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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IAGO

산티아고에서 만난 특별한 차림의 노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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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철학자 혹은 패션종결자
-산티아고에서 만난 특별한 차림의 노숙자-



그는 무슨 생각에 잠긴 것일까.

언뜻 봐도 남루한 차림의 복장은 세상에서 단 한 벌 밖에 없는 옷 같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잘 몰랐지만 가까이 다가온 그의 복식은 대형 비닐봉지을 이용한 '걸인패션'이라고 불러야 할까. 큰 봉지에 구멍을 내고 몸을 숨긴 그는 노숙자가 틀림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그의 겉모습일 뿐 아침 햇살을 받으면 천천히 걷거나 깊은 생각에 잠긴 그의 표정을 보면 철학자 같은 풍모. 이곳은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의 리오 마포쵸 강 옆에 위치한 한 공원. 보기에 따라 패션종결자 혹은 거리의 철학자로 불러야 마땅할, 그를 만난 장소로 이동해 본다. 




아침에 일어나면 산책을 하던 공원으로 가는 길.
 리오 마포쵸 강을 가로질러 만들어 둔 다리다.




그곳은 늘 조용했으며 아침 산책을 즐기기엔 더 없이 좋은 곳이었다. 특히 이 공원에서 발견된 도토리는 여행자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한국에서 자주 봐 왔던 도토리와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나무 줄기와 이파리는 전혀 다른 모습. 그곳에선 도토리가 막 여물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 공원 한쪽에서는 여행자들 내지 이곳의 젊은이들이 텐트를 쳐 놓고 야영을 하고 있었다.




일어날 시간이 한참 지나보이지만 도무지 일어날 생각 조차 하지않는 것 같다.




텐트를 보아하니 좋은 재질로 만든 텐트이자 값이 꽤 나갈 듯한 텐트가 공원 한쪽을 점령하고 있다.




이들로부터 지척에 도토리 나무들이 아침햇살을 받고 있는 평화롭고 조용한 아침




그곳에서 생전 처음 보는 복식을 잘(?) 차려입은 노숙자 한 분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를 맨처음 만났을 땐 한 손에 뭔가를 들고 빠르게 또는 느리게 걷는 장면이 목격됐다. 처음엔 그가 큼직한 외투를 걸치고 있는 듯 했다. 그러나 공원 벤치에 앉아 그의 모습을 살펴보는 동안 그의 차림이 '비닐봉지 패션'이라는 게 금방 알게 됐다. 검은 비닐을 이용해 겹겹이 외투를 만들어 입고 팔까지 감쌌으며 머리에는 터번까지 둘렀다. 아마도 이 분이 목욕을 자주해 꼬질꼬질한 모습만 아니었다면, 유명 패셔니스타 내지 디자이너 같은 풍모였을 것.

하지만 누가 봐도 그는 거리의 노숙인. 그런 그가 한순간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아마도 그는 일교차가 큰 이 도시의 날씨를 이겨내기 위해 아침운동을 통해 몸을 풀었을 것 같았지만, 바쁘게 걷던 걸음걸이가 속도를 늦추자 '생각하는 존재'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positive thinking mode on!!...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철학자이자 수학자이며 물리학자였던 데카르트는 똥파리 한 마리 때문에 오늘날 수 많은 학생들을 입시지옥에 몰아넣었던(?) 당사자. 그는 그 유명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하는 '말 되는 말'을 남긴 유명한 사람. 살아있는 인간이 생각을 할 수 없다면 존재의미 내지 가치를 상실한 것. 데카르트가 만들어낸 <좌표평면>은 우연히 떠올린 기발한 생각 때문이었다.

데카르트는 어느날 군대 막사 누워 바둑판 모양의 천정을 바라보고 있는데 천정에 똥파리 한 마리가 기어다니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 것을 본 테카르트가 좌표평면을 착안했다는 놀라운 이야기. 주지하다시피 좌표평면은 직교좌표나 평행좌표의 정하여진 공간에 있어서 두 좌표축(x,y)을 포함한 평면함수의 필수요소로서 대수학과 기하학을 연결해 주는 고리. 보통사람들 같으면 그냥 지나칠 똥파리 한 마리가 데카르트의 머리 속을 생각하는 존재로 만들었던 것.




그렇다면 산티아고의 한 공원에서 공원을 천천히 배회하는 당신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그는 어느새 공원을 몇 바퀴째 돌고 있었고, 곁에서 그의 모습을 안스럽게 바라보는 동시에 그의 생각을 엿보고 있었다. 그의 생각을 엿보려면 그와 같거나 비슷한 처지로 (생각을)변신해야 할 것. 그래서 일교차가 큰 이 도시의 날씨와 당신의 사회적 위치를 감안해 비닐패션의 정체에 대해 평범한 결론을 내리고 돌아섰다.




지금 거리의 철학자인 당신에게 주어진 당면 과제는 추위였다. 곧 가을이 되고 겨울이 닥치게 될 것. 그 땐 이 도시의 음산한 기운이 뼈 속까지 사무치게 된다는 게 이 도시에 오래토록 산 사람들의 증언이다. 비록 바람은 적지만 냉장고 속같은 찬 기운이 우기내내 당신의 존재를 위태롭게 만들 것. 따라서 보다 실용적이고 발전적인 아웃도어(?)가 요구되었을 것 같다. 텐트 속에서 늦잠을 자며 잠 속에 생각을 묻고 사는 사람들과 달리 그의 처지는 다급했을 것. 사진 몇 장을 남기긴 했지만 이를 바라보고 있는 여행자는 여전히 우울모드. 여행자의 생각은 겨우 그 정도였을 뿐, 당신의 숨겨진 철학에 대해선 알 수 없었다. 




다만, 한가지 확실해 보였던 것...




노숙자는 생각한다. 고로 (공원에서)존재한다.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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