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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택배' 받아 보셨나요?
어느날 여러분들이 받아 든 택배 물품 속에 볏짚과 무청만 가득하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내용물만 봐서는 수퍼마켙에서 버리는 '쓰레기'와 다름없어 보이는 택배가 어제 오후 커다란 종이상자에 테이프로 꽁꽁 봉해진채 저희 집에 도착했습니다. 이런 모습입니다. 경기도 일산에서 저희집으로 배달된 택배죠.
라면상자 두개 보다 더 커 보이는 꽤 큰 종이상자는 사방이 튼튼한 테이프로 봉해져 있어서 왠만해서는 포장지가 뜯겨져 나갈 염려가 없는 모습이며, 택배아저씨의 손수레에 이끌려 온 종이상자 위에는 수신자와 발신자 표시가 뚜렷합니다.
발신자 성함이 '윤광미씨'라고 되어 있지않고 '마마님 청국장'이라는 독특한 이름이었습니다. 다음뷰 '라이프' 코너에서 잘 알려진 이름은 '경빈마마'님이었는데 미리 이름을 알아 두시는 게 좋을 듯 해서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뭐...경빈마마님이 싫으시다면 아무도 모르게 이름을 삭제할 수도 있구요.(흐흐...) ^^
그리고 반가운 마음에 잽싸게 뜯어본 종이상자 속 물건은 무청이 전부였는데 제일 위에 볏짚이 파란 비닐 봉지에 담겨져 있었습니다. 무청을 가리고 있었죠. 이 볏짚과 무청은 시래기와 우거지를 좋아하는 저희가 사정상 시래기를 미처 준비하지 못하여 다음뷰에서 요리 등 농산물에 대한 정보를 주로 포스팅 하는 블로거로 '경빈마마님'에게 비밀댓글로 연락을 드렸습니다.<http://v.daum.net/link/4650812'>
"...경빈마마님...(사정이 여차여차 해서)...시래기 좀 구할 수 없을까요? 엉엉엉...^^"
하고 통사정 하듯이 말이죠. ^^ 제가 경빈마마 블로그를 찾아가서 혹시라도 구하지 못할(분명히 있었을 것이라는 믿음 ㅎ ^^)수도 있는데 글을 남긴 것은, 얼마전 그녀가 포스팅한 사진 속에서 무우 뽑는 장면과 무청 삶는 모습등을 봤구요. 평소 경빈마마님의 포스팅에서 우러 나오는 열정과 풋풋하고 담백한 농촌 냄새가 열독하게한 이유가 되기도 하여 글이 눈에 띄는 즉시 먼저 달려가 '추천'을 때린 이유도 있었습니다.(괜히 속 보이는 듯 ㅜㅜ...^^) 그런데 발신자 주소를 보니 너무 가까운 농촌(?)이더군요. ^^ 그리고 잠시 잊고 있었는데 비밀연락이 도착했습니다.
"하하하 선생님 기뻐하십시요.
제가 단골로 가는 야채가계에 부탁을 했더니
김장하시는 아줌마 새댁들이 무를 사가면서
무청잎을 다 따고 가져갔다면서
모와 두었으니 가져가랍니다.
제가 지금 시장에 다녀오려 하니
내일 라면박스에 담아서 보내드리려 합니다.
물론 선생님은 택배비만 내시고 받으시면 됩니다.
무 뽑을때 미리 말씀하셨다면 조금 남겨두었을 것을
모두 잘라 삶아서 우거지로 팔고 있거든요.
시래기 삶는 것도 힘들다고 저보고 삶아달래요^^*
볏짚조금하고 같이 보내드릴터이니
잘 엮어서 말리시면 되겠죠?
주소와 연락처 이름 제 방명록에 남겨주시면
내일 발송해 드리겠습니다."
