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에 걸린 辛卯년 일출 神妙하네
-구름 낀 날씨에 떠오른 진정한 일출 모습-
하늘에 구름 낀 날이면 일상은 멈추게 되는 것일까. 적지않은 사람들이 신묘년 새해 첫 일출을 보러 왔다가 허탈한 듯 발길을 돌리는 모습을 보며 떠 오른 생각이다. 그러나 참 평범한 사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주야장천 하늘엔 달이 뜨는가 하면 태양이 떠 오른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맥박이 뛰는 한 태양이 떠 오르는 아침을 맞이하며 일몰 이후에 잠이 들 때 까지, 많든 적든 쉽든 어렵든 돈이 되든 안 되든 기분이 좋든 나쁘든 행복하든 불행하든 그 어떤 경우가 닥치는 한이 있드라도 일상은 계속 된다. 그래서 새해 첫 일출을 보러 왔다가 구름에 가린 날씨 때문에 미리 발길을 돌리며 포기하는 모습을 보니 끈기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며 하늘에 구름이 낀 날이면 일상이 멈추게 될까라는 충고로 신묘년 한 해를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신묘년 첫 일출 장면은 소나무에 걸린 일출 장면인데 일부러 연출해 놓은 듯 신묘해 보이는 장면이다. 연하장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태양을 띄운 것 같은 분위기 아닌가. ㅎ 일출시간은 이미 약 30분 정도 경과한 이후 모습을 드러낸 신묘년의 일출이며 청계산 청계골에서 포착한 모습이다. 새해 첫날 청계산에는 일출을 맞이하러 오신 분들이 북새통을 이루었는데, 산 정상에는 발 디딜 틈 조차 없어서 일찌감치 솔향기 폴폴 풍기는 한적한 소나무 길을 따라 걷다보니, 자연스럽게 일출이 소나무 가지에 걸리며 솔향기 묻은 2011년의 태양빛을 온 몸에 덧 입게 된 것이다. 마치 일식이나 월식을 보는 듯 참 묘한 기분이 든 새해 첫 날이다. 구름낀 날씨에도 태양은 떠 오른다는 것(흠...보셨지요? ^^)...그 첫날, 설레임 안고 오르던 새해 첫 산행의 모습을 잠시 돌아본다.
영상메모: 영상은 2011년 1월 1일 오전 6시 경, 청계산 원터골 입구에서 길마재 매봉삼거리 까지 이르는 어둠 속 등산로를 이동하여 매봉 등지로 향하는 등산객들의 모습을 담았다. 매서운 찬바람이 볼을 얼게 하는 꽤 추운 날씨였고 연말 서울에 내린 폭설 때문에 미끄러워 산행은 아이젠을 반드시 착용해야 했다. 길마재에 도착할 때 쯤 여명이 밝아왔고 일출 시간이 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참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하늘 저편에서는 일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천천히 목적지로 이동하며 일출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일출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구름 낀 날씨에도 태양은 떠 오른다
길마재를 돌아서니 여명이 밝아오며 폭설이 만든 설경이 장관을 이룬다.
어둠 속을 해치며 여기까지 오는 동안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등산화가 푹푹 빠지는 등산로를 향해 그저 앞만 보며 걷는 길은 어느새 땀에 젖어들고 있었다. 숨도 가쁘다.
우리 앞에 주어진 개개인의 삶의 길이나 산행을 통해 얻은 작은 깨달음은 대동소이 했다. 목적지를 향해 한발 한발 내 딛는 일 뿐이다.
게으름을 피우면 피운 만큼 목적지에 당도하는 시간은 늦을 것이나, 그렇다고 무작정 시간을 앞당기며 서두를 이유도 없었다.
다만, 미리 계획해 둔 일정은 계획에 맞추어 실행에 옮기는 게 여러모로 중요한 게 아닌가.
우리에게 새해 첫 산행 내지 일출맞이는 그런 계획 중 하나일 뿐이었다. 최소한 새해 첫 날 부터 방에 드러누워 늦잠을 청하며 시간을 보내고 나면, 새해는 왠지 나의 뜻이나 가족이나 이웃 등 모든 분들의 뜻과 다르게 흐르는 듯한 찝찝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아무튼 새해 첫 날 만큼은 산뜻한 기분으로 산뜻하게 출발하는 게 좋더라. ^^
그런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라 어둠이 깔린 새벽에 등산로 빼곡히 이동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일찌감치 다른 길을 향해 걷고 있는 것이다. 지름길이 아니라 빙 둘러가는 길을 택하며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 아니라 사람들이 드문드문 다니는 등산로를 따라 조용하게 한발자국씩 걸음으로 옮기며 유유자적 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던 해가 바뀌어 나이를 한 살이라도 더 먹으면 사색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더 많이 찾게되고 또 더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 생각도 들더라.
