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국민들을 속이고, 국무총리가 국민들을 속이고, 군이 국민들을 속이고, 검찰이 국민들을 속이고, 경찰이 국민들을 속이고, 신문이 국민들을 속이고, 방송이 국민들을 속이고,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속이고, 온통 서로 속이는 사람들이 한데 뭉쳐사는 이상한 나라...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이틀 전 한 보도를 접하면서 사람들이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 대해 거는 기대감이 무엇인지 다시한번 실감하게 됐다. 합참이 다시금 국민들을 속인 게 드러난 것이다. 최소한 천안함 침몰사건 이후 두 번째 접하는 황당한 사건이었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북한군의 한 병사가 우리측 동부전선 최전방 'GOP생활관(내무반)'의 문을 두드린 후에야 귀순사실이 파악됐다는 것이다. 만약 북한군 병사가 나쁜 의도로 'GOP내무반'에 잠입했다면 경계근무자를 믿고 깊은 잠에 빠져있던 우리 병사들이 화를 당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
북한군 귀순 병사는 북한의 철책을 너머 탈출해 3시간 만에 우리측 GOP내무반 까지 오는 과정에서 우리측이 전혀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관련 부대는 이 사실을 은폐한 채 "소초에 설치된 CCTV로 북한군 병사를 확인했다"는 거짓 보고를 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6일간 은폐되고 있었는 데 정승조 합참의장도 지난 8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CCTV를 통해 신병을 확보했다"고 답변한 바 있다.
하지만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의 현장조사 결과 이런 내용의 해당 부대 최초 보고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군이 허위보고를 통해 국민들을 속인 황당한 사건이자, 천안함 침몰사건 이후 거짓말을 당당하게 하는 나쁜 습관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특히 군당국은 대선 시즌을 통해 북한군의 기강해이를 보여주는 귀순은 공개하는 한편, 우리 군이 경계태세의 허점을 드러낸 북한군 귀순은 공개하지 않아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 등에 대해 저울질을 하고 있는 '정치군대'의 인상을 강하게 풍기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군을 믿고 정부를 믿고 정치인들을 믿고 언론을 믿고 검찰을 믿는 등,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믿고 의지해야 할 조직들이 총체적으로 썩어자빠진 모습이 2012년 대선을 앞 둔 대한민국의 현실인 것이다.여간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사정은 이명박 정부에서 도드라져, 지난 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 00분 서해 백령도 앞 바다에서 작전 중에 배 밑바닥에 구멍이 뚫리는 등 불행한 사건으로 침몰한 천안함 침몰사건에서는 합참이 국민들을 속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거짓말쟁이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도운 바 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합참 등은 천안함이 침몰한 직후 소집한 긴급안보장관회의에서, 천안함이 좌초나 잠수함의 충돌 대신 북한의 잠수정이 <1번어뢰>를 발사해 폭침된 사건으로 국민들께 널리 허위보고한 사실이 있다. 물론 이명박 정부는 허위사실로 날조된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를 통해 천안함 사건이 북한에 의해 폭침된 것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사고 이틀 후(2010년 3월 27일)에 임시로 소집(제288회 국회 임시회)한 '국회국방위원회 (제1차)회의록'에 따르면 합참(합동참모본부 정보작전처장 이기식 준장)이 고의적으로 이 사건을 왜곡.은폐하고 있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었던 것이다.
국회국방위원회 회의록에서 이기식은 보고를 통해 "...선저에 파공이 발생하였으며(배 밑바닥에 구멍이 뚫렸으며) 파공으로 침수가 발생하면서 배가 침몰되었습니다."라고 분명히 보고했다. 이기식은 국회국방위 보고와 답변에서 천안함이 또다른 충격에 의해 침몰된 사실은 일찌감치 빼 두고 조작 가능한 복선을 통해 '북한의 잠수정과 폭발'이라는 키워드를 등장시키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예컨데 김장수 의원이 "...그러면 어뢰 공격인데 잠수정이나 반잠수정에 의해서 의뢰 공격 가능하지요?"라고 묻는 질문에 이기식이 "예 가능합니다."라는 답변에 잘 나타나 있다. 임시로 소집된 국회국방위는 이명박 대통령이 소집한 긴급안보장관회의 직후에 열렸고, 이날 이후 천안함 사건의 침몰원인은 신문과 방송에서 일제히 사고 초기에 보도된 것과 다른 사실로 보도되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와 군이 언론과 '짜고 치는 고스톱'이 연출된 것이라고나 할까.
이명박 정부의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잠수정이 우리 초계함(천안함)을 폭침 시키고 유유히 사라지는 동안 아무런 조치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합참(우리 군)은 경계근무에 실패하며 46명의 꽃다운 청춘이 목숨과 초계함을 잃게 된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당시 국방부장관이었던 김태영 국방부장관 등 관련 당사자들은 즉시 군법에 회부하여 책임을 묻는 등 일벌백계하고, 대통령 등 관련 공무원 등은 두 손을 똥파리 손 비비듯 빌며 국민들 앞에 석고대죄해야 마땅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전혀 일어나지도 않았고 천안함의 함장 조차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다. 잠수함 잡는 초계함이 북한의 잠수함이 발사(?)한 어뢰에 피격되었지만 아무런 조치도 하지 못하는 나라. 그렇지만 천안함 사건의 침몰원인에 대해 널리 알린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단 민간위원은 오히려 고소하는 나라. 참 이상한 나라 아닌가. 따라서 대통령이 국민을 속이고 국무총리가 국민들을 속이고, 군이 국민들을 속이고, 검찰이 국민들을 속이고, 경찰이 국민들을 속이고, 신문이 국민들을 속이고, 방송이 국민들을 속이고,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속이는 등 총체적으로 썩어 자빠진 대한민국의 정치판 때문에, 국민들이 갈 곳을 잃고 새로운 정치판 짜기에 여념하며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에 열광하고 있는 것 아닌가.
대한민국이 총체적 위기에 빠진 이런 상태에 대해 안철수 후보는 괘도를 벗어난 아폴로13호에 비교하며 아폴로13호가 본 괘도에 오를 수 있는 조치와 같은 '정치적 개혁'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정당정치 구조상 무소속(정당)의 대통령이 선정을 펄치기란 쉽지않다. 그러나 야권의 민주당(문재인 후보)를 중심으로 보다 합리적인 절충안을 마련하게 된다면, 국민들이 열망하는 새로운 정치를 하지 못하라는 법도 없을 거 같다. 그리하여 국민들의 바람과 전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던 정치판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 이명박 정부에서 보여준 더 썩을 곳 없는 부패정치가 이 나라 이 땅에서 자리잡지 못하도록 철퇴를 가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다 아시는 격언 한마디로 글을 맺는다. 우리가 잘 아는 맥아더 장군은 '작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 이런 명언에 대해 군대 근처도 안 가 본 대통령이 알 수 없을 것이나, 국민들이 다 잠들어 있는 야심한 밤에 철책을 넘어 귀순해 온 북한군 병사 조차 발견하지 못한 군지휘관(군대)은 물론, 국민들을 속이기에 바빳던 합참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는 거 아닌가. 정부와 군 등 국가의 기관들은 오로지 국민을 위한 조직이었건만, 어쩌다 국민들이 오로지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이상한 나라가 됐는 지. 참 이상한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