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가 마구 설쳐대는 이 장면은, 1년 전 6월 12일 오후 서울 강남의 판자촌 '포이동 266번지' 화재현장 모습이다. 하필이면 화재현장 곁을 지나치다가 달려가 본 화재현장은 불길이 한창 번지고 있었다. 불을 보자마자 거의 반사적으로 화재현장 속으로 들어가 꽤 많은 화재현장의 생생한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 여러분들께 전해드린 바 있다. 당시 불이난 포이동 266번지의 구조는 화재에 매우 취약했는데 스티로폼 등 인화성이 강한 물질들이 빼곡히 쌓인 게 화재진압을 어렵게 했다. 하필이면 화재 당시 불어온 바람 때문에 포이동 판자촌은 삽시간에 잿더미로 변하고 말았다. 참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살던 포이동 판자촌의 화재원인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당시 강남에 단 두 곳 뿐인 판자촌(구룡마을과 포이동)을 철거시키기 위해 일부러 불을 질렀을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그런데 포이동 화재 원인은 놀랍게도 초등학생의 불장난 때문이라는 게 밝혀졌다. 참 허탈했다. 어린아이의 불장난이 동네 전부를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들고 만 것이다. 화재의 속성이 그랬다. 화마가 스쳐지나간 곳은 모두 잿더미로 변했다.
그래서 한 때 우리는 불조심을 강조하는 표어를 머리 속에 담아두는 한편 가슴에 리본을 달고 다닐 정도였다. 불(장난)을 조심하라는 뜻에서 '불조심'을 달고 살았던 것이다. 그 뿐 아니라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 시키기 위해 표어를 내 걸기도 했다. 그게 그 유명한 '자나 깨나 불조심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는 표어였다. 이 포스트는 불조심 켐페인을 위한 게 아니라 4년 반의 임기를 지나 정권의 벼랑 끝으로 달리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성적표를 잠시 뒤돌아 보기 위해 꺼내 본 그림이다. 너무도 잘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틀전 방통대군으로 불리우는 최시중의 구속 수감 중인 소식을 포스팅 했더니 정체불명의 한 '알바'가 태클을 걸고 나섰다. 본 문 중에 언급된 '10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빚'에 대해 꼬투리를 잡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뻔뻔한 주둥이'라는 닉을 빙자한 한 알바는 댓글에 이렇게 써 놓았다.
"1000조에 달하는 가계빚... 그게 마구재비로 부동산 경기띄우려고 온갖 규제를 다 풀어서 집값을 폭등시키고 온 국민을 부동산 광풍 불로소득 한탕주의로 몰고간 김대중 노무현정권 때문아닌가 정확하게 말하자면 김대중정권이 싼 똥을 노무현정권이 뒤집어쓰고 뒤늦게 심각성을 깨닫고 치우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그것이 이명박정권까지 이어져서 지금까지 국민들이 그 후유증으로 파탄지경에 이르게 된것이다 브라질의 전대통령 룰라가 포퓰리즘적 정책으로 브라질 경제를 띄우고 칭찬이 대단했지만 지금은 그때문에 브라질경제가 침체하고있는 것도 같은 이치라고 본다 어디서 뻔뻔하게 1000조에 달하는 가계빚을 운운하나"
뻔뻔한 주둥이가 말하고 싶었던 건 가계빚이 1000조원에 달한 이유가 전부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명박은 그저 설겆이를 하고 있었다는 말이며 그 후유증으로 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충 지나치려다가 스크랩 해 둔 기사 출처를 참고하라고 댓글로 남겼다. 알바가 볼 이유도 없겠지만 혹시라도 글쓴이의 블로그를 방문한 분들이 참조하시라고 남겼던 것이다. 뻔뻔한 주둥이에게 남긴 댓글 출처는 'MB노믹스 '초라한 결말'… 盧정권보다 성장률 낮아'라는 제하의 <아시아경제>가 취재한 기사였다. 대략 살펴보면 이런 내용이다.
"...경제대통령을 표방했던 이 대통령의 임기 말 스코어는 '9회말 2아웃'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경제파탄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면서 호기롭게 출범했다. 거론하기 쑥스러운 숫자가 됐지만 '7% 성장·4만달러 소득·7대 강국 도약'이라는 큰 꿈을 꿨다. 한데 임기 중 성장률 평균치는 외려 노무현 정부 시절보다 떨어졌다. 노무현 정부 5년의 평균 성장률은 4.34%에 이르지만, 현 (이명박)정부의 임기 4년 평균치는 3.1%에 그친다. 올해 경제 성장이 정부의 전망치(3.3%)만큼 이뤄져도 이명박 정부의 5년 평균 성장률은 3.14%에 머문다. 노무현 정부 시절보다 1.2%포인트나 낮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다시 한 번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있어 현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성장률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출처http://media.daum.net/economic/others/newsview?newsid=20120824103530308 >
위 기사는 경제전문 기자가 취재했기 때문에 뻔뻔한 주둥이가 태클은 커녕 200% 신뢰해야 마땅할 것 같다. 아시아경제가 전하는 'MB노믹스'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의 경제성적표는 모두 F학점 이하의 낙제 수준으로 결말이 나고있다. 경제살리기를 표방하며 노무현 참여정부를 호되게 밀어부쳤던 이명박 정부의 최종 성적표가 이 정도이므로 전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과 별로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이게 무늬만 요란했던 747공약의 현주소 아닌가.
