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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온 山들

'반딧불이 서식지'에 행락객이 서식하다니!

'반딧불이 서식지'에 행락객이 서식하다니!


제가 어릴때만 해도 여름밤은 온통 '반딧불이'로 불야성을 이루었습니다.
작은 개울이 보이는 뒷마당 평상에 누워서 밤하늘의 은하수를 보며 별이 쏟아져 내림을 느끼며 잠들곤 했습니다.
한참을 잠들어 있다보면 여기 저기 가려움을 느끼고 그때는 모기 몇마리가 극성을 부리기도 합니다.
침을 바르는게 고작이었지요.



제가 가끔씩 발을 씻기도 하고 멱을 감기도 하던 그 도랑에는 가재들이 지천에 널려 있었고
작은 돌 몇개만 뒤적여도 금방 가재를 한주전자 가득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 개울옆 언덕에는 분홍색 진달래와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어서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그 개울은 사철 제게 그리움을 안겨다 준 곳이었고
지금 반딧불이 때문에 옛기억들이 또렷이 반짝이고 있는 것입니다.


 자료사진은 블로거 에밀리즘님께 양해를 구하여 사용한 '반딧불이' 이미지 입니다.


그렇게 맑은 물 곁 풀섶에 서식하던 반딧불이는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점차 보이지 않았고
저도 나름대로 바빠서(?) 반딧불이와 친할 기회가 없었는데
어느새 우리나라는 산업사회로 접어들며 제가 좋아하던 개울에 살던 메기며 도롱뇽은 점차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저의 회상이 벌써 반세기를 훌쩍 넘기고 있으니
요즘 태어난 우리 아이들은 반딧불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조차도 모르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오늘 오후, 저는 하남시 교산동에 있는 광주향교를 방문하기 위하여 집을 나섰습니다.
이곳은 지인과 함께 자주 찾았던 곳이고 얼마전 이성산성을 방문 하면서 찾기도 한곳입니다.
이곳에서 서쪽으로 바라보면 남한산성의 옹성이 한눈에 바라 보이는 곳이고 그곳은 남한산성의 북문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저도 산행을 좋아하지만 남한산성의 북문쪽으로 가 보지 않아서 골짜기가 궁금했습니다.
그곳에는 반딧불이 서식지가 있는 곳이며 볕이 좋은 봄날 골짜기의 맑은 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그곳은 위의 그림과 같이 '항동' 또는 '법화골'로 불리는 골짜기입니다.

중부고속도로와 판교.구리간 고속도로 가운데 있는 곳이며 남한산성에서 바라보지 않아도
이곳은 백제의 유적지들이 도처에 널려있는 분지이기도 합니다.
한강에서 가까운 곳이며 예전에는 '광주'로 불리던 곳이기도 합니다.


안내문의 그림이 골짜기 모습입니다. 이곳이 골짜기로 들어가는 입구 구요.


저는 자동차로 이 골짜기를 천천히 이동하면서 주변의 풍광에 슬슬 식상하고 있었습니다.
맑았던 개천 주변으로 널린 식당과 카페에서 쏟아져 나온 쓰레기들과 오물들이 냇가에 널려있고,
곳곳에 콘크리트로 옹벽을 만들었는가 하면 아예 개천 바닥을 콘크리트로 깔아 놓은 곳도 있었기 때문인데
이런 집들이 이 골짜기에 점점 늘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때 까지만 해도 우려만 했지 또 다른 볼쌍사나운 모습이 나타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자동차가  걸어가듯 몇 분도 채 가지 않아서 '반닷불이 서식지' 표시판이 눈에 띄었습니다.


전혀 반갑지 않았습니다!!



 이 골짜기의 모습을 보는 순간 '반딧불이 서식지' 안내판과 주변을 번갈아 보며 놀라기 시작했습니다.
반가운 것은 반딧불이 서식지가 적혀있는 글씨와 그림 뿐이었습니다.


이곳이 반딧불이 서식지라니!!...ㅜ




제가 당장 자동차에서 내린것은 너무도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반딧불이가 서식할 골짜기에는 발디딜 틈도 없을 만큼 많은 행락객들을 위한 시설들로 가득찼습니다.

