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4) 오전 새누리당 박근혜('그녀'라 부른다)의 과거사 망언과 관련한 기자회견이 새누리당사에서 있었다. 그녀의 기자회견이 궁금했다. 그녀가 입만 열었다 하면 다수 우리 국민들의 정서에 반하는 발언으로 또다른 문제를 낳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새누리당 대변인 김재원이 그녀의 대선 입문에 대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을 위해 정치하는 것"이라고 말했겠는가. 김재원의 발언을 참조하면 새누리당의 분열이 눈 앞에 보이고 다시는 되돌아 갈 수 없는 강을 건넌 거 같기도 했다.
어쩌면 김재원의 발언은 그녀로 하여금 역사적 인식의 전환을 통해 끝도없이 곤두박질치는 지지율을 끌어올리던 지 유지 시켜보려고 한 자구책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녀는 역사인식 문제는 고사하고 사람들로 부터 얼음공주 내지 수첩할미로 불리우며 남의 말 안 듣기로 유명한 그녀가, 대선에 패하는 건 문제가 안되는 데 새누리당이 동반 추락하는 게 너무도 억울(?)했을 지, 한마디 한 게 덜컥 기자들이 파리떼 처럼 꼬여들어 시중의 웃음거리 내지 비난의 대상으로 재등장 한 것이다. 그녀의 과거사 정리 기자회견이 그런 시츄에이션에 등장했으니 그녀는 과거사를 놓고 석고대죄해도 시원찮았을 것이다.
그러나 석고대죄는 커녕 그녀의 과거사 망언 등에 대한 역사적 인식을 살펴보니 자기변명 외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다. 아니 역사적인식은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전 보다 더욱더 큰 문제를 만들며 향후 대선 행보에 적신호 이상의 문제점을 남기고 있었다. 그녀는 인혁당사건 등 과거사에 대해 겨우 '과거사 논쟁' 정도로 여기는 한심함을 연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새누리당을 새머리당 쯤으로 비하시키는 이유를 그대로 노출 시키며 '새머리' 후보를 연상시킨다고나 할까.
그녀는 미래의 대통령 후보 (위신)보다 오히려 과거사에 매달려 부모의 공덕을 기리거나 찬양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연출한 게 오늘 오전 기자회견의 핵심으로 사료되는 것이다. 이쯤되면 기자들로 부터 다시금 새누리당 대변인 김재원의 발언을 끄적이게 만들 것 같다. 김재원은 이틀전 기자들에게 술에 취해 "병신 같은 XX들"이라고 발언하며 멘붕상태에 도달한 모습을 보였으니 말이다. 그녀의 뚜렷한 역사관 내지 자기변명이 담긴 기자회견문 전문을 통해 그녀는 물론 새누리당이 동반해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는 이유를 실감해 보시기 바란다.
그녀, 과거사 관련 기자회견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한 아버지의 딸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제 18대 대통령 후보로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과거사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이번 대선이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비전과 민생정책을 놓고 경쟁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습니다. 그런데, 과거사 논쟁으로 인해 사회적인 논란과 갈등이 지속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많은 고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자녀가 부모를 평가한다는 것, 더구나 공개적으로 과오를 지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상, 이 부분에 대해 보다 냉정하고 국민과 공감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우리 현대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세계가 인정하듯이, 건국이후 반세기만에 산업화와 민주화에 동시에 성공한 나라는 우리 대한민국이 유일합니다. 저는 이러한 성취를 이루어낸 우리 국민들이 정말 자랑스럽고 고맙습니다. 하지만, 압축적인 발전의 과정에서 많은 상처와 아픔이 있었고, 때론 굴곡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1960~70년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께서도 잘 아시듯이 60~70년대 우리나라는 보릿고개라는 절대 빈곤과 북한의 무력위협에 늘 고통을 받고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한테는 무엇보다도 경제발전과 국가안보가 가장 시급한 국가 목표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적적인 성장의 역사 뒤편에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고통받은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고, 북한에 맞서 안보를 지켰던 이면에 공권력에 의해 인권을 침해 받았던 일도 있었습니다. 5.16 이후 아버지께서는 "다시는 나와 같은 불행한 군인이 없어야 한다" 고 하셨고, 유신시대에 대해서는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고까지 하셨습니다. 저는 아버지께서 후일 비난과 비판을 받을 것을 아셨지만 반드시 국민을 잘살게 하고야 말겠다는 간절한 목표와 고뇌가 진심이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에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음은 과거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래야 할 민주주의 가치라고 믿습니다. 