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에 '무장경찰' 왜 필요했나?
-산 아내가 죽은 남편에게-
오 우리애들 아빠, 난데없는 불에 타 죽으며 얼마나 뜨거웠으리 죽음은 시간을 벗어나 수 천 만년도 잠깐이겠으나 수 억 년 후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니 기약도 없는 비명의 이별은 더 아뜩한 낭떠러지인 것이오. -산 아내가 죽은 남편에게, 시인 김정환 글- |
벼락같은 당신의 죽음으로 살아남은
나의 생 또한 살아남았달게 없는 생이겠으나
당신이 떠난 자리 홀연 어지러운 세상이 되고
역사가 되고 가난한 사람들의 아우성이 된
자리로 내 몸안에 들어서는 것이오.
죽은 당신의 의로운 명예를 되찾기 위하여
불타는 당신을 3백 5십 5일 동안 이 세상에 세웠으니
당신의 고통을 백 배 늘인 죄가 이 세상의 나에게 있겠으나
나와 우리애들은 라면 끓이는 생계의
곤로 불에도 당신의 아픔을 새길 것이고
많은 사람들한테 서울에 내린 백년 만의 26센티미터 폭설이
아무리 흩날려도 신발같지 만은 않을 것이오.
발이 푹푹 빠지지 않아도 우리가 태어나기전 조선역사의
시간은 저렇게 하얗소.
그렇소.
고통으로 아름답소.
고층 아파트 창턱에 줄줄이 길게 얼어붙은
목숨도 당신의 죽음으로 이름답소.비는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같소.
하느님이 있다면 그 절대의
주제를 변주하는게 위대한 작곡가라 했고
그 변주를 다시 변주하는게 연주자라 했고 언제쯤
정말 듣는다면
듣는자의 연주는 가장 위대하다 했오.
당신이 바로 그 언제쯤이오. 남일당 바람 소리
쉿, 여기 사람이 죽었다.
미래의 바람 소리 쉿.
여기 의로운 사람들이 죽었다.
쉿, 그 소리
사람들에게 정말 들릴 것이오. 정말 널리 널리
퍼질 것이오. 가시오. 이제
편히 가시오. 이별의 물리학 혹은 천문학이 아무리 슬프더라도
가셔야 우리 다시 만날 수 있는 곳으로 당신은 갔습니다.
서울특별시 용산 4지구,남일당,355일,쉿,쉿, 바람소리
-산 아내가 죽은 남편에게, 용산참사 철거민 민중열사 범국민장 영결식에서 시인 김정환 낭독 조사 -
용산참사 철거민 민중열사 범국민장 영결식장에서 낭독된 김장환 시인의 조사를 뒤로하고 용산참사가 일어난 남일당 건물에서 노제를 지내려 서울역을 출발한 운구행렬은 질서유지에 나선 경찰들의 모습과 함께 장례식에서 보지않아도 될 풍경이 연출되고 있었습니다. 위 그림에서 아래로 보신 것 처럼 장례행렬이 용산 남일당으로 향하는 동안 눈발이 날리는 도로 맞은편에는 용산참사 당시를 떠 올리게 하는 완전무장경찰들이 줄을 지어 따라다녔고 그 행렬은 장례식에 참석한 유족들과 시민들을 합친 숫자 보다 더 많아 보였습니다. 빈 손으로 장례식장에 참여한 사람들을 어떻게 해 보겠다는 것인지요?
이렇듯 살벌한 모습을 한 무장 경찰들은 장례식의 절차에 따라 하얀천으로 가려져 '잡귀'로 분리되고 있었지만 법치를 앞세운 장로 정권의 만행을 되살리는 기억으로 자리잡기 충분한 모습이었습니다. 서울역 영결식장에서 부터 용산참사 현장인 남일당 건물 앞의 노제에 이르기 까지 풀타임으로 이들 무장경찰의 모습을 지켜보는 동안 내내 교통경찰을 제외한 이렇듯 불필요한 무장경찰 병력들이 필요했을 이유를 상기하고 있었던 것이며, 그 이유는 이명박 장로가 공권력으로 불리는 경찰이나 검찰 등의 도움이 없이는 단 하루라도 권력을 유지할 수 없는 모습과 다름없어 보이는 공권력 뒤에 숨어있는 정부라는 것이죠. 무엇이 그렇게 무서웠던 것일까요?
특히 영결식장에서 낭독된 조사 중에는 용산참사가 아니라 '학살'로 규정되기도 했으며 그 책임자는 이명박 장로에게 귀결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렴 그래도 그렇지 공권력에 의해 도시 철거민들이 냉동고 속에서 355일 동안 갇혀 지내던 용산참사 희생자 다섯분들의 장례식에 나선 유족들이나 시민들이, 이명박 장로나 용산참사 해결에 나섰던 정운찬 집사에게 폭력이라도 행사할 것 같아 무장경찰을 보냈던 것일까요? 장례식이 진행된 직후 정운찬 집사에 의해 발표된 세종시 수정 발표는 알맹이가 쏙 빠진 급조된 부동산 정책에 불과 했고 대의민주주의에 폭력을 가하여 민주주의를 불사른 것과 다름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살고있는 세상에 국민들이 행복하자고 만든 정부에서 장로 정권의 검찰이 3천쪽에 이르는 용산참사 수사기록을 감추고 있는 세상에서, 반드시 필요한 게 유가족 등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표명하는 모습이 아니라, 무장경찰을 보내 조문(?)을 하는 듯한 모습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장례식에서 전혀 불필요한 모습이자, 이명박 장로와 정운찬 집사 정부의 레임덕을 미리 보는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용산참사는 여전히 진상규명이나 책임자 처벌의 수순을 남겨두고 있고 정부 등이 앞장서 무리하게 진행한 도시개발에서 이익을 보는 집단들이 법치를 앞세운 공권력 뒤에 숨어있는 동안 장례식에도 무장경찰이 필요할 것이지만 그거...얼마나 오래 가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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