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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바닷가 '촌로' 무슨 생각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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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촌로' 무슨 생각하는 것일까?
-보름달에 감춰진 마술같은 그리움의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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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보름달은 달과 태양이 지구의 서로 반대쪽에 위치하여 전체가 밝게 보이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만월(滿月) 또는 망월(望月)이라고도 하죠. 보름달의 밝기는 금성이 제일 밝을 때의 1500배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금년 한가위 보름달은 서울의 밤하늘에 둥실 떠(글을 쓰는 동안 폭우가 쏟아지네요.ㅜ ) '더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제격입니다. 늘 이렇듯 풍요로운 절기만 있다면 세상은 정말 살 맛나는 곳일 겁니다. 하지만 '달도 차면 기우는 법'과 같이 좋은 날이 있으면 그렇지 못한 날도 있고 어쩌면 그렇지 못한날이 더 많을지도 모르는 세상입니다.

귀성길에 올라 잠시 충남 당진에서 가까운 장고항에 들렀는데 실치로 유명한 장고항도 추석 명절을 쇠러 떠난 사람들 때문인지 썰렁했습니다. 바람도 쇨겸 장고항을 둘러보는데 한 촌로가 담배연기를 날리며 바닷가에 쪼그려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바닷가에 내려가 보니 막 밀물이 몰려드는 때 였습니다.  



한가위 보름달은 만조滿潮의 모습과 비슷한 자연의 현상입니다. 해수면이 가장 높을 때를 만조 또는 '찬물때'라 하고 가장 낮을 때를 '간조 干潮' 또는 '간물때'라 하는데요. 만조는 매 12시간 24분마다 일어나구요. 12시간은 지구의 자전에 의해, 24분은 달의 공전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만조와 간조 사이의 해수면의 높이 차를 '간만의 차' 또는 '조차 潮差라 하며 통칭 '조수 간만의 차'라고 하는 건 이미 학교에서 다 배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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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간조에서 만조까지 바닷물이 밀려들어오는 것을 '밀물'이라 하고, 만조에서 간조까지 바닷물이 빠지는 것을 '썰물'이라 하며 밀물과 썰물 시의 흐름을 '조류 潮流'라고 하고 간만의 차도 계속 변화하는데요. 보름달이나 음력으로 매월 마지막 달에 뜨는 그믐달 때는 태양과 지구와 달이 같은 선 위에 놓여 태양의 조석력이 달의 조석력에 합쳐집니다. 이 시기의 만조를 '한사리(또는 큰사리, 사리)'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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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상현 달이나 하현 달) 때에는 태양과 달이 지구를 중심으로 90° 위치에 놓여 서로 조석력이 상쇄되고, 이때를 '조금(또는 작은사리)'라고 합니다.<자료 위키백과> 다 아시는듯 어렴풋한 용어를 길게 늘어놓은 것은 다름이 아니라 추석 전날 장고항 바닷가에 쪼그려 앉은 한 촌로를 보면서 떠 오른 '그리움의 주기'도 이와 같지 않을 까 싶어서 끄적거리고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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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로가 바라보고 있는 바다는 그가 평생 눈만 뜨면 바라봤을 장고항 앞 바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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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른 아침 부터 해지는 저녁까지 때로는 밤을 세워가며 이 바닷가에서 물고기 등을 잡으여 살아왔을 것이며 그의 아들 딸도 늘 바다만 바라보며 살아왔을 것이지만, 장성한 이후로 도회지로 나간 아들 딸들은 한가위 같은 명절이나 돼야 그들의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명절이 되어도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자식들 생각에 촌로는 바닷가에 쪼그려 앉아 연신 담배연기만 피워 올린채 바다만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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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로의 그리움 처럼 장고항 앞 바다물은 서서히 바닷바람을 타고 만조를 향하고 있고 조금전 까지 휑했던 해변을 적시기 시작합니다. 마치 촌로의 눈시울을 닮은 바다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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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늘 바라보던 바다지만 오늘 따라 바다는 무심해 보이기 까지하고, 야속하기만 하지만 이런 일은 늘 상 반복되는 밀물과 썰물의 현상과 같이 촌로에게 익숙한 일상이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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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회지로 나가 감감 무소식이었을 때나 어느날 싸립문 밖에서 아부지를 찾는 아이들 소리가 들릴때나 시간차는 있었지만 늘 같은 일의 연속이었고 지금 장고항을 적시고 있는 밀물과 같은 현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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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동네 