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1차전 노트하며 지켜보니 SK 힘들듯
KIA 타이거스와 SK 와이번스의 대결로 펼쳐진 한국시리즈 1차전은 정말 한국시리즈 다운 명승부 였습니다. 어제(16일)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벌어진 KIA 타이거스와 SK 와이번스의 1차전 승부는 당초 창과 방패의 승부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같이 경기 초반의 양상을 두고 보면 어느팀이 승리를 거머쥘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승부였지만 이닝을 거듭하면 할수록 KIA가 승리를 할 것이라는 예측이 점점 맞아들어가는 경기였습니다.
저는 한국시리즈 1차전을 티비로 관전하면서 두가지 관점을 두고 경기 과정을 노트하며 끝까지 지켜봤는데요. 생전 처음으로 노트를 하며 경기를 지켜보니 야구 감독들이 경기를 지켜보며 집중력을 잃지않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습니다. 평소에는 경기를 지켜보며 속으로 감독의 입장에 서 봤지만 의외로 노트를 하며 경기를 지켜보니 긴장감이 없어지는 대신 야구를 보는 눈이 어느덧 냉정을 되찾으며 '이럴 땐 이렇게 해야 한다'는 나름의 야구관이 생겨 한국시리즈를 지켜보는 맛이 배가 되고 있었습니다. ^^
한국시리즈 1차전을 놓고 보면 '야구의 신神'이라 불리우는 SK의 김성근 감독 조차 어쩔 수 없이 질 수 밖에 없는 경기였는데요. 야구의 신을 울린 KIA의 선수들중에는 단연 선발투수 로페스가 아닌가 보여집니다. 적지않은 사람들이 큰 경기에 강한 노련한 이종범의 활약에 박수를 보내고 있지만, 이종범의 1차전 활약상을 보면 당연히 이종범이 스타덤에 오르는 것은 기정 사실입니다. 하지만 KIA가 일찌감치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이면에는 최희섭과 같은 거포가 살아난 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용병 투수들의 활약인데, 기아 선발 로페스가 한국시리즈에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습니다.
한국시리즈를 즐기는 관점은 플레이오프를 거듭하며 방망이에 불이 붙은 SK 박정권 등 불방망이를 어떻데 막느냐가 KIA의 숙제였고, 15일 이상 쉬고 있었던 KIA가 얼마나 빨리 경기감각을 되찾느냐가 한국시리즈 1승을 먼저 챙기는 변수였습니다. 따라서 공격력이 막강할 정도가 아니라 때리면 무조건 안타가 되는 듯한 SK 타선을 잘 막아 낼 수비가 KIA 에게는 절실했으므로 창과 방패라는 등식이 성립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두 팀은 각각 문제를 가지고 있었는데 기아가 한국시리즈 진출 당시 고민한 문제가 경기감각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 였다면, SK에게 가장 큰 문제점은 투타의 균형을 회복하기에는 너무 피곤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박정권 등이 펄펄 날며 장단타를 때리고 있을 때 SK 투수들은 페난트레이스 중 이미 지쳐있었고 ,한국시리즈를 위해 너무 많은 힘을 소진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기아의 로페스가 개인적인 우려(교체를 좀 더 빨리 했으면 하는)에도 불구하고 8회까지 잘 던져준 것은 SK가 5명의 투수를 가동한 것과 큰 차이가 나며 이러한 결과는 그대로 한국시리즈 전 경기 까지 이어질 전망입니다.
창의 역할을 맡은 SK가 방패역할의 KIA를 상대로 승리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아의 투수진을 공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로페스의 투구는 우려와 달리 불방망이 SK 타자들의 예봉을 꽁꽁 얼어붙게 만든 1등 공신이었습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기아는 3회 이후 서서히 경기감각을 회복하는가 싶더니 결국 한국시리즈의 히어로인 이종범이 두번의 결정적인 순간에 드라마 같은 역전 안타를 때려내며 한국시리즈 우승 전망을 밝게 하며 1차전 승리의 주역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정말 대단한 스타였고 12년만에 광주 시민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준 찬스메이커 였습니다.
