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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브리테니커 사전에 등재된 서낭당 귀신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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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테니커 사전에 등재된 서낭당 귀신놀이
-민속촌 서낭당에서 해 본 귀신놀이-


사전에 대한 추억 한 토막 요즘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에서 관련 키워드로 검색 한방이면 세상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기막힌 시대가 되었지만, 최소한 나의 어린시절을 생각해 보면 국어사전 내지 영어사전은 참 소중하고 진귀한 물건이었다. 60~70년대 초중고 학생들에게 사전은 거의 현금과 다름없어서 헌 책방 등지에서 물물교환 내지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물건이었을 정도다. 요즘은 어떠한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이런 일이 비재하여 학생들이 용돈을 마련할 요량으로 부모님께 책을 산다고 거짓말을 하여 부족한 용돈을 메꾸기도 했다. 이런일이 거듭되자 부모님들은 아들의 일탈을 방지하기 위해 방과 후에는 반드시 책을 구입한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러하니 학생들의 거짓말이 진화되기 시작하여 부모님을 앞질러 가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가면 엄마가 반드시 새로 구입한 사전이나 책 등을 검사하므로 친구가 구입한 책을 한 이틀 빌려가 내보이거나 잊어버렸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대개 이런 일을 일삼는 친구들은 몇몇에 국한된 일이었지만 사전의 값어치를 엿볼 수 있는 귀한 추억이 되고 있는데 이 포스트에 등장하는 <브리테니커 사전>을 구경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 만큼 진귀하여 중학교에 진학한 이후 공부 잘하고 꽤 잘 사는 친구를 통해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봤을 정도다. 물론 대부분의 친구들이나 나는 이 사전을 소유하지 못했다.


브리테니커 사전 속으로 그런데 브리테니커 사전에 대한 추억을 일깨우는 작은 사건이 발생했다. 얼마전 용인의 한국민속촌을 다녀오면서 촬영해 둔 영상과 함께 관련 내용을 보다 잘 전하기 위해 검색을 하다가. 내가 촬영한 영상의 위치가 브리테니커 사전에 이미지로 등재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우연찮게도 나는 브리테니커 사전 속으로 들어가 있었던 것인데, 공교롭게도 내가 민속촌에서 재미삼아 해 본 <귀신놀이>는 브리테니커 사전 속에서 생생하게 재현되는 느낌을 받으며 '데자뷰 현상'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일상 생활을 통해서 또는 여행을 하다보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인데..."라고 느끼며 주변 환경이나 행동이 어디선가 본 듯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런 현상을 '데자뷰 현상' 이라고 말하는데 브리테니커 사전에 등재된 내용을 보니 잘도 조사하고 기록해 놓아, 나의 어린시절의 필름을 되돌린 듯한 느낌을 받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 아래 브리테니커 사전 속에 등재된 <서낭당>을 참조하며 요즘 보기 힘들어진 서낭당의 모습에 나의 추억을 담아 본다.      




에 대한 추억은 이랬다...세상에 귀신이 있긴 있는 것일까. 또 귀신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무더운 여름날 친구들과 가까운 산골짜기에 멱을 감으로 가는 길 모퉁이에는 작은 돌무더기 곁으로 서낭당이 있었다. 서낭당 바로 옆에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서 있었는데 서낭당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풀숲 사이로 나지막한 헛간 같은 게 있었다. 멱을 감으로 갈 때는 반드시 이 앞을 지나쳐야 멱감을 장소에 보다 빨리 도달할 수 있는 지름길이었다. 그 아래로 다랭이 논이 펼쳐져 있었는데 서낭당을 지나치는 길은 좁아서 한줄로 길게 늘어서야 갈 수 있는 길이었다.

참 이상했다. 친구들과 낮에 이 길을 통과할 때는 몰랐던 일이 해질녘이 되어서 집으로 돌아온 이후 까지 여전히 서낭당과 용도를 알수 없는 헛간이 눈에 아른 거리며 무서움을 더해주고 있었다. 해질녘 서낭당이나 헛간을 지나치면 음산한 기운이 뻗치며 누군가 나를 응시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괜히 무서웠다. 그런데 참 이상도 하지. 무서우면 다른 길로 돌아서 가든지 하면 될 텐데 우리는 여전히 그 길을 애용하고 있었고 날이 조금 더 어두워 지면 이 길을 피해 산기슭으로 빙 둘러 귀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헛간이나 서낭당에 대한 호기심은 지울길이 없어서 언제인가 그 안을 들여다 보기로 했다. 도대체 저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는 것일까.