전부 한가위 명절을 쇠러 가족간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을 본 촌로의 마음은 밀물 때 소리 소문없이 드나드는 바닷물 처럼 아이들 소식을 마냥 기다리고 있는데 도무지 연락이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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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한가위와 같은 명절만 없었드라면 촌로는 아무런 마음의 동요도 없을 것이었지만 혹시라도 찾아 올 자식들 생각에 고기잡이를 쉬면서 동구밖을 서성이다가 다시 바닷가에 홀로 앉아 그리움을 삭히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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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밀물과 썰물처럼 만약 그리움에도 주기가 있다면 한가위와 같은 명절은 만조시의 그리움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더 찰 곳이 없어 가슴 가득한 그리움은 마침내 썰물이 되어 가슴을 텅비게 만들 텐데, 그때 동반한 헛헛함의 현상이 눈물이라면 우리는 최소한 한 해에 두번 이상의 그리움의 주기를 통하여 가슴앓이를 하거나 환희에 들뜬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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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로가 바닷가에서 겪는 아픔은 기쁨의 주기가 아니라 슬픔의 주기였던 것이어서 그를 바라보는 마음도 편치는 않는 것이죠. 그래서 차리리 그에게 이런 만조는 풍요로운 기쁨이 아니라 슬픔만 가득한 만조가 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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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제 아무리 큰 기쁨이나 슬픔을 가져다 주는 그리움의 주기라 한들, 그 또한 자연의 한 현상에 불과하다면 그가 늘 바라봤던 바다와 같은 모습이지만 자식들을 향한 그리움의 주기는 쉽게 물러가는 썰물과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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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의 그리움은 사물의 촛점 조차 제대로 파악할 수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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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깊은 곳에 응어리진 그리움이 마침내 오래된 딱지처럼 달라붙어 오늘 같이 바람이 적당하게 부는 날이면 바닷가에 나가, 그저 할 일 없이 바다만 바라보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지독한 그리움 덩어리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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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과 썰물 처럼 일상이 되어버린 그리움을 도회지에 나간 자식들도 마찬가지로 겪는 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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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그리움을 삭히는 촌로 보다 덜하긴 했지만, 그들은 그들대로 도회지에서 바닷가에서 서성이고 계실 촌로가 눈 앞에 아른 거렸고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술을 들이켜도 그리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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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촌로와 더불어 살았으면 그럴 필요도 없었고 그럴 이유도 없었겠지만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도회지로 나갔고 그 도회지는 도회지대로 그리움의 주기를 만들며 가슴속에 작은 딱지를 만들고 있는 것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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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가슴 한 구석 가득한 그리움의 딱지들은 이야기가 되고 회한이 되어 명절만 되면 만사를 제쳐두고 고향으로 달려갔던 것인데, 촌로가 바라보는 바닷가 한쪽에는 그의 가슴처럼 먹먹한 유리병이 소용없는 조가비 몇을 품고 해변에 드러누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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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로가 바라보는 장고항 바닷가를 한바퀴 돌아오는 사이 촌로는 변함없이 쪼그려 앉은 자세를 취하고 있었고 그새 바닷가에는 밀물이 닻을 적시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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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그리움의 주기를 간직한 우리와 장고항의 풍경이 닮아도 너무 닮은 모습입니다. 한가위 보름달 속에 감추어진 마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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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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