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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IAGO

용설란에 새긴 '사랑의 낙서'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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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설란에 새긴  사랑의 낙서 이유는 뭘까?


들어가는 말


분지에 둘러싸인 산티아고는 

년 중 300일 정도는 맑게 개인 하늘을 볼 수 있는 도시로 유명하다. 

우기 때를 제외하면 

산티아고 하늘에 구름을 볼 수 없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그런지 산티아고 주변은 지중해성의 온난한 기후 때문에 포도농사가 기막히게 잘 되는 곳이다. 그 포도들은 안데스의 빙하가 녹은 물을 섭취하는 동시에 년 중 땡볕을 쪼이며 자라나 당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이 포도로 담근 포도주는 프랑스산 못지않은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 덕분에 값 싸고 질 좋은 칠레산 포도주를 수입해 마실 수 있게 된것이다. 그건 순전히 산티아고 주변의 맑은 하늘 때문이며 수천 미터급의 산들이 병풍처럼 서 있는 '로스 안데스'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산티아고 시민들이 자랑삼아 내세우는 건 화창한 날씨와 볕이 전부일 정도이다. 하지만 여행자의 눈에 비친 산티아고의 풍경은 이들 시민들의 자랑 만큼 좋아보이지 않았다. 산티아고는 년 중 300일 이상 하늘이 맑게 개이는 기후인지 모르지만, 아마도 우기 때를 제외하면 300일 이상은 스모그 현상에 시달리지 않는가 싶다. 한 달 이상을 산 끄리스토발 언덕으로 오르내리면서 관찰한 산티아고는 그야말로 '스모그 도시' 외 달리 설명할 길이 없을 정도였다. 분지를 빙 둘러 스모그 띠가 공포스러울 정도로 깔려있는 모습이었다. 



따라서 글쓴이는 그 모습을 보면서 '죽음의 띠' 정도로 표현했다. 인간들ㅇ이 만든 문명의 이기는 화석연료를 마구잡이로 사용하게 만들고 분지 속에서 그 매연들은 탈출구를 찾지못해 산티아고의 숨통을 옥죄는 죽음의 띠 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런데 며칠 전 산티아고를 건설한 발디비아가 전략적으로 만든 산타루시아 요새의 망루에 오르자, 산티아고에 흔치 않던 구름이 하늘을 덮은 건 물론이고, 해질녁 멀리 로스 안데스가 저녁노을에 붉게 물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풍경은 약 450년 전 발디바아가 이 땅에 '성 야고보'의 이름을 딴 도시 산티아고를 건설하기 전에는 흔한 풍경이었을 것이다. 그 때는 지금 처럼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마차를 주로 이용했을 터이고 농경문화가 번창할 때 였으니 말이다. 이 땅의 몇몇 통치세력을 제외하면 사람들은 순수했을 것이며, 특히나 이 땅의 원주민이었던 피쿤체 인디오들이나 마푸체 인디오들은 두 말 할 것도 없을 것이었다. 그 당시에는 하루 일과를 마친 후 부족 단위 내지 가족들이 한 곳에 모여앉아 안데스에 비친 황홀한 빛의 붉은 노을을 보며 자신들을 지켜준 하늘에 감사했을 것이다. 우리는 그 장엄한 안데스를 산타루시아 언덕 위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최소한 450년 전의 이 땅의 원주민들이 바라본 바로 그 산이었다. 



전 편 '전략적 '데이트 명소'로 바뀐 산타루시아 망루'에 이어 '용설란에 새긴 사랑의 맹세 이유는 뭘까?'를 끄적이고 있는데 '들어가는 말'이 길었다. 전 편에 이어 "그 언덕 위에 서면 '세가지 추억'을 남긴다"는 이유가 뭔지 잠시 되돌아 보면서 산티아고의 배경을 살펴보는 것도 여행자들에게는 중요한 자료 내지 재미를 제공해 줄 것 같기 때문이다. 전 편에서는 산타루시아 언덕에 오른 커플들이 진~한 추억을 남기기 위해 서로의 입술을 교환하며 사랑의 징표를 삼았다면, 이번 편은 산타루시아 언덕에 오른 커플들이 사랑의 낙서를 용설란에 남기고 있었던 현장을 여러분들께 소개해 드리고 있는 것이다. 