그런 점에서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이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저 역시 가족을 잃는 아픔이 얼마나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저의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제가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되면서 말씀드린 국민대통합, 100% 대한민국, 국민행복은 저의 가장 중요한 가치이자 비전입니다. 100% 대한민국은 1960~70년대 인권침해로 고통을 받았고 현재도 그 상처가 아물지 않은 분들이 저와 동참하여 주실 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은 힘드시겠지만, 과거의 아픔을 가진 분들을 만나고 더 이상의 상처로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해서,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국민들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국민대통합의 위에 더 발전된 민주주의를 완성하기 위해 힘을 쏟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국민들께서 저에게 진정 원하시는 게 딸인 제가 아버지 무덤에 침을 뱉는 것을 원하시는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대통령을 아버지로 두었기에 역사의 소용돌이를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두 분 모두를 흉탄에 보내드리고, 개인적으로 절망의 바닥까지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돌아보면 산업화와 민주화를 위해 참 많은 분들이 노력했습니다. 이제는 서로 존중하면서 힘을 합쳐 더 큰 국가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미래를 잃는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증오에서 관용으로, 분열에서 통합으로,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야 합니다. 저는 이제 국민을 저의 소중한 가족으로 여기면서 국민의 삶과 행복을 지켜드리는 것이 저의 마지막 정치적 소명이라 생각합니다. 깨끗하고 올바른 정치로 국민 여망에 부응하는 국민대통합의 시대를 열겠습니다. 국민 여러분도 저와 함께, 과거가 아닌 미래로 국민대통합의 정치로 함께 나가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녀, 과거사 관련 기자회견문 동영상 보기
아마도 적지않은 우리 국민들이 그녀의 무성의한 기자회견문을 접하며 분노 이상의 허탈함을 느꼈을 것으로 사료된다. 그녀의 기자회견문 전문에 색깔을 입혀놓은 부분을 참고하지 않아도 그녀는 5.16군사쿠데타 내지 인혁당사건 망언에 이르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 전혀 반성의 기미가 없음은 물론 오히려 과거사를 사과하겠다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과거사를 더욱 합리화 하는 허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회견문 중에 그녀의 망언을 '과거사논쟁' 쯤으로 치부하는 모습은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로 가능할 지 모르겠지만, 이를 지켜보는 국민 1인의 입장에서는 "병신 같은 XX들"이라고 내뱉은 새누리당 대변인의 더러운 모습과 별로 달라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진 회견문 전부는 그녀의 애비 박정희의 정치적 업적(?)을 광택약을 발라 뺀질뺀질 닦는 작업이 전부였다. 결코 그녀가 국민을 존경하는 게 아니었고 과거사를 정리해 보겠다는 의지가 전무한 형식적인 기자회견문이었을 뿐인 것이다. 최소한 인혁당사건만 하더라도 피해자 가족에게 석고대죄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인혁당사건 등을 통해 공안정국을 형성해 시민들로 부터 자기검열을 하게 만든 데 대해서는 아연실색을 금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녀의 기자회견문에 따르면 박정희 등 유신세력들이 한 극악무도했던 과거사는 모두 백성들을 잘 먹이고 잘 살게 해 주기 위한 것일 뿐, 개인과 특정 무리들의 영달을 위한 건 없는 것 처럼 합리화 하고 있는 뻔뻔스러움이 돋보인 한 판이었다.
동시대를 살았던 글쓴이의 입장에서 보면 새빨간 거짓 내지 역사를 은폐 왜곡하는 위장술에 능한 사악한 무리들의 사고방식일 뿐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그녀의 애비 박정희가 김재규에 의해 총살된 이유는 몇 안 된다. 김재규의 입을 통해서 확인된 그녀의 아버지는 그저 "버러지만도 못한 놈"일 뿐이었다. 왜 그랬나. 박정희 등 유신세력들은 나라와 민족을 위해 일 한 게 아니라, 독재자들의 습관에 따라 그들만의 부귀영화를 위해 국민들을 이용하고 역사를 왜곡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최근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국민들의 사람을 받으며 지지율이 치솟는 이유는 최소한 이 분들이 가진역사관이 그녀와 천양지차라는 거 모르는 사람만 빼고 다 안다. 아울러 보통의 정치인들이라면 운명 처럼 지니고 있을 여자 문제나 돈 문제에 대해 그녀 내지 새누리당과 너무도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그녀를 숙주로 내세워 생명을 이어가려고 하는 뼛속 까지 친일.숭미세력들에게는 안 됐지만, 그녀 가문을 살려보겠다는 한풀이 정치를 끝맺지 않는 한, 그녀 또한 그녀의 부모들이 자의반타의반으로 겪은 숙명에 빠져들게 틀림없어 보인다. 그녀의 애비 박정희가 총성을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이유를 알면 '박근혜의 선택'이 무엇인 지 너무도 빤하지 않는가. 그녀는 새누리당의 대통령 후보로 적합한 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는 국민 다수가 바라는 그 어떤 자질도 갖추지 못한 게 아닌지 반성부터 먼저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