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동산에서 컵라면 먹는 학생들
-애기똥풀과 야간자율학습 하는 학생들-
애기똥풀이 곱게 핀 서울의 어느 산기슭...
Boramirang
애기똥풀이 곱게 핀 서울의 어느 산기슭...
산기슭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배수구를 따라 약수터로 가는 길. 이곳은 인적이 드문 곳이다. 사람들은 감추어진(?) 이 길 보다 주등산로를 따라 산으로 다닌다. 굳이 이 길을 택한 이유는 봄꽃을 카메라에 담아보기 위해서였다. 응달진 산기슭에는 뒤늦게 매화꽃이 만발해 있었고 개나리 울타리가 샛노란 꽃잎을 내놓은 곳. 호기심에 이끌려 이곳을 들렀는데 그곳에서 세 명의 고등학생들을 만나게 됐다. 이 학생들은 배수로에 걸터 앉아 컵라면을 먹고 있었다. 얼굴 모습을 보니 아직은 앳되 보여 고3은 아닌듯. 곁으로 다가서며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얘들아 컵라면 맛있니?...^^"
"네 맛있어요. (후루룩)...^^ "
"얘들아 컵라면 맛있니?...^^"
"네 맛있어요. (후루룩)...^^ "
학생들 곁에는 애기똥풀이 노랗게 피어있었다. 그래서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한마디 더 거들었다.
"얘들아 이 꽃 이름이 무엇인지 아니?..."
"(후루룩)...잘 모르겠는데요..."
"아...애기똥풀요. ^^ "
한 학생이 애기똥풀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웃으며 대답했다.
"이 담에 박물학자가 되겠구나...^^ "
"얘들아 이 꽃 이름이 무엇인지 아니?..."
"(후루룩)...잘 모르겠는데요..."
"아...애기똥풀요. ^^ "
한 학생이 애기똥풀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웃으며 대답했다.
"이 담에 박물학자가 되겠구나...^^ "
그건 나혼자만의 생각을 말했을 뿐이었다. 그때였다. 애기똥풀 이름을 잘 모르겠다고 대답한 한 학생이 전혀 뜻밖의 말을 꺼냈다.
"아저씨, 죄송해요. 컵라면을 먹을 때가 마땅치 않아서요."
미안했던 건 나. 그냥 지나치기 미안해 아는 척 했던 게 학생들을 오히려 불편하게 만들었던 모양이다. 이 학생들은 자기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아무런 의식도 가지지 못했다. 학교가 야간자율학습을 시켜놓고 아이들을 산기슭에 내팽개친 꼴이다. 학생들이 컵라면을 먹는 이곳 외에도 저녁나절이 되면 편의점 근처에서 라면으로 저녁을 때우는 아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아저씨, 죄송해요. 컵라면을 먹을 때가 마땅치 않아서요."
미안했던 건 나. 그냥 지나치기 미안해 아는 척 했던 게 학생들을 오히려 불편하게 만들었던 모양이다. 이 학생들은 자기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아무런 의식도 가지지 못했다. 학교가 야간자율학습을 시켜놓고 아이들을 산기슭에 내팽개친 꼴이다. 학생들이 컵라면을 먹는 이곳 외에도 저녁나절이 되면 편의점 근처에서 라면으로 저녁을 때우는 아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야간자율학습이라는 이름으로 구속된 우리 아이들의 슬픈 현실에 대해 그 누구도 고민하지 않는다. 학교당국이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고, 교육당국이 이런 학생들의 불편부당한 모습을 방관하고 있는 게 너무도 자연스러운 나라다. 겉으로는 자율학습이라는 꼬리표를 달았지만 누가봐도 타율학습인 것. 그렇다면 학교에 마련된 식당문을 열어놓고 학생들이 그곳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한 방법 아니겠나.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모처럼 학교 정문을 빠져나와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구입하고 산기슭 구석진 곳에서 컵라면을 먹는 게 더 자유스러워 보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 학생의 대답을 들어보면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었다. 컵라면 조차 먹을 장소가 마땅치 않았던 것...참 답답한 나라. 참 답답한 교육당국. 참 답답한 선생님들. 참 안타까운 학부모님과 학생들...우리 아이들이 왜 이런 대우를 받고 자라야 하나.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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