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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온 山들/늘 그리운 淸溪山

중년여성들이 꿈꾸는 '일탈'... 위험천만!

중년여성들이 꿈꾸는 '일탈'... 위험천만!


청계산을 오르 내리면서 자주 마주치는 한 다리가 있습니다.
볼 품도 없고 보잘것 없어 보이는 작은 이 다리는 청계산 청계골을 방문하면 반드시 만나는 다리입니다.
저는 이 보잘것 없는 다리를 건너면서 늘 영화속의 한 다리를 떠 올리곤 합니다.

제2의 러브스토리라 불리우는 '메디슨카운티의 다리'입니다.


 


영화속의 메디슨카운티의 다리는 '로버트제임스 월리'가 쓴 실화소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작품인데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와 가정주부인 '프란체스카'간의 나흘간의 사랑을 다루었습니다.
저는 그 영화를 보고난 후 한동안 그 주인공이 자신인듯 착각할 정도로 깊은 감명을 받았던 영화 입니다.

남성들도 이런 아름다운 사랑을 한번쯤 겪어 봤으면 하는 유혹이 이는 영화였으며
여성들도 이 영화를 보고나서 그 아쉬움을 달래지 못하여 두번 세번 그 영화를 보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오늘 청계산을 다녀 오면서 영화속의 한 주인공이 겪었던 사랑과 닮은 대화를 엿듣게 되었는데
결국 하산을 하는 길에 다시 이 다리에 들러서 그 이야기 몇줄을 옮기고자 마음먹고 이렇게 실행하고 있습니다.

 "...어우!...나...여태껏 살아 오면서 연애 한~번도 못해봤어!...어우! 아유!!...ㅎ"

한무리를 지어서 앞서 가던 아주머니가 등산로에서 소리를 지르다시피하며 몸을 뒤틀며 대화를 하는데
뒤따라 가는 사람들이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그녀들은 50대 후반의 아주머니였고 친구들 서넛이서 산행을 하며 수다를 떠는 모습이 재미를 더했습니다.  


 


"ㅋㅋ...나두야!...난 어떻구?...남들 보기엔 어째 보이는지 모르지만...맹추지...맹추!..."

"...요즘 애인 하나 없는 게...병신이라든데...나도 병신이지 머...ㅎㅎㅎ"  

"...내가 술을 먹을 줄 아냐...고스톱을 칠줄 아냐...날 데리고 여행을 가기를 하냐...츠암! "

"...있잖아...한번은 친구들이 구름타고 가는 거 알어? 해서 모른다 하니까...
친구집에 와 보라해서 갔더니 '마담 에마뉴엘'인가 먼가 하는 거 보고 깜짝 놀랬잖아!...ㅋㅋ
글쎄...그거 본 이야기를 남편한테 했다가....뒤지게 혼났잖어! ㅎㅎㅎ...그러고 그 친구들 만나지 말래나 머래나...'

 그중 한 아주머니는 자신의 이야기를 주로 늘어 놓으며 일행들을 깔깔 거리며 웃게 만들었습니다.
그녀들이 말하는 결론은 누가 들어도 뻔한 이야기였습니다.
기회만 닿으면 '메디슨카운티의 다리'와 같은 연애를 한번 해 보고 싶다는 것입니다.



"...6년 연애해서 35년 살았는데 한 남자하고 60년 산다는게 너무 지겨워!...
꼼짝 못하게 하니까 연애를 할 수 있어야지...ㅋㅋ"

"...일요일도 딸하고 볼 일 좀 볼려면 꼭 따라붙어! 인간하고는?!..."

그녀들의 수다는 주말의 산길을 오가는 사람들을 힐끔거리게 만들었습니다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대화중에는 사소한 일들로 인해서 이혼을 할뻔한 경험담까지 대부분 남편을 헐뜯는(?) 내용들이었습니다만
그녀들의 대화를 가만히 들어보면 그녀들은 너무도 반듯하게 살아온 우리이웃의 평범한 여성들이었습니다.

그녀들의 마음속에 작은 불씨를 당기고 있는것은 이대로 죽으려니 억울하다는 항변이 깔려있었습니다.
죽기전에 지겹도록 산 남편과 다른 한 남성과 만나서 연애를 해 보고 싶다는 마음들인데
그런 이야기에 대해서 누구하나 반대를 하는 친구들이 없었습니다.