용설란에 새긴  사랑의 낙서,...이유는 뭘까?

-그 언덕 위에 서면 '세가지 추억'을 남긴다. 두 번째 이야기-


자...본격적인 사랑의 낙서를 들추어 보기 전에, 오늘날 산티아고를 건설한 장본인 페드로 데 발디비아의 비뚤어진 인간상과 더불어 카톨릭이 이 땅에 미친 영향 일부를 조금만 맛보도록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먼저 발디비아의 비뚤어진 인간상을 들여다 보기 위해 전편에 잠시 들여다 본 본문을 인용해 보면 이렇다. 



발디비아의 잔머리 또는 잔대가리


"...발디비아가 잔머리를 굴린 건 그의 직속 상관이었던 피사로가 잉카제국을 무너뜨릴 때 써 먹던 방법을 사용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실행에 옮겼습니다. 마포초 강변 등지에서 벌어진 지긋지긋한 약탈과 원주민 인디오 피쿤체의 전투를 끝내는 방법은 추장을 인질로 잡는 것이었습니다. 스페인 군대가 잉카의 마지막 왕 '아따왈빠'를 살해한 사건을 떠올리게 만든 사건이 실행되었던 것이지요.


 발디비아는 피쿤체 부족과 식량 조달을 약속하는 협상에 들어갔고, 스페인 측에서는 7명의 '카치퀘'를 초대해 대접하고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협상이 타결된 직후 계략에 따라 발디비아는 7명의 카치퀘를 인질로 붙잡아 버렸습니다. 명분은 피쿤체 인디오 등으로 부터 약탈(?) 당한 식량의 안전한 공급과 주변 원주민 인디오 부족의 평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배은망덕한 처사 때문에 원주민들은 분노는 극에 달했습니다."



위 인용문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빨간줄로 밑줄을 쭈악~~~그은 글을 잘 보시기 바란다. 이른바 발디비아의 잔대가리 내지 잔머리 수법이 담긴 내용이 "발디비아의 협상이 타결된 직후 계략에 따라 발디비아는 7명의 카치퀘를 인질로 붙잡아 버렸습니다"라는 내용이다. 여로 부족장들을 인질로 붙잡아 지긋지긋한 침탈전쟁을 끝내고 싶었던 것이다. 이런 역사적 사실 등에 대해 이 나라에 살고있는 사람들도 모르지 않을 것이며 특히나 잔머리 수법을 일삼는 사람들에게는 바이블과 같은 '복음'인지도 모르는 것이다. 



특히나 사랑에 빠져 열병을 앓고 있는 커플들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산티아고 건설을 밀어부치듯 사랑을 성공 시키려 달려들 것이다. 그리하여 방랑자의 삶과 다름없는 '연애질'을 끝내고 결혼에 골인하고 싶은 거 아닌가. 그런데 최소한 발디비아가 파트너십을 깨뜨리고 인질을 삼아 전쟁을 계속하는 비신사적인 행위를 목격한 사람들은 일방적인 선언이 담긴 협상카드 정도는 믿지 못하게 된 것 같다. 이를 테면 발디아의 못된짓 처럼 결혼을 하겠다는 엉터리 서약 따위가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도 컷기 때문일까. 



