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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만추가 유혹한 손녀의 동네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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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가 유혹한 손녀의 동네 여행 


단풍이 유난히 고왔던 사흘간이 만추의 끝자락이었다. 찬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며 비를 동반한 눈 소식이 서울에서 들려온다. 노랗고 빨간 나뭇잎들은 곧 겨울이 다가온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었던 것일까. 가는 빗방울 몇줄기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던 손을 놓아 버렸다. 우수수 쏟아져 내린 나뭇잎들은 창가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네살박이 손녀 까지 유혹하며 동네 여행길을 재촉했다.


만추는 네살박이 손녀도 떠나게 만든다

만추는 지독했다. 얼마나 아름다운 만추였는지 어린 손녀 까지도 가을여행을 떠나게 만들었다. 두사람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손녀와 할아버지의 대화다. 손녀의 엄마 아빠는 맞벌이 때문에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맡겨져 자라고 있었다. 


할아부지...


왜...


나무는 왜 노랗고 빨갛게 돼요?... 


응...가을이라서...


그런데...가을이 되면 잎이 왜 다 떨어져요?...


응...나무는 말이다. 가을이 되면 잎이 소용없게 된단다.


그런데...조~기 저 나무는 잎이 왜 안 떨어져요?...


응...그건 상록수라고 하는 나무야. 사철 잎이 안 떨어지는 나무거든...


응...그렇구나...


할아부지...그럼 사람한테도 가을이 있어요?...


응...있고 말고...우리 이뿐이는 봄이고 할부지 할머니는 가을이란다.


그라먼...울 엄마 하고 아빠는 요?...


응...여름이지...녀석 별 걸 다 묻고 있네.


할부지...그라먼 나도 크면 여름이 되고 할부지 처럼 가을도 돼요?...


그렇단다.


할부지...그라먼...겨울이 되면 할부지는 어데로 가요?...


응...그땐 할부지는 하늘나라로 가지...


창밖의 만추를 내려다 보고있던 할아버지와 손녀는 손을 잡고 만추의 동네를 한바퀴 돌면서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단풍구경을 하고 있었다. 바람이 사흘전과 달랐다. 사흘전만 해도 따사로운 볕에 반짝이던 잎사귀들이었는데 오늘은 잎새들이 바람에 떨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손녀를 재촉했다.

"울...이뿐이 감기 걸리겠네...집에 가자..."

"...싫어요."


만추가 유혹한 손녀의 동네여행

다른 때와 달리 할아버지의 청을 완강히 거부하며 할아버지와 나들이를 계속하겠다는 손녀의 고집 때문에 할아버지는 결국 손녀를 위해 유모차를 사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손녀의 주문이 이어졌다.

"...할머니도 같이 같으면 좋겠는데...ㅜ"

훌쩍 거리며 조르는 손녀 때문에 할 수 없이 할아버지는 마실 나간 할머니를 불렀다. 오늘 따라 유난히도 귀찮게 하는 손녀 때문에 결국 요즘은 잘 사용하지도 않는 유모차를 꺼내 동네여행을 나서기로 했다. 나뭇잎이 얼마나 곱던지 대낮에 울긋불긋한 전등을 켜 둔듯 하다. 



"녀석두...이제 됐지?..."

손녀는 대답대신 유모차 안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아까 부터 그리 밝은 표정은 아니었다. 할아버지는 그런 손녀의 표정이 평소와 달라서 유난히도 손녀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지며 토닥거렸다. 할아버지는 속으로 (...녀석도 가을 타나 보네...)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는 녀석이 무슨 가을을 타겠나 싶은 생각도 들긴 했다. 그래서 유모차 창을 걷어 올리고 다시 말을 붙여봤다.

"...이뿐아...할아버지 할머니가 그렇게 좋아?...아님 요~기 단풍들이 좋아?..."

"...할부지 할무니가 더 좋아요."

"...왜?..."

"...왜냐면요...할부지 할무니랑 같이 있고 싶어서요."

"...그래?...지금 이뿐이랑 같이 있짜나...^^*"

"...그게 아니라요...할부지 할무니는 겨울이 안 됐으면 좋.겠.어.요."

"...왜?..."

"...그냥...요."


손녀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있는 동안 정이 흠뻑 들어 오랜동안 함께 살고 싶어했는데 요 며칠 동안 똑같은 물음을 계속한 이유가 아직도 철부지 같은 지애비 지애미 보다 더 나은듯 했다. 할아버지는 그런 손녀가 얼마나 기특하던지 할머니에게 모든 이야기를 다 털어놨다.

"...에궁 이뿐거...울 이뿐이 다 컷네...(뾰옥~^^)..."


여보...내가 유모차 끌 테니까. 당신은 자전거 타고 와요.


여보...그런데 자전거가 너무 지저분하다...


이뿐이가 당신 한테 그런말도 다 해요?...


그렇다니까...자꾸 물어서 겨울이 되면 하늘나라로 간다니까 녀석이 훌쩍거려...참 나...


인제...겨울이 되고 봄이 오면 녀석이 우리 하고 이별이라는 거 다 아는 모양일까...

단풍 고운 이 가을이 지나고 다시 겨울이 오고 봄이 오면 손녀는 동네 유치원에 보내질 텐데, 엄마 아빠로 부터 전해들은 그 말 때문에 손녀는 이별을 직감하며 겨울이 하늘나라 처럼 여겨진 것일까. 손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만추의 끝자락에 오래토록 머물고 싶었다. 할머니의 궁시렁 거림이 들렸다.

"...에구 당신도 자전거가 왜 이 모양일까...이뿐이 하고 동네여행 떠나는데 좀 깨끗이 닦아 놓지 그랬어요...(궁시렁궁시렁)"


할부지 할무니...머 해요.


그래...가자꾸나.



사흘간 기록한 만추의 단풍들이다. 손녀와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는 물론 설정이고...창 밖에 매서운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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