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콩나물국밥의 불편한 진실?
-여행자의 속을 따끈하게 데워줄 전주 남문시장의 콩나물국밥-
콩나물국밥 좋아 하세요?...그냥 콩나물국밥이 아니라 그 유명한 '전주 콩나물국밥' 말입니다. 아마도 전주를 다녀오신 분들은 전주비빔밥 내지 전주 콩나물국밥 한그릇씩은 드셔보셨을 테고, 전주가 아니라도 서울에서도 전주 콩나물국밥의 유명세는 여전하지요. 국밥 속에 든 콩나물을 건져 입에 넣으면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이자, 과음으로 불편한 속을 달래줄 시원한(?) 콩나물 국물은 주당들의 속풀이도 그만입니다. 또 밥 조차 느긋하게 먹을 여유가 없을 때 밥 한술 넣어 순식간에 해치울 수 있는 게 콩나물국밥이었습니다. 국밥이란 주로 그러한 것들 이지요. 콩나물국밥은 그래서 서민들 뿐만 아니라 권력층에 있는 사람들 까지도 애호할 정도였습니다. 그렇다면 전주 콩나물국밥에는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던 것일까요. 요즘 콩나물국밥을 먹을 기회가 흔치 않았는데 사흘전 전주에서 개최된 특별한 강연회 모습을 취재겸 들렀다가 바쁘게 상경하면서 아침나절에 모처럼 전주 콩나물국밥을 먹게 되었습니다. 그 속에 특별한 이유가 되는 '불편한 진실(?)'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죠. 불편한 진실 속에는 전주콩나물의 유래 내지 비법이 동시에 담겨져 있었습니다. 전주 콩나물국밥의 불편한 진실을 소상하게 알려주신 분은 전주에서 태어나 자라고 현재 까지 연로하신 부모님 께서 전주에 사시는 등 전주의 역사를 최소한 수십년 이상 거꾸로 돌릴 수 있을 정도로 전주통이었습니다. 아 참, 맨 처음에 등장하는 그림을 잘 기억해 놓으면 전주 콩나물국밥에 대한 이해 속도가 매우 빠를 것 같습니다. 선입견은 금물이고요. ^^ 그럼...전주 콩나물국밥의 불편한 진실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 |
유서깊은 양반의 고장 전주의 풍남문 근처 남문시장에 일행이 도착한 시각은 사흘전 대략 오전 8시 30분 경이었다. 우리가 전주 콩나물국밥집을 찾게 된 이유는 늦게 끝난 강연회 탓도 있었지만 뒤풀이가 길어져 잠을 청한 시간이 매우 짧았다. 두 세시간 정도 눈을 붙였을까. 청춘도 아닌데 무리하게 강행군을 했으니 속이 까칠한 건 당연했고 눈까풀은 여전히 무거웠다. 기왕에 전주를 찾았으니 우리는 콩나물국밥을 먹어보자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일행중에는 완주군에 사시는 분도 포함되었으니 전주 바닥은 모바일 네비게이션(?) 때문에 손바닥을 들여다 보듯 훤했다.
나는 그저 토박이들이 안내하는 곳만 따라가면 되었는데 기왕에 전주에 들른 차에 콩나물국밥의 유래 등에 대해 잘 알고 있는 B부장(부장님으로 부르기로 한다)이 동석을 하므로, 이때다 싶어 작은 수고를 통해 몇장의 사진과 영상을 남겼다. 우리 일행이 도착한 곳은 남부시장 좁은 골목에 위치한 <운암식당>이었는데 식당 내부 주방 앞에는 '전통 콩나물국밥'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식당에 들어서자 마자 궁금증과 호기심이 발동되며 두리번 거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서울에서 전주로 이동하는 동안 전주 콩나물국밥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부장님으로 부터 리얼 다큐로 이미 전해들었으니 말이다. 식당안에는 두 세 테이블에 손님이 있었다.