남미(칠레)여행자가 유념해야 할 사항

오늘(6일,현지시간) 부터 사흘 동안 칠레 전역에서는 대이동이 시작된다. 남미를 여행하시는 분들 한테는 귀중한 팁이니 잘 봐 두시기 바란다. 대이동은 칠레는 물론 남미지역 대부분에서 동시에 감행되는데, 부활절을 사흘 앞 두고 사흘 동안 연휴가 이어짐으로 이 때는 시외로 나가는 고속버스표는 일찌감치 매진 된다. 따라서 부활주일이 끼어있는 주에 장거리 투어에 나설 경우 사전 예매를 해 둬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황당한 건 버스표 값이 두배 이상으로 껑충 뛴다는 거다. 예컨데 산티아고에서 가까운 발파라이소 까지 1만 빼소라면 두배 세배 가격으로 폭등한다는 거 농담삼아 들으면 안된다. 



아니 그 가격에 갈 수만 있다면 다행이지만 도무지 표를 구할 수 없다는 없다는 거다. 한국 같으면 추석이나 설날 때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열차나 버스를 증편하는 데 여긴 그런 거 없다.(정말 한국의 도로사정이나 교통편은 세계 최고다. 몰론 도로가 꽉 막히는 것도...ㅎ) 그런데 이런 사정은 부활절 연휴때만 있는 게 아니다. 칠레(남미)의 경우 부활절은 물론 크리스마스 연휴기간과, 휴가(바캉스 시즌)가 시작되는 12월 말 부터 휴가가 마무리 되는 2월 말 까지는 이런 악순환이 계속 반복된다는 점 여행자들은 잘 알아두시기 바란다. 여행자들의 호주머니를 가볍게 하는 호텔비용(방값)과 교통비가 두 배 이상으로 뛴다는 거.



사람들은 성당이나 교회를 찾아 '사랑의 서약' 내지 '사랑의 맹세' 또는 '결혼 서약' 등의 이름으로 신부 앞에서 오른손을 들고 언약을 해본들. 어떤 이들은 사흘만에 파경을 또 어떤 이들은 3개월 내지 3년 안에 모두 파경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마치 발디비아가 피쿤체 인디오 추장들을 협상테이블로 불러내어 술을 잔뜩 마시게 한 다음 인질로 잡은 행위나 다름없는 게 사랑의 본질이었던지. 이 땅에 살고있는 사람들은 100년은 커녕 10년도 채 이어지지 않는 인스턴트 사랑 때문에 가슴앓이를 무진장 해 오고 있었다. 



그래서 한 못된 남자 인간이 남긴 비뚤어진 자화상 때문에 산타루시아 언덕에 오르는 커플들은 입술로 진~하게 나누는 사랑의 징표 대신 또 다른 사랑의 낙서를 남기기에 이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른바 잔대가리 수법 내지 잔머리 수법을 방지하기 위한 양심적이고 착한 처방이라고나 할까. 



데낄라를 만든 세기의 식물 용설란과 사랑의 도수


그들은 산티아고의 하늘과 로스 안데스가 붉게 물드는 저녁 나절 산타루시아 망루에 올라, 하늘에 둥~실 떠오른 둥근 달을 보며 두 사람의 이름을 용설란에 새긴 다음 사랑의 맹세로 여기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용설란에 이름을 새겼을까. 이게 산타루시아 망루에 오른 커플들이 남긴 두 번째 추억의 행사라는 거 연애해 본 사람만 안다. (연애 해  보지 못한 사람들은...공책에 받아 적으세요. ^^) 그렇다면 사랑의 맹세를 왜 용설란에 적었는지 살펴보자.



연인들의 이름이 적힌 용설란(龍舌蘭)은 잎이 용의 혀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흠...용의 혀를 본 적이 없으니 대략 용의 혀가 이렇게 생긴 것이구나 하고 생각하면 될 게다. 아무튼 용설란은 한국에서도 흔히 봐 온 식물이지만 이렇듯 큼지막한 용설란은 보기 쉽지 않을 거 같다. 용설란의 원산지는 미국 남부에서 부터 남미 까지 고루 분포하는 데 멕시코의 서식 범위가 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용설란은 수액을 채취해 발효시킨 후 증류시켜 술을 만드는 데 그 술 이름이 주당들이 잘 아는 '데낄라(Tequila)'라는 술이다.



