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어른들은 참 짖굳었다.
그냥 짖굳은 정도가 아니라
눈물을 쏙 빼 놓을 만큼 짖굳었다.
어른들은 그런 모습을 보고 키득거리며 좋아 죽을 맛이었지만, 자신의 정체가 '다리밑에서 주워 온 아이'라는 사실 때문에 정말 죽을 맛은 아이였다. 어른들은 그렇게 짖굳은 장난을 통해 정체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참 짖굳은 어른들이었다. 그런 오래된 추억을 되살려 준 건 산행에서 마주친 한 마리 까치 때문이었다. 녀석과 마주치는 그 짧은 순간 '다리 밑에서 주워 온 아이'가 떠오른 것이다. 녀석은 까치가 분명한데 한편으로는 하늘의 제왕 독수리 머리를 닮은 이중성을 지닌 정체불명의 새로 다가온 것이다. 녀석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머리깃털이 다 빠진 몰골로 숲 속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릴 적 아이는 자신의 정체성를 다시금 확인하기 위해 엄마 한테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