테이블에 앉은 직후 바로 내놓은 밑반찬이 이런 모습이다. 조개젓과 새우젖 밴댕이젓 등 젓갈류 세가지와 함께 나온 것은 고추를 잘게 다져놓은 양념과 김치가 전부였다. 물론 전주 콩나물국밥에는 아래 영상을 통해 확인되는 것 처럼 반숙한 계란(수란이라 부른다)과 맛김이 빠질 수 없다. 그러나 그런 건 콩나물국밥을 한번쯤 맛을 본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어서 따로 끄적일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조개젖 빛깔을 보니 먹음직 스러워서 한장의 사진을 남겼는데 음식이나 요리 앞에서 주책을 부리는 블로거의 습관 때문에 아까 부터 카메라를 들고 샬카닥 거리는 나 때문에 식당의 손님들이 우리 테이블로 시선을 일제히 돌린다. (흠 밥상 앞에서 거...뭔 짓이여...) 그래서 눈치를 볼 이유도 없을 것 같아 아예 식당 주인님께 양해를 구해 촬영을 시작했다. 아침 부터 운암식당이 소란스러워 보였다. 그러자 옆 테이블에 있던 손님께서 "...테레비 언제 나와요?"하고 물었다. 그러고 보니 운암식당은 모 방송국에서 이미 다녀간 맛집이기도 했다.
자...그렇다면 전주 콩나물국밥집의 불편한 진실 속에 담겨져 있는 비밀을 하나씩 꺼내 보기로 한다. 그 비밀은 곧 전주 콩나물국밥의 진정한 레시피이기도 했는데 나는 일찌감치 그 핵심 곁에서 얼쩡거리며 주방일에 방해를 주지않는 범위 내에서 촬영을 하고 있었다. 주방에서 뚝배기 그릇에 담겨져 있는 밥은 우리 밥이다. ^^ 소박하다 못해 어쩌면 초라해 보일 정도인데 누룽지가 엿보여 더 그랬다. 그러나 그건 불편한 진실 속에 전혀 포함될 사항이 아니다.
그러면 주방 앞에 나열된 국밥용 양념들일까. 이것 또한 전주 콩나물국밥의 불편한 진실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바로 이 장면 부터 불편한 진실이 시작되며 전주 콩나물국밥의 비법이 동시에 담겨져 있는 귀중한 장면이다. 서두에 이 장면을 주시하라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그림을 잘 보셨는가. 조금전 뚝배기에 밥이 조금 깔린 곳에 보기에도 아삭해 보이는 콩나물이 담겨져 있는 모습과 함께 아주머니가 커다란 양은 솥에서 국물을 뚝배기에 담고 있는 장면이다. 손놀림이 얼마나 빠른지 콩나물 국물이 허공을 날아다닐 정도다. 이 장면은 뚝배기 마다 수차례씩 반복되는데 이 과정을 통해서 뚝배기가 데워지면서 따끈한 콩나물국밥이 탄생한다. 그러나 이 장면에서도 불편한 진실을 쉽게 만날 수 없으나, 눈여겨 봐야 할 곳이 솥에서 끓고 있는 국물이다. 부장님의 증언이 시작될 차례다.
서울에서 전주로 이동하는 동안 일정상 마주치게 될 전주 이야기가 시작되다가, 결국에는 콩나물국밥 이야기를 끄집어 낸 게 부장님이었다. 부장님은 전주가 가까워지자 서서히 전북 말씨가 묻어나고 있었는데 그의 증언 속에는 콩나물국밥에 대한 아련한 추억 보다 전주 사람들의 애환이 느껴지기도 했다. 전주 콩나물국밥의 불편한 진실이자 비법이었으며 레시피의 핵심사항이었다. 부장님의 증언을 정리하면 이랬다.
전주 콩나물국밥의 불편한 진실
요즘은 콩나물에 많이 함유된 단백질과 무기질 비타민과 비타민 B1,B2 등의 성분 운운 하는 콩나물이 한 때는 지겨울 정도였다고 한다. 얼마나 지겨웠으면 콩나물국밥의 진실이나 알고 먹어라는 것일까. 전주는 예로 부터 물이 좋지않았다고 한다. 요즘 처럼 수돗물을 사용할 때가 아니라 우물물을 주로 사용하던 때 콩나물국밥이 등장하고 있었다. 지하수가 얼마나 나빳던지 세숫대에 물을 받아 세수를 하면서 한 두번 문지르면 얼굴이 까칠해질 정도라고 한다. 이유는 뭘까. 전주 지역의 지하수에는 철분이 매우 높게 함유되어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우물물을 길러서 맛을 보면 철분 특유의 비릿한 냄새 때문에 생수로 복용하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식수로 사용할 수 있었을까. 가마솥에 우물물을 가득 넣고 끓여 마셨다는데 철분이 다량 함유된 우물물은 끓인다고 해서 특별난 맛이 나지않았다. 따라서 가마솥 가득 콩나물을 넣어 푹 삶으면 콩나물에서 우러난 성분과 함께 식수로 사용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콩나물이 필터 역할을 톡톡히 했을까. 그 다음이 문제였다. 가마솥에 들어간 콩나물이 한 두줌도 아니고 가마솥 가득하니 콩나물을 그냥 버릴 수도 없었다. 그래서 식수를 끓인 직후에는 콩나물을 처리해야 했다. 콩나물 처리에는 '식구'가 필요했다.