경제성적표라는 게 성장률 하나 만으로 평가되는 건 무리가 따를 수도 있다. 외형적으로 경제는 성장했을 지 모르지만 경제민주화가 되지 못하면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양극화는 더욱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재벌정책이 도마에 오르는 것도 그 때문 아닌가. 이명박 정부의 747정책이 실패로 끝난 이유 중 하나는 편향적인 재벌정책 때문이라는 건 세상 사람들 다 아는 사실이다. 특히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4대강(사업)에 퍼부은 22조원은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 4대강 사업을 통해 국토는 절단나고 재벌이 참여한 건설사만 배부르게 만든 사상 최악의 국책사업이었다. 4대강 사업으로 일자리를 만든 건 굴삭기와 덤프트럭 운전자 외 몇이나 되나.
22조원이나 되는 천문학적인 돈을 강바닥에 쏟아붓고 각종 비리를 양산하며 국론분열을 만든 것 외 아무것도 없었다. 돌아오는 건 시민들이 만든 신조어 '녹차라떼'라는 환경 재앙 뿐이었다. 그 돈을 인재개발이나 투자 등 국가가 상장할 수 있는 동력원에 쏟아 부었다면 나라가 망할 경우의 수에 대비라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가계빚 1000조 원 시대를 맞이했는 데 아직도 체감을 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나마 재벌이나 재벌기업에 적을 둔 사람들 밖에 없을 것 같다.가계빚이 점점 더 늘어간다는 건 수입이 지출을 따라잡지 못하는 사회적 구조 때문 아닌가. 우리 사회가 재벌(기업)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매우 평범한 증거이며, 일자리가 크게 모자라거나 줄어들어 수입원이 점차 고갈되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재벌이 더 커지면 좋은 일자리가 더 많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과 (747)정책이 빚어낸 재벌종속적 산물이다. 그나마 재벌들 조차 비용절약을 위해 자동화투자에 투자하는 한편, 아웃소싱과 사내하청이나 용역 비정규직 대체 등으로 열심히 일자리를 줄인 결과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었다. 중소기업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00~2009년 기간에 우리나라 중소기업 취업자는 모두 307만명이 늘었으나, 대기업 취업자는 오히려 44만명이 줄어 전체 취업자는 263만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전하고 있다.
그 결과 대기업 취업자 비중은 16%에서 12%로 급감했고,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구실로 각종 정부지원을 독식하다시피 했음에도, 일자리 창출에서 절대수치와 고용기여율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 중심 경제가 실패로 돌아간 것은 물론 재벌들의 독과점적 시장지배와 막강한 경제적 지배력 행사로 인해, 중소기업들 조차 성장할 수 있는 싹수가 모조리 잘려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재벌지향적 정책이 만든 이상현상이 녹차라떼 처럼 '가계빚 1000조원 시대'를 열고있는 것이다. 노무현 참여정부를 향해 경제를 망치게 한 장본인이라고 떠들던 이명박 정부의 경제성적표가 대략 이러하다.
도대체 이들은 국토를 망치고 국론분열을 일삼은 4대강 사업 외 한 일이 없었던 것이며, 747공약이란 게 4대강 사업이 전부였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국가 운영을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이익 만을 위해 해 오고 있었다고나 할까. 포이동 266번지 화재현장에서 눈에 띈 건 소방수들이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물을 뿌리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꺼진불(?)에 물을 퍼붓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꺼진불 아래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불조심 표어에 등장한 '자나 깨나 불조심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는 말 아닌가.
아울러 포이동 266번지의 화재원인은 아이들의 불장난 때문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는 데, 747 공약으로 경제살리기를 표방하며 요란하게 출발했던 이명박 정부의 모습을 보니 더도 덜도 아닌 '권력의 불장난' 처럼 체감된다. 국가 운영에 대해 아무런 능력도 없는 장사꾼을 대통령으로 뽑아놓고 4년 반을 기다린 결과 대한민국의 경제는 잿더미로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은 실정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 대신 실정를 묻어 버리기기 위한 극약 처방(독도이슈)에 열중하고 있다. 그 마저도 별 효험이 없고 독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참으로 한심한 행위이자 문제를 그냥 덮어버리고자 하는 질나쁜 행위인 것이다. 하지만 권력의 불장난이 남긴 불씨는 여전하다.
이들과 운명을 같이했던 새누리당의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이명박 정권의 실정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그녀 스스로도 참여정부를 향해 경제실패를 외쳤는 데 자기 책임은 전혀 없는 것 처럼 행세하며 개혁을 외치고 있다. 개혁 대상자가 개혁을 외치는 절름발이 현상이 백주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권력의 불장난은 이명박으로부터 박근혜 또는 한나라당으로부터 새누리당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므로, '자나 깨나 MB 조심 꺼진 MB 다시 보자'라는 표어가 잘 어울릴 거 같다. 차떼기당이 남긴 교훈이다.
이명박 정부의 남은 임기 대략 6개월. 우리는 이들을 철저히 감시하며 또다른 불장난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자기의 행위가 타인에게 끼친 무지막지한 결과에 대해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철 없는 정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불 내는 X 따로 있고 불 끄는 X 따로 있다'는 식으로 그냥 덮어줄 게 아니다. 꺼져가는 권력, 꺼져가는 불이라도 할지라도 확실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이들의 불장난을 눈 감아 주면 또 다른 화마가 대한민국을 집어 삼킬 것이다. 그 땐 속절없이 망하는 수 밖에 없다는 거 뼈저리게 느낄 텐데, 제발 그런 불상사는 없었으면 좋겠다. MB노믹스가 남긴 유산 <가계빚 1000조 원 시대>...제발 투표 좀 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