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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첫눈 보다 더 반가운 달콤한 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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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곡마을에서 처음 만난 달콤한 서리
-눈 보다 더 반가운 달콤한 서리-


서리를 본지 꽤 오래 되었다. 도시에서는 '서리 frost'를 좀체로 구경하기 어려운데 내 눈 앞에 달콤한 서리가 펼쳐지고 있었다. 지난 11월 21일 오전 8시 30분 경이었다. 바람 한 점없는 경북 상주 승곡농촌체험마을은 마치 냉동고 문을 연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날씨가 차가웠는데, 100인닷컴이 주관한 상주곶감 팸투어 중 머문 숙소 근처 풀밭과 과수원 아래는 달빛을 머금은듯 뽀얀 서리가 내려있었다. 서리는 막 떠오른 아침햇살에 반짝이며 언 몸을 조금씩 조금씩 녹이고 있었다. 도회지에서는 좀체로 보기힘든 서리였는데 풀밭 근처에서 쪼구려 앉아 서리를 카메라에 담다가 보기만 해도 달콤한 서리를 포착했다. 과수원 사과나무에서 떨어진 사과가 서리를 온 몸에 두르고 있는 장면이었다.


달콤한 서리는 이렇게 아무도 모르는 과수원 한켠에서 밤을 지새고 있었던 것이다.


서리는 대기 중의 수증기가 지상의 물체 표면에 얼어붙은 것을 말하는데 수증기가 달콤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서리가 사과 표면에 달라붙어 있는 모습을 보니 사과의 달콤한 맛이 연상되는 것과 함께 서리 조차 달콤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달콤한 서리다. ^^


달콤한 서리는 이런 모습으로 밤을 지새고 있다가 아침을 맞이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침햇살에 서리가 다시 이슬로 변해가고 있는 모습을 도시에서는 좀체로 구경하기 힘든 자연현상인데 승곡농촌체험마을 한켠에서는 신비할 정도로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기후온난화 등으로 평범했던 자연현상 조차 이렇게 귀하게 된 것이다.


스피노자가 말했던가.


"내일 지구가 망해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


승곡농촌체험마을에는 어린 사과나무들이 즐비했다. 지구온난화에 쫒겨 사과나무가 점차 위도를 높히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언제쯤인지는 모르겠으나 서리 조차 볼 수 없는 때가 올지도 모를 일이다.


그때 쯤 달콤한 서리는 고사하고 서리 조차 구경할 수 없는 날이 올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에 정말 귀해 보이는 서리다.


그래서 첫 눈 보다 더 반가운 달콤한 서리였다.


달콤한 서리 곁에 짙은 국향을 피워대던 노란 국화가 아침햇살에 부끄러운듯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개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달콤한 서리와 함께 내게 다가온 향긋한 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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