 영화 메디슨카운티의 다리에서 주인공은 3일간의 사랑을 아름답게 묘사하는 과정에서
그가 살아오는 동안 너무도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게 해 준 한 여성을 그리워하는 편지를 쓰게 됩니다.
그 여성또한 평생동안 아이들 뒷바라지만 하고 우직하게 일만 아는 남편만 바라보고 살다가
어느날 만난 매력있는 남자주인공에 홀딱 사랑에 빠지고 맙니다.

그녀가 만난 그 남자는 남편이 가지고 있지 못한 매력들을 모두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메디슨카운티의 다리를 보면서 마지막 장면에서 잠시 사랑한 남자에게 돌아가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조마조마했죠.

결국 그녀는 저의 선택(?)과 같이 남편에게 돌아가고 잠시 사랑에 빠졌던 낮선남자로 부터 멀어졌는데
의외로 그 남자는 평생 그녀를 잊지 못하는 그리움에 빠져살다가 장문의 편지를 쓰게 됩니다.


...


이 편지가 당신 손에 제대로 들어가길 바라오.
언제 당신이 이걸 받게 될지는 나도 모르겠소.
내가 죽은 후 언젠가가 될거요.
나는 이제 예순 다섯살이오.
그러니까 내가 당신 집 앞길에서 길을 묻기 위해
차를 세운 것이 13년 전의 바로 오늘이오.

이 소포가 어떤 식으로든
당신의 생활을 혼란에 빠뜨리지 않으리라는데
도박을 걸고 있소.
이 카메라들이 카메라 가게의 중고품 진열장이나
낯선 사람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참을 수가 없었소.

당신이 이것들을 받을 때쯤에는 모양이 아주 형편 없을거요.
하지만 달리 이걸 남길 만한 사람도 없소.
이것들을 당신에게 보내는 위험을,
당신으로 하여금 무릅쓰게 해서 정말 미안하오.
 





나는 1965년에서 1975년까지 거의 길에서 살았소.
당신에게 전화하거나 당신을 찾아 가고픈
유혹을 없애기 위해서 였소.

깨어 있는 순간마다 느끼곤 하는 그 유혹을 없애려고,
얻을 수 있는 모든 해외 작업을 따냈소.
"빌어먹을, 난 아이오와의 윈터셋으로 가겠어.
그리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프란체스카를 데리고 와야겠어." 라고
중얼거린 때가 여러 번 있었소.

하지만 당신이 한 말을 기억하고 있고,
또 당신의 감정을 존중해요.
어쩌면 당신 말이 옳았는지도 모르겠소.


그 무더운 금요일 아침,
당신 집 앞길을 빠져 나왔던 일이 내가 지금까지
한 일과 앞으로 할 일 중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는 점만은 분명히 알고 있소.
사실, 살면서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을 겪은 사람이
몇 사람이나 있을지 의아스럽소.





나는 마음에 먼지를 안은 채 살고 있소,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말은 그 정도요.
당신 전에도 여자들이 몇몇 있었지만,
당신을 만난 이후로는 없었소.
의식적으로 금욕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관심이 없을 뿐이오.

한번은 짝꿍을 사냥꾼의 총에 잃은 거위를 보았소.
당신도 아다시피, 거위들은 평생토록 한쌍으로 살잖소.
거위는 며칠동안 호수를 맴돌았소.
내가 마지막으로 거위를 봤을 때는
갈대밭 사이에서 아직도 짝을 찾으며 헤엄치고 있었소.
문학적인 면에서 약간 적나라한 유추일지 모르지만,
정말이지 내 기분이랑 똑같은 것 같았소.


안개 내린 아침이나 해가 북서쪽으로 기울어지는 오후에는,
당신이 인생에서 어디쯤 와 있을지,
내가 당신을 생각하는 순간에
당신은 무슨 일을 하고 있을지 생각하려고 애쓴다오.
뭐, 복잡할 건 없지.
당신네 마당에 있거나, 현관의 그네에 앉아 있거나,
아니면 부엌의 싱크대 옆에 서 있겠지.
그렇지 않소?




나는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소.
당신에게 어떤 향기가 나는지,

당신에게 얼마나 여름 같은 맛이 나는지도.
내 살에 닿는 당신의 살갗이며,
사랑을 나눌 때 당신이 속삭이는 소리.
로버트 펜 워렌은
"신이 포기한 것 같은 세상" 이란 구절을
사용한 적이 있소.


