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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온 山들

설악산 단풍놀이 속사정은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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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단풍놀이 속사정은 이랬다
-쾌감은 짧고 고통은 길었던 설악산 단풍놀이-



단풍놀이 잘 다녀오셨나요...기분 어떠셨나요?


단풍놀이는 정말 색다른 놀이가 틀림없다.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알록달록한 색깔이 지천에 널려있고 높은 산에서 내려다 보는 단풍은 마치 선계에 다다른 듯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입을 딱 벌리게 만든다. 숲들이 1년에 단 한 차례씩 펼치는 지상 최대의 향연이다. 사람들은 가을이 되면 그 축제에 참석하고자 너도 나도 배낭을 메고 산으로 오른다. 높은 산, 낮은 산, 유명한 산, 동네 뒷산, 가리지 않고 단풍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간다.


 고사목 뒤로 보이는 봉우리가 설악산에서 제일 높은 대청봉(1708m)이다.

그런데 막상 단풍놀이에 나서면 단풍놀이에 취한 것 보다 온 몸이 들쑤시는 고통 때문에 정신이 얼얼할 지경일 것이다. 단풍놀이는 잘 갔다 왔지만 후유증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평소 동네 뒷산 정도 수준에서 발품을 팔았다면 설악산의 경우 최소한 1300m~1700m 정도의 고도를 높이는 산행을 반복해야 하므로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그러나 그런 기분은 목표한 장소에 다다르게 되면 어느덧 눈녹듯 사라지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단풍놀이나 산행이었다 할지라도 '쾌감은 짧고 고통은 긴 법'이다. 단풍놀이 내지 산행이 가진 속사정은 주로 그런 것 같다.


 
지난 10월 1일, 2박 3일 일정으로 다녀온 설악산 단풍놀이에서도 속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우리 일행이 중청봉에 다다라 잠시 휴식을 취한 후 희운각을 이동하는 데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였다. 곁눈질로 보니 우리를 뒤따라오는 사람들은 전혀 피곤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분들을 위해 길을 비켜주며 그들의 호흡을 들어보면 '끙끙' 거리는 듯한 소리가 절로나오는 듯 하다. 단지 피곤함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 너나 할 것 없이 체력을 쥐어짜며 목적지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라고나 할까.
 



 
소청에서 희운각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매우 가파르다. 다행히 최근에는 고무판을 깐 철제계단을 만들어 두어 예전의 깔딱고개 보다 하산하기 쉬운 편이었다. 특히 천천히 하산하며 철제계단 난간에 기대어 서서 좌우로 펼쳐지는 풍광을 살펴보면 설악의 풍광이 하산길을 붙들고 놔주지 않는다. 그러나 계획한 시간에 산행을 마쳐야 하므로 부지런히 발길을 옮겨야 한다. 그게 쉽지않은 일이다. 하산 할 때가 더 힘들다는 게 그저된 게 아니다. 이미 고갈된 체력으로 체중과 배낭의 하중이 전부 실린 다리는 후덜덜 거린다.

 



단풍놀이도 좋고 산행도 다 좋다. 그러나 그 시간 만큼은 어디선가 푹 쉬고 싶은 것이다. (가야 돼 그러나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지쳤어.) 그때 하필이면 등산로 옆 고사목에 눈길이 닿았다. 희운각이 저만치 바라보이는 곳 등산로 옆에 내 심정을 그대로 대변한 듯한 고사목 때문에 씨익 웃고 말았던 것이다. 한순간에 피곤이 싹 사라지게 만든 희한한 형상이 내 눈앞에서 단풍놀이 속사정이 어떠한 지 보여주고 있었다.정말 눈이 튀어나올만 했다. 오죽하면 전문가들이 가을 산행에 조심하라고 했을까.




산행시 알아두면 유익한 정보
 

등산 전문가와 전문의 등에 따르면 등산(산행)은 허리 근육과 복근을 강화해줄 뿐만 아니라,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효과와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낮추고 운동부족으로 오는 만성 질환을 예방할 수 있으며, 기분 전환에 좋은 점 등 수많은 장점이 있다. 그러나 평소에 꾸준히 운동을 하지 않는 분이 기분에 들떠 충분한 준비 운동 없이 장시간 산행을 할 경우 허리통증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산행은 오르는 게 더 힘들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설악산 등 장시간 동안 산행을 하는 경우 정말 힘든 구간은 하산 할 때이다. 부상은 주로 이때 발생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하산 할 때는 등산시보다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고, 특히 하산시에 척추 및 관절에 오는 충격이 등산시보다 매우 크기 때문이다. 하산시에는 자기 체중의 최대 9~10배나 되는 강한 충격이 척추 및 관절에 가해 질 수 있다. 이런 충격 때문에 평소 척추 및 관절에 근육이나 인대가 약한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또 등산 시에는 허리가 앞으로 구부러져 디스크나 협착이 있어도 신경 압박이 심해지질 않는데, 반대로 내려올 때는 허리가 뒤로 젖혀져 디스크가 있거나 협착이 있을 경우 신경 압박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의의 진단 결과다. 




