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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Hornopiren

달리도 새로운 영감을 얻게 될 여행지


Daum 블로거뉴스
 


대자연이 연출한 황홀한 풍경
-살바도르 달리도 새로운 영감을 얻게 될 여행지-




이렇게 황홀한 풍경도 있었다니...
 


누군가 말했다. 본다고 다 보는 게 아니며 듣는다고 다 듣는 게 아니라는 말. 눈 앞에 펼쳐진 황홀경 때문에 입은 벌어졌으돼 말 문은 막혔다. 감탄사 조차 출구를 찾지 못하고 몸부터 움직이게 되는 것. 우리는 바닷물이 저만치 빠져나간 네그로 강가에 도착하자 마자 입을 거의 열지 않았다. 그저 눈 앞에 벌어진 광경 앞에서 가끔씩 불어대는 바람처럼 이리저리 쏠려 다니고 있었다.

그곳에는 조금 전까지 바다 속에 잠겨있던 갯벌이 속살을 다 드러내 놓고 이방인을 맞이하고 있었다. 연두빛 해조류들이 땡볕에 채색대비를 이루며 강과 하늘빛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 누구도 이곳에 오면 예술가로 변모하게 될 것. 시인은 노래를 부르고 화가는 그림을 그리며 작곡가는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곡을 쓰게 될 것.






만약 살바도르 달리
(Salvador Dali)가 환생했다면 그는 우유니 사막에서 느낀 영감 보다 더 깊은 영감 속에서 허우적댓을 것만 같다. 우유니 사막에서 시간이 멈춘 초현실적 진공상태를 느꼈다면, 채도별로 나열된 오르노삐렌 갯벌의 연두빛을 보는 순간 모든 사물들이 활기를 띄며 춤을 추게 될 게 분명했다. 황홀경의 두 얼굴을 만나게 되었을 것이며 그는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을 것.

처음 보는 갯벌 앞에서 코끼리 처럼 느린 걸음으로 이곳 저곳을 살폈다. 걸음은 느리지만 무거운 발로 갯벌에 자국을 남기듯 눈에 띄는 한 장면 한 장면을 향해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그 순간들이 화석처럼 남아 포스팅 되고 있는 것. 
태고적부터 이어져 온 지상 최대의 은밀한 이벤트가 남긴 생생한 흔적은 이랬다. 한 컷 한 컷 천천히 감상 하시면 감동이 배가 된다.


달리도 새로운 영감을 얻게 될 여행지
 





오르노삐렌 바닷가 언덕 위에서 늘 바라보던 갯벌의 정체는 이런 모습이다. 바닷가에서 연두빛을 발한 정체는 해조류였고 또 겉모습은 잔디처럼 생긴 풀이 갯벌 바닥 깊숙히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었다. 담수와 해수를 번갈아 오가며 살아가고 있는 특이한 식물이었다.




빠따고니아 투어 여행기를 끼적거리고 있던 며칠 전 다큐를 즐겨보는 필자에게 재밌는 소식이 전해졌다. 채널을 돌렸는데 EBS 방송에서 <피오르와 리아스>란 제목의 자연 다큐멘터리를 방영하고 있었다. 이 방송에서는 
대표적인 리아스(rias) 지형인 한반도 서남해안을 소개하고 있었다. 오르노삐렌 앞 바다를 형성하고 있는 갯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던 것.




주지하다시피 리아스식 지형은 강의 입구 부분에서 하곡의 낮은 부분이 침수됨에 따라 형성되는 지형이다. 일반적으로 산맥과 수직을 이루고 울퉁불퉁한 형태의 해안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리아스식 해안은, 거대한 대륙빙하가 녹은 뒤 그로 인한 해수면의 상승으로 만들어진 것. 또 피오르(또는 피오르드)는 빙하에 깎여서 생긴 U 자형의 골짜기에 바닷물이 들어와서 만들어진 길고 좁은 만으로, 협만(峽灣)이라 부른다.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했던 것. ^^




프로그램은 우리나라의 피오르와 리아스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대표적으로 진도 굴양식이나 무안의 낙지잡이 태안의 독살(돌그물) 등을 카메라에 담았다. 바다가 주는 선물이자 갯벌이 사람들 한테 베푼 보물같은 장면이었다. 그러나 칠레의 해안은 우리나라와 같은 천혜의 갯벌을 볼 수 없다. 




