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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Hornopiren

물웅덩이에서 비명지른 '삑삑도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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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웅덩이에서 비명지른 삑삑도요 왜?
-오르노삐렌 강 하구 습지에서 발견한 물새알 -




세상의 모든 어미는 다 그런 것일까.

북부 빠따고니아 오르노삐렌의 네그로 강 하구에 봄볕이 작렬하고 있었다.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장마철 같이 오락가락 하던 비와 음습한 기운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안데스 너머에서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고 있는 것. 이런 날씨는 뿌에르또 몬뜨에서 오르노삐렌으로 온 직후부터 계속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변덕스러운 날씨는 오르노삐렌의 풍경을 기막히게 연출해 내고 있었다.

생전 보지도 못한 기막힌 풍경이자 오르노삐렌만 연출해 낼 수 있는 비경이었다. 바람과 구름과 볕이 만들어 낸 대자연의 조화.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넋을 놓고 있었던 것. 우리는 오르노삐렌 앞 바다의 나지막한 언덕 위에서 대자연이 연출한 삼매경에 빠지는 동시에, 눈 앞에 펼쳐진 강 하구 갯벌 속으로 가 보기로 마음 먹었다.





그곳엔 썰물 때만 되면 해조류가 연두빛을 펼쳐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었던 곳. 그곳에서 전혀 뜻 밖의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닥을 다 드러낸 썰물 때의 네그로 강 하구의 습지에서 새 알이 발견된 것. 그곳에는 한 물새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삐삐 삐이 삐 삐이삐이..."

빠르고 날카로운 비명에 가까운 연속음. 처음엔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그 소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다. 그러나 나지막한 습지 위를 통해 갯벌로 다가가면 갈수록 그 소리는 커지고 빨랐다. 기분 나쁠 정도의 새 소리. 그 물새는 물웅덩이 곁에서 이방인의 시선을 빼앗는 경고음이었다는 건 좀 더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알게 됐다.

습지의 작은 둥지 위에 새 알이 발견되면서 그제서야 눈치채게 된 것. 네그로 강 하구 습지에 살던 삑삑도요는, 자기가 낳아 부화를 하고 있던 알로부터 멀어지게 하려고 비명을 질러 침입자의 시선을 빼앗고 있었던 것이다. 대단한 모성애. 세상의 어미들은 다 그런 것인지...그 생생한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 봤다.


오르노삐렌 네그로 강 하구 습지에서 발견한 물새알





숙소에서 네그로 강 하구 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오르노삐렌 국립공원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저 곳은 구름과 안개가 자욱하던 곳.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볕이 얼마나 강하게 내리 쬐던지. 샛노란 풀꽃들의 풀잎 위로 반사되는 볕이 눈부셨다. 네그로 강 하구로 이어지는 비포장 도로를 따라 나섰다.




네그로 강 하구는 습지가 발달된 곳. 그곳엔 크고 작은 웅덩이가 패여 있었다. 습지 언덕을 따라 갯벌로 가 볼 계획.




뒤를 돌아보니 조금 전 지나왔던 오르노삐렌의 전경이 펼쳐지고 있다. 이곳에 머물 때 무시로 나다녔던 길이자 낮익은 길은 바닷가 갯벌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곳은 사전 답사 때 방문해 보고 다시 찾은 곳.




비포장 도로는 강 하구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수정같이 맑은 물이 흐르던 네그로강이 눈 앞에 나타났다.




네그로 강 하구는 이런 모습. 날씨가 화창하게 개이자 말 한 필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언덕 위에서 본 지형으로 봐서 갯벌로 나아가기 위해선 말이 서 있는 습지를 통과해야 했다. 그 너머엔 네그로 강이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닷물이 저만치 물러 간 썰물 때의 강 하구 습지는 광활했다. 




또 바닥을 드러낸 습지와 갯벌 곳곳에는 여기저기 물웅덩이가 생겨나 있었다.




땡볕 아래에서 얼굴을 내민 샛노란 풀꽃들...그 너머 물웅덩이 곁 작은 둔덕을 지나면 갯벌이 나타난다.