저질체력 등으로 겪은 하산시 느낀 고통

 
이런 결과는 한 때 설악산이 좋아 무리한 산행을 감행한 글쓴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평소 동네 뒷산을 오르내리며 체력을 다진 듯 했지만, 1박 2일 동안 이어진 산행에서 무리가 따랐는 지 대청봉을 지나 오색으로 하산하던 중 갑자기 무릎에 굉장한 통증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 통증이 얼마나 강했던 지 마치 무릎연골이 다 닳아 없는 듯 했다. 따라서 하산 중에 한걸음 한걸음 발을 내 딛는 게 어려울 정도였다. 그런 사정도 모르고 앞만 보고 먼저 하산했던 안사람보다 2시간은 더 늦게 하산했을 정도이므로, 그 고통은 짐작이 갈 것이다. 그 때 가파른 등산로를 게가 걷듯 옆으로 옆으로 한 발자국씩 내 딛은 끔찍한 생각이 소청에서 희운각으로 하산하는 구간에서 든 것이다.



 
이날 하산할 때도 여지없이 한 분이 절뚝거리며 글쓴이가 겪은 고통을 호소하며 아내의 부축을 받아 천천히 천불동계곡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다. 아마도 그 분도 평소 늘 염두에 둔 산행시 주의사항이었겠지만 그게 자기에게 적용될 줄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그 이유는 평소 자기체력과 운동량을 감안하지 않은 무리한 산행결과이자 하산시에 생긴 부작용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희운각이 코 앞 계곡에 나타날 즈음 눈에 띈 괴상한 표정의 등산로 옆 고사목을 보니 불현듯 그 때 생각이 나며 씨익 웃게 된 것이다. 




정말 한순간 피로가 싹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의 처지를 알아줄 단 하나의 표정...그게 하필이면 눈이 튀어나온 듯한 표정이라니. 설악산(단풍놀이)가 얼마나 좋았으면 그 지경에 이르도록 인내를 거듭한 것인 지, 소청봉에서 희운각 구간 까지 하산 하면서 카메라에 담은 풍경을 마저 감상하시면서 글을 맺도록 한다.


이 맛에 설악산으로 간다 


 

소청봉에서 희운각으로 이동하는 등산로에서 눈을 돌려 숲 속을 바라보면, 저편(오른쪽) 골짜기로 알록달록한 오방색 단풍이 눈을 어지럽힌다. 마치 알파카에 염색을 한 듯한 또렸한 오방색이 뷰파인더로 들어온다. 우리 선조님들은 이런 빛깔을 바라보며 색동저고리를 지었겠지. 지금 까지 봐 온 풍경들은 소청봉에서 희운각으로 이동하면서 촬영한 풍경들이자, 아래로 이어지는 풍경들은 하산하면서 주로 눈에 띈 풍광들이다.
 



아름답다.




정말 아름답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우리 새끼들 같은...




저 아래 희운각산장(대피소)이 보인다. 희운각 산장은 구름도 쉬어 갈 만큼 기뻐하는 곳이자 내설악의 매력에 빠진 등산객들이 한번쯤은 거쳐가야 설악의 제 맛을 알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희운각은 공룡능선이나 천불동계곡, 소청봉, 대청봉을 이어주는 베이스 켐프의 역할을 충실히 담당하는 곳이다.

희운각은 한국산악회 소속 '제1기 에베레스트 원정대'가 히말라야 원정을 위해 '죽음의 계곡(옛지명 반내피)'에서 등반을 하던 중 1969년 2월 14일 계곡의 막영지에서 눈사태를 당하여 전원(10명)이 사망하게 되었다. 이 사고 이후 희운(喜雲) 최태묵(崔泰默, 1920~1991 경북청도))선생이 이곳에 대피소를 세우면 이러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본인의 사재를 들여 지금의 이 자리에 대피소를 건립한 것이다. 그런 연유로 희운 선생의 호를 따서 지금까지 이곳을 희운각으로 부르고 있다. 소청에서 하산하고 있는 우리의 다음 목표가 희운각이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소청봉에서 희운각으로 이동하는 등산객들. 이분들도 다리가 후덜덜 거릴까.
 



희운각이 가까워 질수록 절세가경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된다.
 



설악산 깊숙한 곳으로 발을 들여놓게 되며 느낄 수 있는 별천지.




멀리 공룡능선의 1275봉이 손에 잡힐듯 가깝게 보이고 만산홍엽의 자태가 드러나 보인다. 










등산로 곁 벼랑 옆에서 점심을 준비중인 두 분의 모습이 아름다워 양해를 구해 한 컷 남겼다. 뜨거운 물을 담아와 컵라면을...꿀맛일 게다.
 






사람과 단풍이 하나로...




희운각이 가까워졌다. 털래털래 다리가 다 풀린듯한 한 분...동병상련이란 이럴때 쓰는 말. ㅜㅜ 







우리가 힘겹게 내려온 산을 오르는 사람들...우리가 산을 오를 때도 이런 차림이었으니 억 소리가 절로 날 법 하다.
 



희운각이 가까워지자 천상의 나라를 방불케 할 만큼 아름다운 길...이곳에서 문제(?)의 장면과 마주쳤다.
 



나의 심정을 대변해 줄 딱 알맞은 표정 하나. 눈알이 튀어나온 듯한...ㅋ 정말 피곤이 싹 가셨다.
 



먼저 하산해 기다리는 안사람...
 



양희은 선생이 노래한 <한계령>의 원작시자 '한사 정덕수' 선생이 안사람과 함께 먼저 하산해 휴식을 취하고 있다. 희운각이 코 앞이다.
 



여기서 내려서면 희운각...



숲 사이로 희운각이 빼꼼히 드러나 보인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 것 같았던 하산 길에 나타난 반가운 장면이다.
 
















쾌감은 짧고 고통은 길게만 느껴졌던 산행길을 잠시 쉬게해 줄 풍경과 희운각이 눈 앞에 펼쳐졌다. 우리는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공룡능선 신선암에 올라 설악산 최고 비경을 맞이하게 될 예정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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