어때요? 줌마렐라 냄새가 나시나요? ^^ 저는 경빈마마님의 이 댓글을 보면서 얼마나 기뻣는지 모릅니다. 뭐 까이꺼 시래기 못 먹어 죽은 귀신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바쁜 중에(농사지으랴. 음식하랴. 요리 만들어 사진 촬영하고 또 포스팅 하랴. 그 뿐이랴?...추천하랴.댓글 쓰랴 등등 엄청 바쁠것이잖아요.) 제가 남긴 짧은 댓글에 대해 신경써 준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너무도 좋았습니다.(흠...대단하신 줌마렐라 시군!!...이렇게요. ^^) 경빈마마님이 비밀댓글로 기쁜소식을 전해준 짧지 않은 댓글 속에는 바쁘게 살고있는 그녀의 일상이 그대로 녹아져 있었습니다.
댓글은 마치 연애편지를 읽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요?(안사람 한테 주것따!ㅜㅜ) 제가 바쁜줄 알면서 연락드린 건데, 시쳇말로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았습니다. 저 때문에 이미 사라진 무청을 구하기 위해 무청이 있을만한 야채가게에 들러 무청을 구하려고 애쓴점은 까이꺼 무청 안먹어도 겨울한철이 포근~할 것만 같았습니다. 그 뿐만 아닙니다.
일단 무청을 확보하고 난 후 무청 수거를 위해 야채가게에 들러 종이상자를 준비하는 모습이나 상자를 준비하는 동안 택배회사에 연락하여 택배 보낼 준비 등을 했을 텐데 저는 달랑 받아먹기만 하면 된다는 소식었죠.(요런 나쁜넘...ㅋ) 그리고 그녀는 제가 드린 부탁이 무리한 것이라는 걸 엄포(?) 놓고 있었습니다. ^^
"...무 뽑을때 미리 말씀하셨다면 조금 남겨두었을 것을..."
(이런 싸가지)그렇게 시래기를 좋아하면 미리 말하지 사람 바빠 죽겠는데 말야 하는 소리가 들리는듯도 했습니다. 하하 물론 그녀의 사정은 잘 알지요. 그러나 그 다음 이야기가 경빈마마님은 정말 열심히 사시는'프로'시구나 하는 것을 다시금 느끼며 좋아했습니다. 평소 열심히 사시는 모습이 너무도 좋아 보였는데 경빈마마님의 댓글을 읽는 순간 아차 싶었습니다. 왜냐구요?...야채가게에서 도시민들이 함부로 버리는 무청과 같은 시래기 원료도 모두 돈으로 환산할 줄 아는(?) 대한민국 대표 줌마렐라였기 때문입니다.
"...모두 잘라 삶아서 우거지로 팔고 있거든요.
시래기 삶는 것도 힘들다고 저보고 삶아달래요^^*"
뭐야?!...엉엉...경빈마마님은 서울에서 가까운 일산에서 살고 계셨는데, 그곳 신도시에 살고있는 줌마 후보들은 아직 시래기의 참 맛을 잘 몰라서 함부로 버리거나 아니면 삶는 방법을 잘 몰라서 삶아 달라는 부탁까지 한다고 했고...난...우거지나 시래기 삶은 것을 사 먹을 수도 있었지만, 철딱서니 없게도...
"...경빈마마님...(사정이 여차여차 해서)...시래기 좀 구할 수 없을까요? 엉엉엉...^^"
하고 투정을 부렸으니 말이죠. ^^
그러나 소식이 도착한 이후 '무청은 됐으니 삶아둔 거 있으면 좀 부쳐 주세요' 라고 말할 수도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그렇잖아요. ㅜㅜ 대략 여기까지가 경빈마마님에게 무청을 부탁하고 저희집 까지 배달된 과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곧 벌어졌습니다. 택배를 꽁꽁 묶은(얼마나 치밀하게 묶었는지 그림을 보시면 아시겠죠?) 상자를 칼로 자른 다음 볏짚이 든 모습을 보며 감탄해 마지 않았습니다. 댓글 속에서 언급한 볏짚이 따로 무청 제일 위에 얹어져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공정을 분해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무청 부탁->댓글 열어봄->(행동개시)야채가게 들름->무청 존재 확인->기쁜소식 전달->상자준비->택배연락->볏짚 준비->무청포장->발송
세세히 공정을 분해하면 이것 보다 더 까다롭운 수고가 느껴지겠지만 이정도만 봐도 경빈마마님의 정성에 대해서는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그리고 어제 제가 쓴 포스팅에 경빈마마님의 반가운 댓글이 다시 남아있었습니다.