서낭당을 오가는 길에는 동네 어른들이 과일을 갖다 놓기도 했고 근처에 북어가 버려져 있기도 했다. 그리고 서낭당 옆의 느티나무에는 파랗고 노랗고 빨갛고 하얀 천들이 길다랗게 널려 어둠이 내리면 이상한 모습으로 펄럭이고 있었는데 가끔씩 사람이 춤을 추는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서낭당이나 이름모를 헛간의 존재는 호기심과 함께 두려움의 존재였는데 어느날 친구들과 의기투합 하여 그 속을 들여다 보기로 했다. 서낭당은 익숙해져 있었지만 인기척이라고는 없는 헛간 속은 여전히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 속에 귀신이 살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고무신 뒷축을 땅에 먼저 디디며 살금살금 그 헛간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문틈 사이로 살며시 들여다 보니 속은 깜깜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더 경과하자 어렴풋이 꽃술이 울긋불긋한 가마 위에 꽂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좀 더 자세히 보니 그 가마는 동네 어른이 돌아가셨을 때 상여에 사용되었던 것이었다. 상여와 가마가 보관된 곳...그렇다면 이 헛간은 사람들의 주검을 나르던 상여를 보관하는 장소?!...그런 생각이 미칠 때 쯤 친구 한녀석이 소리를 지르며 헛간으로 부터 순식간에 멀어진다.

귀신이닷!~...조용히 헛간안을 들여다 보던 친구들은 순간 깜짝 놀래며 동시에 헛간으로 멀어지는데 이런 사정을 모른 채 친구들의 꾐에 빠져 한쪽 모퉁이에서 헛간 속을 들여다 보던 친구는 혼비백산하며 맨 나중에 헛간에서 뛰쳐 나오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는 그런 친구를 보며 깔깔 거리며 좋아라 했는데 그 친구의 고무신은 아직도 헛간 앞에 버려져 있다. 후다닥 뛰쳐 나오다가 땀에 찬 고무신이 벗겨져 헛간 앞에 있는데 그 친구는 엉덩이를 뒤로 빼며 우리와 헛간을 번갈아 가며 신발을 줍고 다시금 후다닥 우리와 합류한다. 나 또한 이런 곯림을 친구들로 부터 받았으므로 ,가끔 멱 감으로 갈 때는 이웃동네 친구를 이런 식으로 곯려 먹기도 했던 것이다. 참 짓굳은 신고식인 셈이다.그리고 그 헛간을 지나며 침을 세번 뱉고 왼쪽 발꿈치를 들어 땅을 세번 구르며 멱을 감으러 가곤 했다. 


수십년의 세월이 흘렀다 나는 용인의 한국민속촌을 거닐고 있었다. 민속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맨 먼저 서낭당의 모습이 눈에 띄었는데 이 모습을 보자 마자 어릴 때 추억이 단박에 떠올랐다. 민속촌에는 서낭당이 세곳에 있었는데 규모만 달랐지 어릴 때 본 서낭당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관련 포스트에서 언급했지만 민속촌은 약 150년 전 우리 선조님들이 살았던 모습을 재현해 놓고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민속촌 서낭당 곁으로 다가서자 마자 수십년 전에 의문을 품었던 귀신의 존재가 다시 떠 올랐다. 귀신은 어떤 존재일까. 다시 브리테니커 사전 속으로 들어가 본다. 이랬다.

"<중략>...민속상에는 "살아 있을 때는 사람이라 하지만, 죽어서는 귀신이라 부른다"는 말이 있다. 곧 귀신은 사람과 본질적으로는 차이가 없지만, 다만 사람이 죽어서 된 그 어떤 상태가 귀신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살아 있는 사람도 저마다 성품과 능력이 다르듯이 귀신의 그것도 각각 다르다고 믿는다...<하략>"   

우리나라에서 전해져 내려오는(다른 나라도 그러하지만) 귀신에 대한 정의는 이러 했으므로 주검으로 변한 사람은 꽃상여 등에 실려 장사지내게 되지만 귀신의 존재는 여전히 남아있고, 귀신도 사람의 성품 정도에 따라 좋은 귀신 내지 나쁜 귀신으로 변한다는 말이다. 이를 테면 "생전에 비교적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편안한 죽음을 겪은 사람은 죽어서도 좋은 귀신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나쁜 귀신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게 브리테니커에 실린 귀신의 모습이다. 특히 불행한 삶을 살고 비정상적인 시간과 공간에서 잘못된 죽음을 억울하고 갑작스럽게 맞이한 경우, 가령 객사(客死), 횡사(橫死), 급사(急死), 동사(凍死), 몰사(沒死),분사(憤死), 아사(餓死), 압사(壓死), 오사(誤死), 요사(夭死), 액사(縊死), 익사(溺死), 분사(焚死), 참사(慘死), 그리고 미혼남녀의 죽음 등의 경우에는 나쁜 귀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낭당 모습이 담긴 그림은 영상에서 켑쳐한 사진이며 브리테니커 사전 속(서낭당)에 등재된 장소다.

