 있던 정체는 갈파렛과의 해조류(Ulvaceae)였지만, 보다 구체적인 이름을 알아보기 위해 카메라 촛점을 강 속으로 들이댔다. 사진 속의 해조류는 파래와 감태를 닮아 보이지만 직접 만져본 해조류는 매우 가늘고 기다란 우리나라의 매생이와 흡사했다. 녀석들은 달님과 햇님이 시시 때때로 펼치는 조화 속에서 팔색조 같은 마법을 펼치고 있었던 것.
 




서두에 팔색조를 잠시 언급했다. 팔색조의 희귀성과 아름다움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팔색조가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고 있다니 얼마나 안타까운가. 그야말로 전설의 새로 남을 개연성이 점점 더 짙어가는 것이다. 사람들이 어느덧 이들의 서식처 내지 생태환경을 어지럽히거나 망가뜨린 결과가 그랬다. 오지랖 넓게도 필자는 이 갯벌을 여러날 관찰하듯 들여다 보면서 언제까지 지켜질지 자꾸만 걱정이 된 것.
 



지금 당장은 훼손될 여지가 별로 없어보이지만, 오르노삐렌-우알아우에(Hornopirén- Hualaihué) 자치구에서 관광객 내지 여행자를 위해 시설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었기 때문에 더 그랬다. 샛노란 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언덕 일부는 곱게(?) 다듬어져 잔디가 심겨졌고, 시멘트 포장을 두룬 다음 정자도 만들었고 그네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던 언덕은 어느덧 부자연 스럽게 자리잡고 있는 것. 물론 그 면적은 매우 작은 규모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이곳에 온지 얼마되지 않는 여행자의 눈에는 괜한 걱정이 드는 것이다. 팔색조 만큼 휘귀한 이런 갯벌과 주변 환경이 언제인가 우리 곁에서 사라진다면, 그 땐 이 갯벌의 운명 또한 '전설의 갯벌'로 남지않을까 싶은 오지랖...




그 갯벌은 어느날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었다. 태고적부터 안데스를 따라 흘러내려 온 네그로 강과 블랑꼬 강은 물론 바람과 구름과 볕이 만들어 낸 평범한 듯 기적같은 산물. 그 기적이 여전히 밀물과 썰물 속에서 아름답게 지켜지고 있는 곳이었다. 
그런 대자연 속에서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던 건 왜인지...
 



이런 풍경 외 지구별에는 숱한 비경들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 보다 더 아름다운 비경을 간직하고도 지키지 못하고 있었던 게 아닌지. 여행중에 아직은 마음의 상처가 다 아물지 못하고 마음의 때가 다 씻기지 못한 때문이었을까. 마음 편한 투어 중에도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드는 것. 자꾸만 우리 형편과 처지를 여행지와 비교해 보는 습관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네그로 강가에서 확인해 본 갯벌의 정체는 마치 딴 별 같은 희귀한 풍경 때문에...<계속>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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