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항에 불시착한 외계에서 온 꽃게?
짧은 시간 실치로 유명한 충남 당진의 장고항 해변을 거닐면서 밀물에 떠밀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이상하게 생긴 게 한마리를 발견하자 마자, 녀석은 분명 외계에서 불시착한 생물일 것이라는 다소 황당한 생각을 하게 됐다. 나의 머리속을 복잡하게 만든 것은 순전히 녀석 때문이었는데 해풍에 바싹 말라버린 녀석의 몸체는 보통 지구상에 살고있는 같은 종의 게들과 모습이 판이하게 달랐다. 당연히 처음보는 모습이었다.
녀석을 만난곳은 추석 연휴로 한가해진 장고항 해변으로 막 밀물이 몰려들고 있을 때 였고 굴 껍질이 우유빛으로 뽀얗게 가을 볕을 반사하고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는 빈껍질만 남은 조가비들도 지천에 널려있는 평범한 해변이었는데 녀석은 어떻게 이곳에 불시착 한 것일까?
녀석을 처음 발견했을 당시의 모습이다. 아마도 녀석은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평소 습관대로 죽기전에 조금 더 가지려고 욕심을 부렸던지 목표물을 향한 두 팔(앞 발)을 전방으로 향하고 있었고 그대로 말라 있었다. 집어들어 보니 속은 텅 비어 따각거리는 소리가 들리는듯 했으며 두 발을 벌릴 수만 있다면(벌리면 부러질 것 같아) 약 15~20cm는 족히 될것 같았다.
도대체 녀석은 이런 모습을 하고 바다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었는지 금방 상상이 되지 않았다. 녀석은 보통의 바다 게 처럼 발빠르게 다닐 수 있는 입장도 되지 못했고 날렵한 물갈퀴를 지니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몸집에 비해 거대한 두 발 때문에 오히려 이동에 불편을 겪었을 것 같았다. 따라서 녀석은 물 속에서 특정 물체에 의지한 채 다리만 오므렷다 폈다 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몇가지 추론을 바탕으로 녀석이 생존당시 물 속에서 먹이를 사냥하는 모습을 재현해 봤다.
그랬더니 그림과 같은 모습으로 변했다. 그럴듯 했다. 하지만 녀석이 두 발을 사용하여 먹이를 포획하려면 무게 중심점인 몸체가 너무 작아서 두 발을 지탱할 수 없을 게 분명해 보였다. 그래서 녀석은 바다속에서 살고있는 보통의 게들이 아니라 외계의 알 수 없는 공간에서만 생존 가능한 생물이 아닌가 싶어 '외계에서 온 꽃게'라는 제목을 붙여봤던 것이다. 그곳은 지구와 다른 중력의 법칙이 작용하여 이렇게 우스광 스러운 모습을 하고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고 지구에 살고있는 인간들의 상상밖의 생태에서 살아갈 수 있는 녀석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꽃게라는 이름은 대충 붙인 게 아니었다. 도대체 녀석의 정체가 궁금해 추석연휴를 쇠러 떠나는 장고항의 한 음식점 아주머니에게 녀석을 내 보이며 "...실례지만...이...게...이름을 알 수 있을까요?..." 라고 물어보자 바쁜 걸음을 멈추고 손바닥 위에 있는 녀석을 가만히 보더니 "그거...못먹는 게 예요...꽃게를 잡을 때 가끔 보이는...그런데 이름은..." 아주머니도 녀석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다만 녀석은 장고항의 어부들이 서해바다에서 꽃게를 잡아 올 때 이런 녀석을 만난적이 있다는 것이다.
녀석은 내가 봐도 못먹게 생겼고 설령 먹을 수 있다고 해도 디~게 맛없게 생겼으며,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작은 몸통에 두 발만 커다랗게 붙었지 살점이라고는 붙어있을 곳이 없었다. 그래서 꽃게가 잡힐 때 그곳에서 출몰한 사실을 확인한 후 지구인들이 즐겨먹는 꽃게 이름을 붙여 '외계에서 온 꽃게'라는 말도 안되는 이름을 붙여본 것이다.
생물들은 제 각기 살아가는 방법이 다르고 우리 인간들의 생각과 달리 특정한 환경에서 잘 살아가기 마련이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녀석의 기이한 모습 때문에, 잠시 녀석이 외계의 어느별에서 살다가 지구로 불시착 했을까? 하고 상상력을 동원해 봤다. 영화속 E.T(The Extra Terrestrial)도 이 녀석을 만나기라도 했으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을 거 같다.(흠...생긴 모습하고는...적어도 나 정도는 돼야지...암튼 지구에서 살아남기엔 부적절한 모습이야...갸우뚱)
그리고 손가락이 길쭉한 E.T가 녀석의 두발에 손가락을 뻗어 삐리릭~에너지를 발산하면 한순간 두팔을 크게 휘저으며 허공으로 비행하며 내 눈앞에서 사라질 것 같은 착각...하지만 불행하게도 녀석은 박재된 채로 자동차 앞좌석에서 나를 바라보며 귀성길을 추억하게 만드는 작은 소품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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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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