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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온 山들

산으로 온 '부자' 너무 아름다워!

산으로 온 '부자' 너무 아름다워!


주말이 아닌데도 청계산에는 산행을 하는 사람들로 술렁이며 자동차는 주차할 자리를 찾기 힘듭니다.
오늘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하려면 적어도 주말이 돼야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서울 근교의 산들은 동네 뒷산과 같아서 특별히 산행복장을 하지않아도 쉽게 다녀 올 수 있는 곳인데
오늘따라 유난히도 평상복을 한 산행객들이 많이 보입니다.공휴일이었습니다.



아빠가 아들의 발을 주물러 주고 있습니다. 마냥신난 아들넘...^^


봄비가 오신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하늘은 잔뜩 찌푸렷지만  우비를 준비한 사람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가운데
온통 꽃천지가 된 산길로 부지런히 발길을 옮기는 사람들 틈에
 '父子'도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나누며 힘든줄도 모르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얼핏 보아도 부자간인지 알 수 있는데
우선 아빠와 아들의 머리스타일이 찐빵을 닮았습니다.
쏙 빼 닮은 외모와 머리스타일은 부자지간이 아니라고 박박 우겨도 믿을 사람은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아빠를 따라나선 아들의 몸짓이 너무도 가벼워 보입니다.

청계산은 600m가 채 되지 않는 산이지만 산행을 처음하는 사람이면 숨이차는 곳입니다.
하지만 아들은 재잘거리며 아빠와 산행을 하는 것이 너무도 즐거운 모양입니다.
그래선지 아들은 피곤을 감추는 듯 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아빠와 목욕탕을 드나든지도 오래된 것 같기도 했습니다.
아빠가 저 맘때면 아이들 얼굴 한번 보기 힘들 정도로 바쁜 사회인이기 때문입니다.


아들넘은 신났습니다. ^^


요즘은 아이들에게 있어서 지옥이나 다를바 없는 세상입니다.
엄마는 엄마대로 바쁘고 아빠는 아빠대로 바쁜 세상입니다.

그렇게 살지 않을 경우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각종 트렌드를 따라잡는 것은 고사하고 흉내도 내지 못합니다.
특히 아이들이 아빠를 볼 수 있는 시기는 젖먹이 때를 제외하고는 쉽지 않은데,

아이들이 커 가면서 아빠는 '돈버는 기계'로 전락하고
아이들은 '기러기 아빠'를 둔 고아 아닌 고아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는데 오늘 때마침 공휴일이 되었습니다.
다른 날은 공휴일이 되어도 회사직원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많았고
그 시간들은 할 수 없이 어울린 시간이지만 아이들에겐 너무도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이나 아이들 엄마조차도 그 시간 만큼은 가족들과 함께 보내고 싶은 귀중한 시간인데
언제부터인가 휴일 조차도 직장과 관계된 일로 보내라는 주문이 많아졌던 것입니다.

'단합대회'란 이름으로 아빠는 휴일이 되어도 늦은밤에 집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아이들이 맑게 깬 얼굴을 보기 힘들었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아빠의 환한 얼굴 한번 제대로 볼 수 없었습니다.



청계산에 온 아빠도 아빠를 따라 온 아들도 이 시간이 너무도 소중한 시간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빠는 아빠대로 아들이 하지 못한 그간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아들은 아들대로 아빠가 하는 이야기에 귀를 종긋 세우며 쫄랑거리고 산행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재잘거리던 아이의 입에서 생뚱맞은 소리가 튀어 나왔습니다.

"...아빠!...아빠는 투표안해?..."

아빠는 망설이지도 않고 바로 아들의 물음에 답했습니다.

"...응!...난...너하고 있는게 너무 좋아!...아빤...지금이 젤 행복하단다!..."

아들은 머쓱해 하며 잠시 말을 하지 않고 있다가 금방 말을 이었습니다.

"...아빠!...투표는 왜해?..."



"...응...나라에도 살림을 살아야 하는데 우리 국민들이 다 살림살이에 참석하지 못하니까 대표를 뽑는 게 선거란다."

"...그럼 아빠가 대표하면 되겠네?..."

"...아빠는 그거말고...회사일에 대표잖아..."

'...아빠는 사장이 아닌데?..."

"...사장이 회사일 다하는 거 아니야..."

"...아빠가 하는일이 그렇게 중요해?..."

"...그래!...아빠가 없어도 회사는 돌아가지만 아빠가 있으면 더 잘 돌아가지..."

"...힝! ^^~~~..."

"...아!~ 그래서 아빠가 그동안 나랑 못놀아 줬구나!?..."

"...그래...그래서 아빠가 니 한테 늘 미안하단다."

"...히!~~~^^..."


 

아들넘은 신났습니다. 그 힘든 산길을 이리저리 촐랑대며 기분이 좋아서 어쩔줄 모르다가
하산을 하는길에 걸음이 느려졌습니다. 그래도 그 녀석은 표시를 내지 않았지만 아빠가 그걸 모를 리 없습니다.

'...힘들지?..."

:...응...아빠...조금...ㅠ..."

그녀석은 혹시라도 아픈 시늉을 했다가 다음 기회에 그나마 산행을 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빠는 오늘 투표를 하지않은 게 틀림없었습니다만
 차마 곁에서 투표를 하란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습니다.(하산후에 투표는 했겠죠? ^^)

모처럼 총선이란 이름으로 만들어진 '공휴일'이 아빠와 아들을 친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사회의 너무도 아픈 모습이었지만,
 저는 저들 父子간을 보면서 너무도 아름다운 富者를 본 하루였습니다.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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