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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IAGO/Vagabond Dog

떠돌이 개, 온 몸으로 버스에 맞서다

Daum 블로거뉴스
 


떠돌이 개, 온 몸으로 버스에 맞서다 



개의 눈에는 귀신이 보이는 것일까.

만약 개가 귀신을 볼 수 있다면
떠돌이 개 (점박이)의 눈에 보인 건 귀신일까.

Daum view


이틀전 오후 2시 경, 산티아고의 쁘로비덴시아의 한 중심가 또발라바 지하철 역 근처에서  재밌는 광경이 벌어졌다. 떠돌이 개 점박이(그렇게 부르기로 하자.)는 온 몸으로 버스에 맞서 짖어대며 시내버스의 진로를 방해하고 있었다. 버스는 점박이의 돌출 행동 때문에 정상적인 운행을 하지 못하고 느린 속도로 전진하고 있었다. 점박이와 버스 앞 범퍼 사이의 간격은 닿을 듯 말듯 위태로워 보였다. 점박이는 버스가 속도를 더하면 좀 더 빠르게 달리며 계속해서 짖어댓다. 길가던 행인들이 이 광경을 보며 즐거워 하는 표정이다.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중에 점박이의 돌출행동과 마주치면서 카메라에 점박이의 모습을 담아봤다. 





점박이는 버스 앞을 이리저리 오가며 짖어댓다. 점박이의 이런 행동은 산티아고 시내 한 복판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보통 시내 외곽이나 중소도시에서는 이런 풍경을 자주 볼 수 있다. 떠돌이 개들의 일상과 다름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글쓴이가 알고 지내는 떠돌이 개 '깜둥이'는 오토바이와 택시나 승용차를 가리지 않고 이런 돌발행동을 서슴치 않는다. 


이들 떠돌이 개들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온 몸을 던진 돌발행동 때문에 다리가 부러지는 등 장애를 입은 개들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어떤 개들은 이런 행동 때문에 한쪽 다리를 잘라내는 수술을 한 후 다시 시내로 되돌려 놓기도 한다. 다리가 세 개 뿐인 떠돌이 개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떠돌이 개들의 천국에서는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사정이 그러해도 시내 한복판에서는 떠돌이 개들이 함부로 돌발행동을 하지 않는다.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박이는 달리는 버스 앞에서 매우 위태로운 짓을 반복하며 운전자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정말 상상할 수도 없는 '개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다름없는 무모한 짓이라는 거 다 안다. 그러나 점박이의 모습을 통해 우리나라에 널리 구전되고 있는 개에 얽힌 이야기가 단박에 오버랩되는 것이다. 우리가 한번쯤은 들어봤을 개에 대한 속설 중 '개의 눈에는 귀신이 보인다'는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는 글쓴이도 오래 전 어른들로 부터 듣기도 했다. 그 때 마다 "에이~말도 안 돼요. 어떻게 개가..."라며 어른들의 말씀을 일축했다. 개들이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향해 짖어대는 게 귀신을 본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 이후로 우리는 어린 마음에 개들이 짖어대는 방향이나 뒷골목 등을 다니며 괜히 몸을 추스리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기도 했다. 우리가 개의 시선을 부정하고 있었지만 무모하게(?) 짖어대는 개 때문에 은연중에 어른들의 말씀을 구체화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불가에서는 인간이나 개를 축생으로 동일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사회 일부에서 여전히 식품으로 취급하는 개에 대해 절대로 섭생을 금하고 있다. 인간이 죽음에 이르러 환생단계에 이를 때 마지막 단계가 개의 모습이라나 뭐라나.  




그래서 절에서 함께 생활하던 개가 죽으면 49재를 치뤄야 하는 귀찮은(?) 일이 생기기 때문에 아예 절에서는 개를 잘 키우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물론 글쓴이가 방문한 강화 전등사 등지의 사찰에서 개를 기르고 있는 모습을 본 적 있다. 또 한국의 토종견인 삽살개의 이름만 보더라도 개는 귀신을 쫒는 능력을 타고난 동물 같기도 하다. 삽살개의 자는 '쫒는다'는 의미이며 자는 '귀신'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삽살개는 귀신을 쫒는 개인 셈이다. 그렇다면 삽살개만 귀신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것일까.

오래전 어른들의 말씀에 따르면 삽살개 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개들이 귀신의 존재를 볼 수 있다고 함으로, 귀신을 쫒는 능력만 없는 것이지 개들의 눈에는 귀신이 보인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모바일 어플에 열광하는 최첨단 세상에 이런 글을 끄적이는 자체가 '귀신 씨나락 까 먹고 자빠진 소리' 처럼 여겨지지만, 버스에 옴 몸을 던져 덤벼드는 점박이의 돌출행동을 보는 순간, 녀석이 본 건 귀신이라는 생각과 함께 이 버스에 대한 나쁜 추억이 트라우마 처럼 도사리고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산티아고에 머물면서 현지인으로 부터 듣게된 떠돌이 개들의 돌출행동의 이유는 그럴 듯 했다. 떠돌이 개들이 위태로울 정도의 모험을 감행하며 오토바이나 승용차 운전자를 위협하는 이유는, 그들의 친구나 가족 등 동족들이 이들 문명의 이기로 부터 상해를 입거나 죽음을 당했기 때문에 복수(?)를 하는 것이라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다. 개가 귀신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 이상으로 떠돌이 개를 미화한 듯한 이야기들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들 떠돌이 개들의 돌출행동은 여러 생각을 하게 했다. 우리가 과학을 추구하며 현대문명에 열중하는 동안 잃어버린 오감 중에 비물질의 영적 세계가 동물들의 눈에 형상화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그건 전적으로 개가 돼 봐야 알 수 있는 일(흠...그럴 일은 없겠지...ㅜㅜ)이겠지만, 남미 땅에 지천으로 널린 떠돌이 개들의 삶을 참조하면, 그들이 유독 싫어하는 사람이나 기계는 오토바이를 탄 경찰과 경찰이 탄 순찰차가 주를 이루었다.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괴롭힌 이력이 있는 사람이나 물건에 귀신이 깃들었던 것일까. 




또 떠돌이 개들은 자동차 속에 동물(애완견)들을 싣고 다니며, 함부로 자신의 구역을 침범하는 자동차들을 향해 여지없이 공격의 대상으로 삼곤 했다. 그게 무모해 보인 건 우리 인간들의 시선일 뿐이지만, 그들 떠돌이 개들은 거의 목숨을 걸다시피 공격 대상을 향해 돌출행동을 감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산티아고의 쁘로비덴시아 거리에서 버스를 향해 온 몸을 던져 운전사를 향해 위협을 하는 점박이의 외침은 단순히 인간사회가 자신의 구역을 범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 버스 내외부 어느 곳에 점박이가 유독 싫어하는 귀신의 형상이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점박이는 버스에 맞서 왈왈대며 이렇게 소리를 질렀을 것 같다.
 


"사람들아. 내 소리가 들리지 않나. 
이 버스 안에 우리 동족과 사람들을 해친 귀신이 타고 있단 말이오.어떻게 좀 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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