빙하기와 간빙기 때 서서히 물이 빠지며 뭍과 바다로 형성된 한반도와 달리 칠레의 지형은 지각변동으로 안데스가 갑자기 융기되면서 생긴 지형이기 때문. 따라서 오르노삐렌 갯벌 대부분은 매우 엷은 층의 갯벌(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조차 없는 모래밭 같은)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르노삐렌 앞 바다는 우리나라에서 본 적 없는 황홀한 풍경을 연출하며 여행자의 발길을 붙들어 놓고 있는 것. 




이곳 갯벌은 우리나라 서남해안의 갯벌에 발을 디디면 무릎이상 빠지게 되는 그런 갯벌이 아니라, 마치 잘 다져놓은 테니스장 처럼 단단하지만 부드러운 모래층으로 덮여있었고 미세한 뻘들이 갯벌 곳곳에 쌓여있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습지와 해조류가 땡볕을 받아 연두빛 팔색조 같은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것.




썰물 때 바닷가 언덕 위에서 바라보면 한 여행자의 가슴을 뒤흔든 정체는 이러했다. 멀리 오르노삐렌 마을이 보이고 우리가 자주 찾았던 언덕이 손에 잡힐 듯 하다. 필자 앞에는 안데스에서 떠내려온 고목이 갯벌에 드러누워 있는 흔치않은 풍경.




갯벌의 규모는 이런 정도. 물웅덩이로 변한 움푹패인 곳 주변에 쌓인 게 전부(?)였다.




그리고 땡볕에 금방 건조되기 시작한 갯벌 위에는 축구 골대로 사용한 흔적이 있는 말뚝 두 개가 덩그러니 놓여있는 모습이다. 우리나라의 갯벌에서라면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풍경. ^^ 
 



하지만 초현실주의 작가 살바도르 달리 등 예술가들이 이곳을 찾게 되면 사정은 달라질 것 같다. 이런 갯벌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몰라도 갯벌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 정도를 갖추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풍경 자체가 비현실적이자 초현실적인 모습으로 다가올 게 분명해 보인 것이다. 




또 어떤 화가들은 늘 보던 검은빛이 도는 짙은 갈색의 갯벌이 연두빛으로 바뀌는 순간, 자신이 반 고흐
(Vincent van Gogh) 처럼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지 착각을 일으킬 정도. 그럴 리가 없지만 바닷가 언덕 위에 서면 날씨에 따라 무한변신하는 갯벌이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그게 다 갈파랫과에 속한 해조류와 밀물과 썰물이 네그로 강과 블랑꼬강을 만나 이루어진 것이라니 누군들 경이로운 생각이 들지않겠는가.
 


오르노삐렌 앞 바다의 갯벌을 이루고 있는 주층은 굵은 자갈이었다.




그 자갈 틈새로 고운 모래와 소량의 갯벌이 차곡차곡 쌓이고 그 위에 해조류가 이끼 처럼 빼곡히 달라붙은 곳. 그 모습이 언덕 위에서 바라보면 황홀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장면들을 두 개의 렌즈를 번갈아 가며 카메라에 담았던 것. 그 중에서도 광각렌즈는 모처럼 빛을 발했다.



드 넓은 장면을 케메라에 담으려면 반드시 필요한 게 광각렌즈. 필자가 지참한 렌즈는 케논에 마운트 가능한 시그마(17-35mm)렌즈. 평소 별로 좋아하지 않는 렌즈였지만 남미일주 때 경험한 엄청난 '바운더리' 때문에 지참한 게 적중했다. 만약 광각렌즈를 지참하지 못했다면 네그로 강가에 펼쳐진 장관은 부분만 찍어나 그저 기억 속에만 오래토록 머물며 아쉬움을 남기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대자연이 연출한 황홀한 풍경


































두 개의 렌즈를 번갈아 가며 네그로 강과 갯벌이 펼치는 풍광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데 참 희한한 행운이 뒤따랐다. 조금 전 마차가 네그로강을 건너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는데 이번에는 소 두마리가 끄는 우차가 네그로 강으로 들어서며 새로운 풍경을 연출해 주고 있었던 것. 우리나라에서 소달구지는 본 적 있지만 생전 소 두마리가 끄는 우차는 본 적 없었다. 전혀 뜻 밖의 이벤트가 이어지고 있었던 것. 어디로 가는 걸까...<계속>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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