오르노삐렌 앞 바다가 내려자 보이는 언덕 위에서 늘 바라만 봤던 갯벌의 정체는 이랬다. 바닷물이 들락거렸던 갯벌에 앙증맞은 하얀 풀꽃이 내밀었는데 참 신기했다. 이 풀꽃들은 밀물 때가 되면 모두 바닷물 속에 잠기는데 용케도 꽃을 피우고 있는 것. 그런 사정은 잔디같이 생긴 풀도 다르지 않았다.




이런 모습. 이곳은 얼마전까지 바닷물로 가득 채워진 곳이이다.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는 강 하구 습지는 주로 이런 모습이었다. 풀들은 갯벌에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고 뿌리는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큰 덩어리를 이루고 있었다. 그 덩어리들이 다시 뭉쳐 습지를 형성하고 있는 곳. 그 위에 발을 딛고 서 보니 스폰지 처럼 푹신거렸다. 그곳을 디녀가며 조심스럽게 갯벌로 이동하고 있는 것.




습지에 갇힌 물웅덩이에 고인 물을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봤다. 짭짤했다.




물웅덩이에 갇힌 물은 바닷물...그 곁으로 네그로 강이 쉼 없이 흐르고 있는 곳. 
 




자연의 생태계가 고스란히 유지되는 너무도 아름다운 곳.
 




그 습지에서 살고있는 풀과 꽃을 피우는 식물이 신기했다. 이 때만 해도 삑삑도요의 경고음이 무엇을 뜻하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런데 한순간 물웅덩이 곁을 지나치다가 발견한 새 알...일부러 찾아나선 것도 아닌데 물웅덩이 곁에서 새 알 세 개가 습지의 풀더미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었던 것. 이랬다.




참 신기했다. 어느 물새가 둥지에 낳은 알이 신기할 일인가. 하지만 이런 풍경을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는 건 행운이 아닌가. 우리곁에서는 쉽게 발견할 수 없는 귀한 풍경이었다. 이때만 해도 비명을 지르듯 울어대는 삑삑도요가 강하구나 갯벌 등지에서 서식하는 '마도요(zarapito)'인 줄만 알았다. 그러나 생김새를 자세히 관찰해 본 결과 삑삑도요(Green Sandpiper,Tringa ochropus)로 추정되는 물새.




삑삑도요의 둥지는 물웅덩이로부터 조금 떨어진 둔덕 곁에 자리잡고 있었다.




물웅덩이 곁 풀더미 위에 알을 낳고 부화를 하고 있던 중 이방인의 침입(?)이 있었던 것이다. 둥지로 다가서자 삑삑도요의 경고음은 절규에 가까웠다. 그제서야 삑삑도요의 울음이 무엇을 뜻하는 지 알게 된 것. 둥지로부터 시선을 빼앗으며 멀어지게 하려했던 삑삑도요의 모성애.




멀리 도망가지도 않고 지척에서 웅크리고 있는 물새 한마리...고개를 돌려 부리가 짧게 보이지만 삑삑도요가 분명해 보였다.




그녀는 구름이 걷히고 볕이 나는 순간 산란을 하고 부화를 하고 있었던지 둥지 위로 땡볕이 작렬하고 있었다.

"알았어. 알았다니까. 그냥 갈 게...미안하다꾸나..."




둥지로부터 멀어지자 그제야 안심했는지 그녀는 더 이상 경고음을 보내지 않았다.




삑삑도요의 먹이는 연체동물이나 곤충, 갑각류, 거미, 지렁이 등을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둥지는 자기가 짓지않고 다른 새들이 쓰다 버린(?) 둥지를 이용해 산란을 한다고 알려져 있는 데 오르노삐렌의 네그로 강 하구에 살고있던 그녀는 풀더미 위에 알을 나아 부화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세상의 어미들은 다 같은지...네그로 강 하구 습지 물웅덩이 곁에는 삑삑도요가 알을 품고 있었다.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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