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를 잘 감별하는 재미있는'카피'
오늘, 한동안 가 보지 않았던 청량리 경동시장으로 닭의 부산물을 사러갔다.
닭의 부산물 중에서 닭발이나 염통이나 닭똥집은 요리하기에 따라 별식을 제공하기 때문이었는데
닭발이나 염통.닭똥집중에서 늘 발음하기가 곤란한 것은 '닭똥집'이었다.
어떤 호프집에서는 닭똥집이라는 명칭을 점잖게 부르기 위해서 '닭 대변집'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을 봤는데
나는 처음 그 문구를 보면서 얼마나 자지러졌는지 모른다. 시체말로 확! 깨는 거 있죠? ^^
그런 용어들 때문에 무슨 '대변인' 같은 직함을 가지고 마이크를 쥔 사람들을 볼 때 마다
이상하게 연상되는 단어가 또 하나 있었는데 그게...그거라는 것이다.
말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 갔다.
닭의 부산물을 요리할 때 나는 대체로 칼칼한 매운맛이 들어가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양념자체도 매운것이 좋고 닭대변집이나 염통을 소금에 찍어 먹는 것도 괜찮지만
풋고추를 쌈장에 곁들어서 먹는 것도 일품이다.
그래서 부산물을 사 들고 야채가게에 들러서 풋고추를 사려고 하는데 눈에 띄는 '카피'가 쏙 들어 왔다.
나도 고추의 외형을 보고 왠만한 맛을 알지만 가끔은 밋밋한 맛의 풋고추를 덥석 씹다가 매워서 혼난 경험이 있고
매운고추를 먹고 싶어서 분명히 물어보고 사 왔음에도 맹탕인 고추도 있어서
입맛에 맞는 고추를 감별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근데 이 노점상에는 친절하게도 고추의 맛을 정확히 감별할 수 있는 안내문을 써 놓고
고객들의 취향에 맞게끔 구매할 수 있도록 해 두었던 것인데 그 카피가 너무도 재미있어서 몊컷 찍어 왔다.
그림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최고 매운 청양'고추를 최상급으로 표현한 '아주 독종'이라는 표현이나
지금 내가 이 가게에서 구매하고자 하는 그냥'찍어 먹는 것'에서
'연하고 맛있는 고추'까지 다양했고 '진짜 안매운것'이 있었는데
이런 표현들은 그동안 맛 보았던 '고추의 개성'을 크게 세분해 놓아서
이 카피가 무슨말을 하고 있는지 담박에 알 수 있었다.
대통령선거가 끝나자 말자 금방 국회의원을 뽑아야 하는 총선계절이 돌아오고 있다.
지난 대선은 이상한 통닭집 간판 같은 이름 때문에 대운하 같은 중대사를 점검하는 기회를 놓쳤는데
비비큔가 케이인가하는 이상한 사건 때문에 묻혀 넘어 간것을 두고
인수위에서는 대통령당선者가 공약한 사실을 사실상 인정한 경우라며 아전인수격 발언을 하고 나섰다.
아마 그런 발언을 할 수 있었던 용기 뒤에는 별로 맵지 않은 꽈리고추를 씹었기 때문에 가능한 발상으로 여겨져서
이명박대통령당선者가 추진하겠다는 대운하건설 같은 사안에 대해
실용정부를 지지하지 않은 70%의 사람들이 '아주독종'과 같은 매운 맛을 보여 줌으로써
대운하의 물맛이 과연 어떤지 벌컥!벌컥! 들이키게 하고 싶어졌다.
우리들은 그동안 늘 그냥 찍어먹는 고추나 연하고 맛있는 고추나 진짜 안매운 고추처럼
우리나라 토종고추의 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우리는 대운하물을 들이키지 않아도 될 맛있는 고추를 잘 감별하여
농촌경제도 살리고 도시서민들도 맘 놓고 잘 살 수 있는 그런 나라를 꼭 만들어 주시길 바란다.
대다수 국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대운하를 건설하겠다고 밀어부치는 오만과 독선을 맛보고 싶지 않거들랑
고추를 잘 감별할 수 있는 오랜 경험의 노점상 아주머니에게서 지혜를 배우라.
고추를 잘 감별하는 기술은 한번 실패한 맛을 거듭 선택하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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