데낄라는 멕시코의 술로 알려져 있고 도수가 높은 술이다. 그런데 이 술은 도수가 높은 만큼 빨리 취하지만 흥에 겨워 춤을 추고 나면 금방 다 깨는 술이기도 하다. 그래서 멕시코 현지에서는 '흥을 돋구는 술'로 알려져 있는데, 종류도 다양해서 오크통에서 7년이상 숙성시킨 레알레스(Reales) 데낄라는 부드럽고 향이좋다. 또 아녜호(Anejo) 데낄라라는 게 있는 데 요건 오크통에서 3년이상 숙성시킨 술이다. 보통 칵테일해서 마시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마신다. 




그리고 
오크통에서 약 3개월 ~ 2년 정도의 짧은 숙성기간을 거친 데낄라가 있다. 그건 '골드 데낄라'라 부르고, 우리나라 소주 같은 빛깔의 무색 데낄라는 '화이트 데낄라'로 부른다. 데낄라의 종류를 끄적여 본 이유는 술 조차 숙성기간을 거치면 거칠수록 그 맛도 질도 가치도 뛰어나다는 거 다 안다. 데낄라가 이런 정도인데 하물며 인간들의 사랑이 발디비아의 파트너십 처럼 비신사적이며 야만적일 수 있겠나. 사랑의 도수는 사랑의 깊이와 무관하지 않다.



산티아고의 시민들이나 산타루시아 망루를 찾는 사람들 조차 그 정도는 다 아는 사실아닌가. 그래서 그들은 황혼이 깃든 황홀한 저녁나절 산타루시아 망루에 올라 둥근 달을 보며 사랑의 맹세를 끄적거렸는데, 그 식물이 하필이면 정신이 확~도는 데낄라 만든 용설란의 잎이 아닌가. 용설란은 산타루시아 망루로 가는 언덕 한편에서 연인들과 함께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용의 혀를 닮았다는 그 잎에는 연인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있는 것이다. 그게 다 영원한 사랑을 다짐한 거 아니겠나. 



용설란의 또 다른 이름은 "꽃이 100년에 한 번 핀다"고 하여 세기의 식물(century plant)이라고도 부른다. 그러니까 용설란은 최소한 100년은 산다는 말일까. 용설란의 잎에 이름을 새겨넣으면 최소한 100년 동안은 잊혀지지 않는 '사랑의 맹세'가 된다고 믿는 거 같다. 비록 발디비아 처럼 하루 저녁에 변심하는 일이 생겨도, 그 맹세를 담은 이름은 산타루시아 언덕 위에 길이 남는다는 거 아닌가. 산타루시아 언덕을 찾는 사랑의 커플들이 용설란에 자신들의 이름을 새긴 게 용설란의 삶과 무관하지 않은데 그 세월이 자그마치 100년이나 되니 박년해로 하고 싶은 마음은 동서고금이 다 똑 같은 모양이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날 다시 산타루시아 언덕을 찾았는데,...( 그 전에 촬영된 그림은 용설란에 새겨진 낙서를 제대로 보여줄 수 없어서 망원렌즈를 마운트 한 뒤 다시 찾았던 것이다.)아마도 이런 사실을 450년 전 발디비아가 미리 알았드라면, 그는 결코 피쿤체 인디오 등 원주민들에게 이 도시를 세울 요량으로 비신사적인 협상을 통해 추장들을 인질로 붙잡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산타루시아 망루 바로 아래 용설란 잎에 새겨진 사랑의 낙서들은 모두 발디비아의 야만적인 인질극 때문에 벌어진 시대적 해프닝이 아닐까.


금방 파기할 서약이나 약속 보다 차라리 용설란 잎에 사랑의 낙서를 새기는 게 더나을지도 모른다.



*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진귀한 사진이 포함된 다음편이 곧 이어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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