"선생님 이곳에선 배추가 포기당 1500원까지 합니다.
그런데 저곳에선 버려지다니요!!! 돌겠네요.
저 배추 모종 심을때 얼마나 허리 아픈데!!! 에효~~
그나 저나 선생님 오늘 택배 도착할 예정입니다.
저녁무렵에나 가지 않을까 싶구요.
라면박스가 쪼까 큽니다요.
넉넉잡아 택배비 4,000원 준비하시면 될거구요.
3,500원에 경빈이 백을 좀 썼습니다요^^*
혹시 구멍날까 단단히 동여맸으니
테이프 뜯으시며 우쒸 우쒸 경빈 욕하지 마시옵소서!!! ^^*
땡땡땡켑 송장번호는 땡땡땡-9572-땡땡땡땡 번 이옵니다."
솔직히 저나 안사람은 일찌감치 감동 먹고 '저런 분 처음보네요. 정말 멋진분'이라며 이구동성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게 먼데?...) 아줌마는 요. 택배비 아저씨 한테(그것도 단골 택배아저씨 한테) 500원 까지 깍는다는 거...(줌마 후보들아...배아라 배아...) 택배비를 그냥 수신자 부담으로 해 두면 제가 알아서 지불 할 텐데도 수신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경빈마마를 다시보게 된 것이죠. 댓글 내용을 보시면 포장도 월~매나 잘 하셨는지요. 그러나 이 보다 더 큰 감동이 준비되어 있다는 거 우린 정말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습니다.
종이상자를 개봉한 이후 무청을 끄집어 내던 안사람이 '이게 뭐야?'하고 제 앞에 내민 물건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무청 속 깊이 생각지도 못한 '마마님 청국장'이 비닐봉지 속에 들어 있었고 그 속에 경빈마마님의 명함과 경빈마마님이 이웃에 내다 팔고 있는 상품 품목들이 제품 사용설명서와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하마터면 눈물이 날 뻔 햇습니다. 그리고 "...경빈마마님 한번 만나봐야 겠다'며 안사람이 감동하여 한마디 던지며 " 우리 청국장 거기서 사 먹어야 할 것 같아요'라고 하며 "...우리콩으로 만든 제품 중에 두부가 있을까?" 하며 동봉된 사용설명서를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은 '다음블로거 경빈마마님'이 제게 청국장을 소개하며 마케팅 목적으로 무청을 보내지 않았음을 잘 아실 겁니다. 아울러 그녀의 사는 모습이 그대로 녹아있는 댓글 등을 대하며 농촌 아닌 농촌에서 열심히 일하시고 계시는 한 중년 여성의 삶을 보셨을 겁니다. 그녀의 삶을 돌이며 보면 우리네 사회의 한 단면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고, 그 모습은 늘 우리 이웃과 마주하는 평범한 여성의 모습입니다.
우리는 그런 여성을 '아줌마'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고, 경빈마마님 처럼 톡톡튀지만 일반인들이 흉내낼 수 없는 여성을 가리켜 '줌마렐라'라는 신종어를 붙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가 택배 하나로 겪은 경빈마마님은 줌마렐라도 아니었고 신데렐라는 더더욱 아니었으며,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 촌음을 아껴쓰며 지문이 닳도록 열심히 사는 분이셨습니다.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숨은 공로자이기도 했으며, 경제가 어려운 이때 우리가 본 받아야 할 이 시대의 표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쩌면 저나 우리들은 늘 풍족하게 살아가는 동안에도 불평 불만을 늘어 놓고 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값을 매길 수 없는 작은 것을 나누고도 이웃이 풍족한 삶과 기쁨을 누리는 모습이 좋아, 음지에서 최선에 최선을 다하는 '아줌마' 때문에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습니다. 바람이 있다면 경빈마마님과 같이 준농촌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분이나 농촌에서 열심히 일하며 사시는 분들이 그에 합당한 대우가 있었으면 합니다. 무청을 보낸 택배 하나 때문에 새삼스럽게 세상 살 맛 나는 모습을 발견하며 시간 가는줄 모르며 끄적였습니다.
청국장 아줌마 경빈마마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세요. 파이팅!!~~~ ^^*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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