겨우내 오지 않은 행락객들 때문에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좁은 개울에 쳐 둔 천막아래는 어떤지 가 보았습니다.




 반딧불이가 서식할 수 있는 곳에 행락객이 서식(?)하고 있었습니다.
건조한 겨울철을 이용하여 축대를 보수하고 시멘트를 버물러 행락객들이 앉아서 놀 수있는 평상을 쭈욱 늘어놓았습니다.

개울은 반딧불이가 도저히 서식할 수 없는 '하수구'로 만들었습니다.




 산골짜기의 모습이라고는 찾아 볼래야 볼 수 없도록 온통 콘크리트로 옹벽을 쌓았고
날씨가 좋아지면 찾아들 손님맞이를 위해서 개울위에 파이프를 깔고 평상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반딧불이는 '돈' 안되는 '벌레'에 불과 할 뿐이었습니다.




 계곡 전체가 온통 행락객을 위한 조잡한 시설들로 가득하며




 반딧불이가 서식할 수 있는 개울과 숲은 사라진지 오래되었습니다.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골짜기는 마치 난민촌의 천막을 연상하게 하고 그 천막속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 옵니다.
이곳에서는 주로 놓아 기른 닭들이나 보양식을 주로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아름답던 이 골짜기가  이렇게 되기까지는 작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서두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 골짜기는 남한산성의 북문에서 샘골 쪽으로 하산하는 등산로가 있었기 때문이며
비교적 나지막한 남한산성을 오르 내리는 사람들이 이곳의 주요 손님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뿐 아니라 이곳의 아름다운 경치가 한 몫을 한 까닭이기도 하고
국내최초 '주민소환제'로 시민들간 반목이 하남시의 시정을 바르게 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 골짜기 입구에 세워둔 경고문은 그 누구도 지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곳에서 장사를 하는 분들 까지도 오물과 쓰레기를 함부로 개울에 투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는 그림과 같은 시설물을 설치할 수도 없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도 못함에도
그 쓰레기들은 불법 시설물에 의해서 소각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블법과 탈법을 방조하고 묵인한 결과 이 골짜기는 쓰레기장으로 변모하고 말았고
반딧불이 서식지는 형체를 찾아 볼래야 볼 수도 없습니다.




 


 반딧불이가 서식했던 골짜기가 어떤 모습으로 변했는지 알 수 있지요?...
정말...해도 너무한것 같습니다.



 서울 송파구와 인접해 있는 하남시河南市는 알려진대로 백제의 도읍지라 여겨질만한 유적들이 산적해 있는 곳이고
백제.고구려.신라가 각축을 벌였던 전략적 요충지로써 이곳의 지형은 한강 이남에서도 빼어난 모습을 가지고 있고
남한산성에서 내려다 본 이 지역은 너무도 풍요로웠을 드 넓은 농토를 갖춘땅으로 보였습니다.

지형적 특성으로 인하여 농업이 발달했던 이곳은 아담한 촌락들이 곳곳에 남아있었고 전통향교와 더불어
수령 500년이상된 은행나무가 곳곳에 서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최근에는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춘궁동 일대는 중소규모의 공장들과 창고가 난립하면서
이곳은 마치 공단과 같은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얼마전 하남시민들은 '화장터 건립' 문제를 둘러싸고 시민들 간 반목을 거듭했는데
당시에 시민들이 내세운 주장도 '환경문제'가 포함되었습니다만,

이렇듯 반디불이도 살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인간들 조차도 피하게 만드는 혐오시설로 자연을 훼손하고
또 골짜기를 오염시킨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하남시는 본래의 지리적 장점을 모두 잃게되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될 것입니다.

몇몇 시민단체에서 반딧불이를 되살리기 위한 자구책은 높이 평가하나 그분들의 힘은 미약하기만 하여
민관이 합심하여 '반딧불이 서식지' 뿐만 아니라 주변의 경관을 재정비하는 총력을 기울여야
하남시가 반딧불이와 같이 우리의 숨통을 트는 '문화와 환경의 도시'가 될 것으로 사료됩니다.

 반딧불이 서식지에... 행락객이 서식해서야 될 말입니까?!!...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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