솔직히 저는 그 순간 노트에 메모는 하지 않았지만 한국시리즈가 열리고 있는 광주 무등경기장 야구장이 야속하게 느껴질 정도 였습니다. 그런 기쁨을 고작 1만 3천 여 팬만 누린다면 한국시리즈가 너무 초라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플레이오프 경기가 열렸던 잠실야구장이나 문학야구장 같았으면 최소한 1만 5천 여명의 팬들이 더 입장하고도 남았을 명승부였기 때문입니다.
제가 티비를 관전하며 쓴 한국시리즈 기록에 의할 것 같으면 8회초 SK 공격시, 세 번째 나온 플레이오프 히어로 박정권은 선구완도 좋아 "잘 때리는 선수 선구완도 좋네"라고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박정권이 가만히 서서 삼진 아웃을 당할 때는 "로페스...공 끝난다."라며 로페스를 칭찬하지 않을 수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 따로 메모를 했습니다.
"SK...불운 시작?..."
그리고 이어서 8회말 공격에서 한국시리즈에 대한 관건이 적중하기 시작했습니다. 3회 까지 함부로 볼에 방망이가 나가던 기아 타자들은 SK 선발 카도쿠라의 공을 끝까지 지켜보며 카도쿠라가 스트라잌을 던지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고, 그것은 결국 SK를 주저앉게 만든 투수 로테이션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던 것이죠. 사실상 이것으로 SK는 한국시리즈의 전망에 대해 암울하게 됐다고 표현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SK의 계투진을 볼 때 피곤에 찌든 SK의 투수진 보다 펄펄나는 기아의 타자들과 페넌트레이스 중 28승을 챙긴 용병들의 어께는 너무도 싱싱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는 기아 타자들이 15일간 잊고 있던 실전 경기감각을 생각보다 빨리 되찾은 게 승리의 주요인이었고, 로페스가 8이닝을 잘 막아준 것 처럼 기아의 선발과 불펜은 SK에 비해 턱없이(?) 강하여 박정권 등 불방망이는 플레이오프전과 달리 한국시리즈에서 큰 빛을 보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 입니다.
흔히들 야구는 '기록경기'라고 합니다. 야구는 다른 스포츠 경기 보다 많은 변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기록에 충실하여, 경기장에서 일어나는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모두 '데이터'로 남게 되며 실전에 응용되는데, 이러한 '데이터야구'에 충실한 야구의 신이라 불리우는 김성근 감독의 막강 SK 화력도 노트를 하며 지켜보니, SK는 공격력에 비해 수비(투수진)가 많이 지쳐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고, 일찌감치 한국시리즈 본선에 진출한 KIA는 실전 감각이 떨어진 것 외 SK에 뒤떨어질 게 없었으므로 휴식을 취할 수 없는 한국시리즈 7연전을 고려하면 SK의 고전을 불보듯 뻔해 보입니다.
다만, 한국시리즈 1차전에 승리한 기아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놓고 경계해야 할 점은 SK가 플레이오프전에서 보여준 것과 같이 2패 후 3연승과 같은 기사회생할 수 있는 대단한 저력이 있는 팀이라는 걸 망각해서는 안될 일이며, 기아는 아직 실전 경기감각을 완전히 되찾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시리즈 1차전을 지켜보며 기록한 제 노트속 SK 박정권에 대한 기록은 이러합니다.
"6회초 로페즈의 구위가 되살아나고 있다."
"박재상 잘 맞은 타구 우익수 플라이 아웃.(2사)"
"다음 타자 박정권...무시무시!...?...4구 안타!...기아 (이종범) 에러...대단 대단!!"
"김재현 6번타자...우익수 플라이 아웃...이종범 잘 잡음(에러 만회?)."
7회말 1사 1,2루때 2타점 2루타를 친뒤 김동재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모습 등
또한 8회말 기아의 공격때는 이렇게 메모되어 있습니다.
한국시리즈 1차전은 이종범 날인가?...원맨쇼...SK 불펜 몸풀기 시작...김상훈 볼 커트 계속...기아...병살 면해야 찬스 계속...기아는 8회말에서 추가점수 뽑아야 한다...9구째 까지 버티는(?) 김상훈 10구째...우와 김상현 안타!(1타점 적시타)...5대 3으로 달아나는 KIA!...기아의 대단한 집중력...피곤한 SK 한국시리즈 힘들듯...기아 페이스 회복 빠르다.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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