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듬회 접시에서 꽃향기가 날린다?
생선회에서 꽃향기가 느껴질 수 있을까...
참 오랜 기다림 끝에 등장한 모듬회 접시의 모습은
봄을 통째로 옮겨놓은 듯 했다.
활짝 핀 하얀 장미송이를 연상케 하는 생선회 코디였다.
그러나 토실토실 탄력이 느껴지는 생선회 살은
멀리서 봐도 꽃향기가 느껴질 정도로 신선했고,...
살점이 젓가락 끄트머리에 닿자 마자
탱글탱글한 느낌이 죽마를 타듯 손가락 끝으로 전해지는 듯 했다.
젓가락으로 맡은 꽃향기이자
갓 잡아 올린 생선에서만 나는 향기였다.
지난 주말 나는 태안의 땅끝마을 만대항의 한 횟집에서
꽃향기가 물씬 풍기는 생선회를 앞에 두고 감탄을 하며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이틀 동안 만대항에서는 봄을 재촉하는 바다마을이야기와
만대항의 봄맞이 속삭임이 가득했다.
이틀동안 만대항에서는 여러 변화가 감지되었지만
바닷가 마을이 그렇듯 밀물과 썰물이 늘 교차하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일상 속에는 봄을 재촉하는 조금과 사리가
봄을 재촉하고 있었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았다.
마치 메인요리가 꽃향기를 날리는 모듬회 모습인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이 말이다.
우리는 커다란 상 위에 놓인 낮익은 음식들 앞에서
장차 다가올 꽃향기의 반란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우린 그저 밀물과 썰물 처럼 상 앞에 놓인 음식들을 향하여
젖가락을 깨작깨작 놀리며 거대한 사리를 기다리는 동안
만대항 바다가 선사하는 용궁의 성찬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까.
눈 앞에 펼쳐진 모듬회의 신선도는 말 할 것도 없거니와
큼지막하고 굵게 썬 생선들 한 가운데는
각기 다른 생선들의 뱃살만 추려 꽃봉오리를 만들어 놓았다.
태안의 땅끝마을 만대항에서만 맛 볼 수 있는 꽃향기가 아닌가.
그 향기는 1박 2일 동안 이어지고 있었다.
이런 모습이다.
혹한의 겨울을 견딘 봄꽃에서 짙은 향기가 날린다면
태안의 서해바다 만대항에서 갓 잡아 올린 생선들은
마치 들기름을 바른듯 윤기가 좌르르 흐르고 있었다.
김유정님의 동백꽃 속 점순이와 함께 만대항 바닷가에 들러
꽃향기가 폴폴 풍기고 윤기가 좔좔 흐르는 생선회를 앞에 두었다면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아마도...
점순이가 흐드러지게 핀 노오란 동백꽃 향기에 취해 정신줄 놓아버리듯
하얀 모듬회 속살 포스에 반해 윽 소리 한번 제대로 지르지도 못한 채
젓가락 삼매경에 빠져들지 않을까.
한참 후에 나온 새콤달콤한 간재미회로 생선 속살 향기에 취한 얼떨떨한 정신을 추스릴 무렵
다시한번 성게의 노오란 속살이 바다마을이야기 전부를 기억속에 꾹꾹 눌러 담고 있었다.
이틀전 바다마을이야기 펜션 언덕 너머에서 맛 본
노오란 성게알 이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즐길 수 있는 모듬회 가격은 얼마나 될까.
차림표를 보니 8만원이었다. 4인 가족이 배불리 먹고도 남는 양이다.
서울 대비 가격은 너무 착했다.
물론 포스트 속에는 메인요리(모듬회)에 곁들인
자연산 피조개나 홍합 가리비 개불 생굴 매운탕 등은 빠져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 하나는
전국의 수 많은 맛집들 중에서 만대항 횟집(두 곳 뿐이다)의 주인 처럼
순진한 곳을 찾기도 힘들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만대항이 아직은 외지에 많이 알려지지 않아 그런 게 아닌가 싶은데
일행들은 한결같이 똑같은 걱정을 했다.
만대항이 널리 알려져서 사람들이 많이 찾으면 만대항 횟집이나 바다마을이야기 펜션 등은 좋을지 모르지만
예전과 다른 인심과 황폐한 자연이 우리를 기다리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들이었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붙들어 매 두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만나 본 만대항 바닷가 사람들의 인심은 사람들을 좋아하고
혹한 속에서 봄을 맞이하듯,...
한참을 기다려야 꽃향기 나는 모듬회를 맞이할 정도로
여전히 느려터진(?) 아나로그식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어쩌면 이 시대 마지막 처녀 맛집이나 여행지가 아닌가 싶고, 주말을 이용하여 가족이나 연인들이 찾아나서면 기막힌 맛집이 있는 데이트 장소가 아닌가 싶다. ** 태안의 만대항 가는 길과 바다마을이야기 펜션 등 정보는 만대항 알리기 배너를 참조하시기 바란다. 내가 꿈꾸는 그곳의 Phot 이야기 Boramirang SensitiveMedia 세상에서제일 작고강력하며너무 따뜻~한 Media 내가 꿈꾸는 그곳 www.tsori.net / Boramirang 내가 꿈꾸는 그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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