내가 시간에 대해 느끼는 감정과
아주 가까운 표현이오. 하지만
언제나 그런 식으로 살 수는 없잖소.
그런 느낌이 지나치게 강해지면,
나는 하이웨이와 함께 해리를 몰고
나가 며칠씩 도로를 달리곤 한다오

나 자신에게 연민을 느끼고 싶지는 않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그리고 대부분은 그런 식으로 느끼지도 않고.
대신, 당신을 발견한 사실에
감사한 마음을 안고 살아가고 있소.
 
 



우리는 우주의 먼지 두 조각처럼
서로에게 빛을 던졌던 것 같소.
신이라고 해도 좋고, 우주 자체라고 해도 좋소.
그 무엇이든 조화와 질서를 이루는
위대한 구조하에서는,
지상의 시간이 무슨 의미가 있겠소.

광대한 우주의 시간 속에서 보면
나흘이든 4억 광년이든 별 차이가 없을거요.
그 점을 마음에 간직하고 살려고 애쓴다오.


하지만 결국, 나도 사람이오.
그리고 아무리 철학적인 이성을 끌어대도,
매일, 매순간, 당신을 원하는 마음까지
막을 수는 없소.
자비심도 없이. 시간이,


당신과 함께 보낼 수 없는 시간의 통곡 소리가,
내 머리 속 깊은 곳으로 흘러들고 있소.
당신을 사랑하오. 깊이, 완벽하게,
그리고 언제나 그럴 것이오.

 -로버트 올림- 

 


  메디슨카운티의 다리와 같은 영화속 주인공의 남성 같다면
어쩌면 한번쯤 일탈에 빠져보곳 싶은 여성들이 의외로 많을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저 영화가 사실을 그린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고 하나 그런 사실들은 너무도 일반적인 삶의 모습과는 동떨어져 있어서
자칫 불륜이라는 멍에는 물론이고 평생을 걸고 지켜온 가정과 가족사를 한순간에 버릴 수 있는 위험한 일이란 것을 알면서도  
산길에서 수다를 떠는 아주머니들 처럼 마음 한구석에 일탈을 꿈꾸는 모습이 있구나 싶었습니다.  

오래토록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면서 연애하는 동안 몰랐던 상대방에 대한 단점들이 드러날 것인데
그 단점들 때문에 기정과 가족을 유지할 수 있는 가족사가 쓰여졌다고 하면 과장된것일까요?

결혼을 할 당시에는 남녀 공히 자신들이 가진 단점들을 숨길 것인데 그 단점들을 사랑이라는 신뢰로 극복하며
서로를 용납하고 살았던 것인데 이제 살만해지니까 그런 긴장감들이 모두 없어지고
남들 다 한다는 연애한번 못하고 살아 왔다는 것에 억울한(?) 심정이 들지 않는 것도 이상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메디슨카운티의 다리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아마도 그런 심정을 잘 헤아려주는 주인공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가 쓴 편지속 내용들 중에 이 내용은 제가보기에 참 안타깝고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나는 1965년에서 1975년까지 거의 길에서 살았소.
당신에게 전화하거나 당신을 찾아 가고픈
유혹을 없애기 위해서 였소..."


 


한때, 운명처럼 만나 한여인과 뜨거운 연애를 나누었던 3일간의 사랑을 결코 잊지 못하며
그가 또다른 유혹으로 부터 멀어지기 위해서 노력한 안타까운 흔적은
 일탈이 가져 올 파탄을 막기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습니다.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가끔씩 외식과 같은 형태의 음식을 먹고 싶어지기도 하겠지만 연애감정과 현실은 너무도 다른 것이어서
혹독한 댓가를 치루는일이 빈번함을 고려할 때 매우 위험한 장난일 수 있습니다.

저는 메디슨카운티의 다리를 보면서 남자들이 보는 '여자'라는 이름의 '성적관심'에서 벗어나
우리사회를 지탱해 주는 든든한 '어머니'라는 위대한 존재로 세상에 남아있길 바랬습니다.

산행길에서 만난 아주머니들은 우리들의 '어머니'와 같은 모습이었는데
그들이 겪는 문화적고통에 대해서 십분 이해는 하나 그들이 혹시라도 잘못 선택하여 건너 갈 다리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메디슨카운티의 다리와 청계산 청계골에 있는 다리는 모양은 달라도
얼마든지 새로운 운명을 만들 수 있는 닮은꼴의 다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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