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대통령각하 행차 기념식수'가 있는 무망루 아세요?
남한산성에 가 보신분들은 산성의 맨꼭대기에 위치한 '어수장대' 곁에 있는 무망루를 한번즘 보셨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 다녀온 남한산성의 어수장대의 힘찬 모습을 보면서 잃어버린 숭례문을 다시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지만
민족자존의 성지라 불리는 남한산성은 대체로 잘 지켜지고 있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었습니다.
어수장대의 모습은 따로 소개해 드리고자 하며 오늘 소개해 드리고 싶은 곳은 무망루 곁에 있는 한그루 커다란 나무입니다.
이 나무는 우리나라의 초대대통령을 지낸 이승만대통령이 기념식수한 나무이며 수령이 70년 정도 된다고 합니다.
나무가 70년의 수령이고 그 나무의 種이 전나무가 되었건 소나무가 되었건 솔직히 그것에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제게 관심을 끈 것은 무망루 곁에 있는 비석이며 그 碑에 새겨진 글씨였습니다. 요즘 보기드문 글이었습니다.
이렇게 쓰여져 있었습니다.
'리 대통령각하 행차 기념식수'
대통령을 부르는 호칭이 '각하'였으며 각하의 나들이는 '행차'로 불렸습니다.
우리나라의 국왕제도가 사라지면서 나라를 다스리는 '황제폐하'도 동시에 사라지며 새로운 호칭이 생겨났던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새로운 통치자를 부르는 이름이 '대통령각하'였던 것이며
대통령각하가 나들이를 떠나면 '대통령각하 행차'가 되었던 것입니다.
이런 의전행사를 오늘날도 똑같이 부르면 '이명박대통령 각하 행차'...이렇게 됩니다만
아쉽게도 박정희 군사독재정권 이후로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부터 이 호칭은 각하에서 '님'으로 바뀌었습니다.
'각하'의 전횡이 국민들로 부터 호된 꾸지람을 받으며 권위를 상실하게 된 배경이었습니다.
그런데 각하에서 '님'까지만해도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김영삼 대통령님,김대중대통령님,노무현대통령님,이명박대통령님...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이런 호칭으로만 불렸어도 참괜찮겠다는 생각인데
'리승만대통령 각하 행차' 이후 세월이 50년정도 지나는 동안 그 호칭은 이상하게 변질되었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조국광복 이후 왕권에서 벗어나면서 국가원수를 부르는 모습이 너무도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이런 것입니다.
위에 열거한 대통령님들이 공식석상에서는 모두 그렇게 불렸지만 세간에서는 그렇게 부르지 않고
땡삼이 대중이 놈현이 맹바기 등 썩 불경스러운(?) 호칭이 등장한 것입니다.
그분들이 이곳 무망루 곁에 와서 기념식수를 한다고 하면 이렇게 됩니다.
'땡삼이 기념식수, 대중이 기념식수,
놈현이 기념식수,맹바기 기념식수'
츠암!...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우리의 대통령들이 왜 이런 호칭을 들어야 하는지 잘새겨 봐야 겠습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훗날 우리들의 대통령들이 국민들의 존경을 받아서
'모 대통령각하 행차 기념식수'와 같은 글이 비석에 쓰여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금번에 치뤄지는 총선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선택을 해야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최소한 한그루의 나무라도 심는... 환경을 제일로 생각하는...그런
국민들의 대표가 많이 뽑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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