어둠 속에서 산길을 따라 걸음을 옮기는 동안 내 머리 속은 온통 작은 소망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나를 중심으로 '내 새끼'들과 가족들의 건강과 안녕은 물론 그들의 이름과 얼굴을 하나 하나 떠 올리다 보니, 웃거나 슬퍼하는 모습나 힘들어 하는 모습이나 기뻐하는 모습이 마구마구 오버랩 되고 있었다. 일출을 봐야 비로소 소망을 늘어놓는 게 아니라 내 마음속에서 일찌감치 소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인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내 마음을 무겁고 어둡게 만드는 일은 우리 가족은 물론, 이웃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아픔 등에 대한 양심의 소리가 가슴 한편에 남아 작은 공명을 하고 있었다.
하느님...살아 계신가요.
살아 계신다면...어디쯤 계신가요.
내가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세상의 일 등에 대해 기적을 갈구하듯 하느님을 찾고 있는 사람들이 일출을 맞이하려는 것일까.
걸음을 옮기던 중 사람들의 하산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시간 상 일출은 시작되었고 저멀리 동편 하늘이 붉게 물든 모습만 봐도 새해 첫 일출은 시작되었는데 그 모습은 구름이 감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않고 터벅터벅 하산을 재촉하고 있었다. 하늘의 뜻이 자신의 마음과 다르게 나타난 결과 삐친 것일까. 세상 일을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안되는 권력자나 재벌 등이 있긴 하지만 제아무리 세상을 호령할 수 있는 권력자나 재벌이라 한들 새해 일출을 가로막는 구름을 커튼 걷듯 싹~걷어버릴 수는 없는 법 아닌가.
세상을 살다보면 이런 경우에 할 수 있는 일은 딱 하나 뿐이다. 그게 뭘까.
기다림이다.
기다리는 것.
내가 진심으로 바라는 것 중 반드시 기다림이 필요한 것은, 느긋하게 기다리며 기다림을 즐기는 일이다.
우리는 그렇게 정해 둔 목적지를 향해 날이 밝거나 말거나 일출시간이 지나 태양이 보이거나 말거나,...
느긋하게 걷고 또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언제까지?...
태양이 내 앞에 나타날 때 까지...ㅋ ^^*
걷고 또 걷다 보니 그게 태양이 아니라 달이면 또 어떠랴...^^
목적지로 행해 걸음을 옮기는 동안 태양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마음 속 기도는 가족과 이웃들로 향하고 있었다. 마치 지난 몇 해 동안 우리들은 어둠에 갇혀 빛을 보지못하고 있었던 것일까. 일출시각은 지났는데 여전히 동편 하늘만 붉게 물든 채 태양은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그때 였다.
붉게 물든 동쪽 하늘 저편 구름 사이로 태양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날이면 날마다 봐 왔던 태양인데 신묘년 새해 태양은 솔 숲에 가린 채 내 앞에 나타났다.
아...붉게 떠 오르는 저 태양을 가슴에 담아야 한다. 저 태양을 가슴에 담아야 꺼져가는 내 영혼이 다시 소생할 것만 같았다. 그래야 나나 내 가족이나 이웃을 위해 그나마 내 할 일을 찾아 나설 게 아니었나. 참 오래토록 기다린 일출 장면이었다. 지금 시각 오전 8시 22분인데...옆에서 안사람이 시간을 알려준다. 일출 예정시각을 30분을 더 넘긴 시각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늘 태양이 구름에 가려 모습을 감추었다면 달이 뜨고 다시 해가 뜰 때 까지 기다릴 것이며, 해 뜨는데 부터 해지는데 까지 마냥 기다릴 텐데, 그누가 우릴 비켜 가리요. (야호~^^*)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리고 마침내 이윽고 비로소 신묘년 태양이 구름에 가린 채 월식이나 일식 처럼 신비하고 신묘스러운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났다.
그 신비로운 빛이 솔가지 사이를 통과하여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나를 향해 나직히 타이르고 있는 모습이다. 구름 낀 날씨에도 태양은 늘 떠 오르고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오래토록 기다린 사람이 그 평범한 사실을 다시금 깨닫고 기뻐하며 기록하는 것이지...그게 진정한 일출의 모습 아닌가.
세상 최고의 사냥꾼은 두마리 토끼를 잡으로 죽음 힘을 다하고 우격다짐으로 뒤쫒아 다니는 게 아니다.
사냥감이 지나다니는 길목에서 조용히 기다리는 일이다. 그리고 인증샷 한 방이면 그것으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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