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코 앞에 두고 야권의 대선 예비주자들이 목청 높여 '날 좀 봐 달라'고 하는 요즘, 대한민국을 떠들썩 하게 만들고 있는 이슈는 따로 있었다. 누가 들어도 불편해 할 '성폭행' 관련 이슈이다. 한 두 번 들어본 사건도 아니지만 이번 만큼은 달랐다. 이슈가 수그러들 줄 모른체 천방지축 증푹되고 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국가의 대사가 성폭행 이슈에 파 묻힐 기세다. 성폭행이 어떠했길래 신문은 물론 인터넷과 방송 3사 까지 합세해 성폭행 보도에 열 올리고 있는 것일까. 성폭행!...뻔한 뜻을 사전적 의미를 들여다 보니 '강간을 완곡하게 이르는 말, 폭행이나 협박에 의하여 반항하지 못하게 하고 강제적으로 성관계를 맺다'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 이런 거 모르는 사람도 있나. 그런데 하필이면 이 사건에 필요 이상으로 관심을 가진 한 사람이 있었다.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 이명박이었다.
그는 지난 달 31일 전남 나주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여자 어린이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정부를 대신해 국민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불과 얼마전 그의 친형 이상득이 비리로 구속된 직후 대국민담화를 통해 사과를 표명한 이래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사과를 했다. 이명박은 "성범죄, '묻지마 범죄'가 학교 앞에서나 길거리에서 발생했지만 가정에서 아이가 납치됐다"며 "이제 가정에까지 들어온 것"이라고 인륜을 저버린 '묻지마 범죄'의 행태에 대해 개탄을 금치 못했다. 사실이 그러했다.
범인은 대담했다. 한 여자 어린이의 집을 침입해 (이불에 싸)납치한 다음 성폭행한 건 드문 사건이자 반인륜적인 행위가 틀림없었다. 이 사실이 언론을 타고 보도되자 사람들은 가해자에 대해 일제히 비난과 지탄의 목소리를 퍼부었다. 그건 금수나 할 짓이지 차마 인간이 할 짓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대통령은 나주 경찰서와 화상통화를 마친 뒤 경찰청장 등 경찰간부들에게 "이번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일어나서는 안될 사건"이라며 "이번 기회에 근본적인 대응책을 준비하라"고 독려했고, 김기용 경찰청장은 이에 대해 "경찰 교육을 전면쇄신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불거지고 있었다.
대통령이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진 직후 신문과 인터넷 내지 방송 3사로 불리우는 언론에서는 약속이나 한 듯 성폭행 관련 이슈를 거의 매일 헤드라인에 올려놓고 있었다. 사건의 중요성도 없지 않았다. 이런 범죄가 추가로 재발되어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언론들은 마치 하이에나 처럼 이 사건을 물고 늘어졌다. 사건의 팩트와 함께 심층보도를 통해 성폭행에 대한 경각심을 높히는 건 이해할 만 했다. 그러나 이들은 '언론' 본연의 의무를 망각한 채 '법의학자'가 되고 있었다. 연합뉴스는 <나주 성폭행 피해자 몸에 '잔인한 흔적'>이라는 선정적인 제목과 함께 피해자의 성폭행 사실을 현미경을 들여다 보듯 세세하게 기록해 두고 있었다. 이랬다.
위 자료 내용은 주로 의학적 용어로 기술되었지만 '성폭행에 대한 정의'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성폭행 피해자가 어떤 상태인 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성폭행 여자 어린이의 생식기와 항문이 상당 부분에 걸쳐 상처(열창)가 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연합뉴스는 이 사실을 보도하면서 가해자의 위험한 행위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보다 피해자인 여자 어린이 몸에 남겨진 상처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를 테면 "직장 근육층과 주위 괄약층에 파열로 말미암은 봉합 소견"이 그랬으며 또 "회음부 열창 부위가 봉합돼 있었고 복부에 에스(S)상 결장루 상태였는데, 이는 열창에 의한 복막 천공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감염을 막고자 인공항문을 만든 것" 등이었다.