온 가족이 한지붕 아래에서 살던 시절 가마솥에서 건져낸 콩나물은 김치 등을 넣어 비벼먹기도 하고, 국밥을 만들어 먹기도 하는 등 매 끼니 등장하는 반찬의 부재료가 되었다는 것이다. 좋은 음식도 한두번이지 이런 과정을 매일 반복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 아마도 콩나물 콩자만 들어도 쳐다보기도 싫을지 모른다. 이런 사실을 증명해 줄 장면이 위에서 만난 양은 가마솥 속에 우러난 국물의 색깔이다. 기억하는 가. 타 지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국물의 색깔이자 차마 콩나물 국물의 색깔이라 쉽게 믿기지 않는 모습이다. 보통 콩나물국 하면 맑고 영롱한(?) 국물을 떠 올릴 텐데 전주 콩나물국밥의 오리지날 국물 색깔은 지하수 속에 포함된 철분의 영향을 받아 육수처럼 혼탁한 국물 모습으로 변한 것이다. 그 국밥이 주문한지 5분 정도만에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남문시장에서 콩나물국밥으로 아침을 먹은 후 풍남문을 바라본 풍경인데 오전 9시가 넘었지만 사람들의 왕래가 뜸한 모습이다.
그렇다면 전주 콩나물국밥의 맛은 어떨까. 그 유명한 전주 콩나물국밥이 내 앞에 도착하자 마자 맨 먼저 국물을 한숟가락 떠서 천천히 맛을 음미 해 봤다. 따끈한 국물이 혀 끝에 닿자 마자 달짝지근한 맛이 입안을 감돌았다. 그 맛은 철분과 함께 지하수에 다량으로 함유된 미네랄이 콩나물을 만나 새롭게 환원된 담백한 맛이었다. 전주 콩나물국밥은 가마솥에서 물을 끓이는 동안 산화되기 시작한 지하수에 콩나물이 투입된 직후 환원 과정을 거치면서 미네랄 입자에 콩나물의 성분이 골고루 합성된 맛이라고나 할까. 거기에 잘게 썰어둔 고추 양념과 젓갈을 넣어 간을 맞추니 얼큰한 국물로 변하며 젓갈 종류에 따른 개성적인 맛이 연출되고 있었다. 나는 새우젓을 사용하지 않고 조개젓으로 간을 맞추었다. 그랬더니 젓갈이 씹힐 때 마다 바다내음이 새록새록 풍기는 고상한 맛으로 변했는데 굳이 이름을 붙이면 '조개젓을 곁들인 전주 콩나물국밥'이라고나 할까.
반숙된 계란을 맛김 가루로 양념하여 후루룩 마시는 재미와 함께 콩나물을 김에 싸 먹는 것도 특이한 장면인데, 영양가 넘치는 식단이 풍부한 요즘은 생략해도 좋을듯 싶기도 했다. 하지만 전주만의 콩나물국밥 전통이라니 전주로 여행할 때 남문시장에 들러 전주사람들의 정취와 애환이 깃든 그 방식 그대로 따라하다 보면, 맨 처음 주방 앞에서 본 소박하다 못해 초라해 보이던 콩나물국밥으로 인해 까칠했던 아침 시간이 편안해 짐을 느낄 것 같다. 부장님의 증언 때문에 전주 콩나물국밥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염두에 두고 먹어본 콩나물국밥이 그저 유명해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전주 콩나물국밥의 불편한 진실이자 비법은 지하수 속에 감추어져 있었고, 그 지하수로 키운 콩나물로 진하게 우려낸 콩나물국물이 전주 콩나물국밥 만의 자랑이었다.
*참고사항: 포스트 촬영장소가 된 전주 남문시장의 운암식당에서 우려내는 콩나물국물 등에 대해서는 일체의 질문을 하지 않았음을 참조바란다. 전주 토박이의 증언에 따라 영상과 그림 등을 소개했을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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