그 뿐만이 아니다.무속에서는 무당 귀신인 무녀귀신, 처녀귀신인 손각시, 총각귀신인 몽달귀신, 간사한 여자귀신인 하리가망, 비명횡사한 영산, 죽어서 떠도는 남녀노소 귀신인 상문,의지없이 떠도는 여자귀신인 말명, 악귀를 따라온 귀신인 수비 등 여러 종류의 귀신 관념이 있다. 결국 이런 귀신이 사람과 관계를 가지려 하면 할수록 사람에게는 불행이 초래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귀신은 엄밀한 의미에서 주로 사령(死靈)을 뜻하지만, 더 넓게는 하늘·땅·산·물·바위 등의 자연이나, 호랑이·소·개·여우·닭 등의 동물이나, 둥구나무 등의 식물, 그리고 어떤 사물이나 질병조차도 상황에 따라서는 귀신이 될 수 있고, 또한 귀신이 그것에 붙을 수 있다고도 믿는다. 가령 마을을 보호해준다는 산신과 마을 입구의 장승, 솟대, 탑, 수구막이 선돌, 둥구나무, 그리고 집안의 여러 귀신들인 성주 조왕 터주 삼신 축신 등도 민속상의 중요한 귀신들이다.

그러고 보니 눈에 보이는 사물 전반에 걸쳐 귀신이 살고 있는 셈인데, 우리가 어릴적 친구들을 곯여준 상여집이나 서낭당이나 돌탑이나 울긋불긋한 천 등지에서 느꼈던 음산한 기운이나 무서운 느낌은 귀신의 존재를 느끼고 있었다는 말일까. 나는 민속촌의 서낭당 앞에서 삶과 죽음 등에 대해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한국민속촌으로 단체로 수학여행을 온 일본의 여고생들을 보며 나 스스로 귀신이 되어보는 체험(?)을 시작해 봤다. 물론 나는 투명인간이 아니나 영상을 촬영하면 누군가 나를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서낭당 근처를 천천히 배회해 봤다. 이를 테면 귀신놀이였던 셈인데 그 장소가 브리테니커 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서낭당>이 있는 장소였다. 지금 까지 글을 다 읽어보신 분들은 생각에 따라 무시무시한 영상이 될 수도 있고 도깨비 장난 같은 황당한 시추에이션이 될 수도 있다. 영상을 한번 열어볼까. (흠...왠지 망설여 진다구요?... ^^* )



서낭당에서 해 본 귀신놀이제작 의도는 다름이 아니었다. 민속촌을 돌아보는 동안 나의 신앙에 대한 정체성도 살펴볼 겸 우리사회에서 사라진 '귀신 ghost' 때문이었다. 우리 선조님들의 마음 속에는 서낭당이나 무속에서 엿 볼 수 있는 것 처럼 우리 주변에 널려있는(?) 게 귀신의 존재였다. 그 귀신들은 사전을 통해 언급한 바와 같이 착한 귀신이 악한 귀신과 공존했다. 사람들이 죽음에 이르게 되면 악한 귀신이 되어 평소 자신을 못살게 굴던 사람에게 해꼬지를 하거나 못살게 굴고 싶을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쁜 귀신이 성립되는 조건을 살펴보면 자신의 의지와 의사에 상관없는 죽음의 종류에 이른 사람들일 뿐이다. 그래서 민속신앙 등에서는 그런 넋을 달래줄 여러 제사가 필요했는데 우리 주변에 존재했던 서낭당 등은 그런 역할을 담당한 것은 물론 길흉화복을 다스리는 신앙으로 존재하기도 했다.
 
만에 하나 오늘날도 귀신의 존재 내지 영혼의 존재를 믿는다면 이웃을 괴롭힐 일을 서슴없이 저지를까. 나는 꽤 오래전에 기독교(예수님)를 믿게 됐다. 하느님의 존재를 믿기 때문에 삼위일체 하느님의 능력을 신앙하고 있었던 것인데 적지않은 사람들이 하느님은 믿지만 귀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한편, 스스로 귀신이 되어 이웃을 괴롭히는 모습을 수도 없이 목격하고 있다. 우리 민속신앙 등에 따르면 그들의 사후 세계는 '나쁜귀신'이 되는 것이므로 행실을 바르게 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매우 착한 귀신?...음 하하하...^^*) 서낭당에서 해 본 귀신놀이를 통해 귀신의 존재를 연출해 본 것인데 그 장소가 바로 브리테니커 사전 속에 등재된 서낭당 곁이었다.   


브리테니커 사전은 영어권에서 가장 오래되고 방대한 일반 백과사전이며,
 1768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초판이 발행되기 시작한 이래 판을 거듭하면서 지금까지 출판되고 있다.
<브리테니커 사전 Encyclopaedia Britannica>의 말이다.

흠...우리고유의 민속문화가 사전 속으로 사라지고 있네...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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