이러한 내과적 조치는 성폭행 당시 발생한 열창 등을 보다 안전하게 조치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을 자세히 파악하지 못한 독자들은 여자 어린이의 몸 상태가 회생 불능에 빠진 것 쯤으로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려운 용어로 사건을 침소봉대하고자 열을 올리는 모습이었다.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눈이 쏠린 정규 방송 시간에 방송3사는 똑 같은 내용의 보도를 통해 연합뉴스와 별로 다를 바 없는 성폭행 내용을 다루면서 피해자인 여자 어린이의 몸 상태를 그대로 보도하고 있었다. 거의 광란의 뉴스보도였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 사건 가해자에 대해 추호도 편을 들고 싶지않다. 아니 딸을 가진 부모로서 편을 들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 분노가 치민다. 하지만 장차 이 여자 어린이는 물론 부모님들은 피해자의 몸에 난 상처 이상으로 가슴 속 깊은 곳에 트라우마를 지니고 살 텐데, 신문과 방송이 추가 범행을 막겠다며(?) 원색적으로 보도한 '딸의 몸 상태'를 지켜본 피해자의 부모 심정은 어떠했겠는가. 방송이나 신문의 보도가 피해자를 도왔을 것으로 여기나. 아니면 원색적 보도를 통해 유사 행위가 근절 될 것으로 보이나.
우리가 잘 아는 성(性)은 남성(男性)과 여성(女性) 말고도 다양한 제3의 성이 있다. 그 중 국가의 정체성(正體性)이란 게 있다. 정체성이란, 어떤 존재가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 또는 그 특성을 가진 존재라고 말하고 있으므로 '국가'는 무형적 정체성에 속할 것이며, 국가를 이루고 있는 '국토'는 유형적 정체성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선조님들은 이러한 후자의 정체성에 대해 '나(我)를 낳아준 땅' 내지 '나를 낳아준 어머니'로 비유했다. 우리 국토가 가진 또 다른 정체성이다. 우리는 그런 금수강산에 반만년 이상 살아오고 있다.
그런데 불과 4년 반 전 쯤 금수강산의 4대강 등은 정체성을 상실한 한 대통령 등으로 부터 '묻지마 성폭행'을 당하고 말았다.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한 특정 집단(새누리당 전신 한나라당)은 백주에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국토를 성폭행 하는 법안을 통과 시켰으며, 다수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토를 절단내며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들이다. 이런 행위를 성폭행에 비유하면 '자기를 낳아준 어머니를 강간'한 천하에 몹쓸 반인륜적인 사람들 아닌가. 또 그들은 정치검찰과 언론들과 합세하여 전직 대통령을 벼랑 끝으로 몰아갔던 이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야합하여 야당의 대선 예비경선이 치루어지는 마당에, 매일 같이 법의학자가 주검을 해부하듯 성폭행 사실을 원색적으로 까발리며 깽판을 치는 이유 등에 대해 똑바로 봐 줄 수 있겠나. 그러고 보니 금번 나주 여자 어린이 성폭행은 1인이 행한 범죄이지만, 대통령 포함 언론 등이 합세한 지나친 성폭행 보도는 또다른 '집단 성폭행'의 일종과 다름없어 보이기도 한다. 특히 대통령은 친형 이상득의 구속 등 친인척.측근 비리 등으로 입이 100개라도 할 말이 없는 사람이자, 매일 같이 회개하며 반성하고 살아가야 할 실패한 대통령일 뿐이다. 괜히 성폭행 근절 한답시고 대선 앞 두고 공안정국 만들어 볼 꼼수 부리지 말기 바란다. 이런 게 다 정체성 상실한 한 원흉 때문에 빚어진 쓰디 쓴 비극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