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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잃어버린 乙淑島의 추억과 피곤한'경부대운하' 토론

잃어버린 乙淑島의 추억과 피곤한'경부대운하'토론


아직도 내 기억속에는
봄이면 파릇하게 새롬을 내놓던 갈대와 갈 바람에 서걱이던 누런 갈대밭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곳에 가면 내가 청년기를 살아가면서 겪었던 아팟던 기억들이 다 사라지고
금새 울다가 웃는 아이들 처럼 나는 어느새 희희덕이며 세상을 다시 아름답게 보게 되었다.



상류에서 떠 내려 온 적지않은 오물들과 바다에서 밀려 온 찌꺼기들이 더러 있었지만
그곳에는 수와 종류를 헤아릴 수 조차 없는 많은 새들과 작은 게들과 고기들과 또 재첩이 지천에 널려 있었고
하단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 논둑을 걸어 가노라면 물배암들이 발뒥꿈치를 금방이라도 물기라도 하듯 뛰어 올랐다.

바구니에 도시락을 넣고 장대로 만든 낚시대 하나를 들고 나서면
몇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바구니 가득 붕어를 잡을 수 있는 곳이었으며
주례의 늪에서는 아무때나 무지개 빛 버들피리를 볼 수 있었다.



그맘때 쯤 지금의 신선대부두가 있는 용호동이나 감만동 해수욕장에서는
남태평양 솔로몬제도 보다 더 맑은 바닷물 속에 큼직한 꽃게며 망상어들이 떼지어 놀았고
팬티만 입고 머리만 담그면 그곳에 멍게와 해삼이 가득했었다.
바닷가에서 보고 싶지 않아도 김과 다시마며 굴등은 해변에 가득했는데
그때가 1960년대 말이며 70년대 초 까지였다.    


그리고 다시는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
당시 근교의 골짜기에는 다슬기가 귀찮을 정도로 까맣게 많이도 붙어 있었고
메기나 퉁가리...피라미는 고기축에 끼지도 못한 채 겨우 가재가 제 구실을 할때였다.
납작한 돌을 뒤집기라도 하면 그 속에 큼직한 가재가 거뭇한 알을 가슴가득 안고 있었고
목마를 땐 개울의 물을 그냥 퍼 마셔도 배탈한번 나지 않았다.
그때가 30년전의 기억이라니 차마 믿기지 않는다.


언제인가 나의 기억을 더듬어 간 그 개울에는 방독면을 써도 정화 될 것 같지 않은 악취가 풍겼고
그 악취 곁으로 아파트가 줄지어 서 있었다.
플라타너스가 줄지어 서 있던 넓디넓은 습지에는 공장들이 가득하고
그 공장들이 흘려보낸 폐수들로 맑은 물로 가득했던 습지들은 새까만 하수가 고여 있었다.
나는 그 이후로 다시는 내 어릴 때 소중했던 기억이 있었던 곳을 찾지 않았다.
그리고 그 기억들은 내 기억속에만 존재할 뿐이다.


주로 서울과 부산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 나로써는
그 아름다운 추억들은 찾아서 다시 동해로 서해로 산으로 바다로 강으로 쏘 다녔지만
또 다시 10년전의 비경들은 볼 수 없고 그 자리에는 콘크리트 조각들이 사방에 널려 있었다.


 


어제 저녁에 경부대운하 건설 여부를 놓고 100분토론을 하는 것을 관심있게 지켜보았다.
대운하의 실효성을 두고 벌이는 공방이 참으로 딱했다.  물론 나는 반대하는 입장 정도가 아니라
운하를 만들겠다고 삽질을 하기 시작하면 그 삽질을 막기 위해서 목숨까지라도 버릴 각오가 되어있었다.

그냥 한 목숨이라도 바쳐서 삽질이 중단만 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면 그렇게 해서라도 우리의 금수강산을 지키고 싶고
나는 콘크리트속이 아닌 우리의 맑은 산하에 내 머리를 뉘고 싶었는데,

대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학자라는 '교수'가(누구라고 밝힐 가치조차 느끼지 못하겠다)
무엇 때문에 정치놀음에 빠져서 궤변을 늘어 놓는지 짜증이 날 정도였다.
상대의 논박에 손사래를 치는 것은 물론 토론중에 끼어들기는 기본이고
상대를 향하여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식의 비아냥은 그가 배워도 참 잘못 배웠다는 생각이 들게했다.  

그가 하는 말의 요점은 다른데 있지 않다. 대운하건설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며
대운하 건설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는 식이었다.

우리나라의 토목기술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고 이명박대통령당선者가 따로 거명을 하지 않아도
이런 정도의 운하를 건설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나
대운하건설로 인한 환경적재앙을 불보듯 뻔한데
 어찌 자연환경을 연구한 사람의 입에서 그렇게 무식한 소리만 나오는지 알 수가 없다.

그의 머리속에는 작은 도표와 수치만 들었을 뿐 '정서'나 '감성'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 어떻게 '환경'을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겠는가?
만약 내 아이들이 그의 문하에 있다면 당장이라도 그 학교를 때려 치우게 하고 싶었다.    


   


나는 대운하건설에 대해서
물류량이 어떻고 경제적 이득은 어떻고 산업에 미치는 영향등에 대해서 자세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그동안 살아 온 기억들을 더듬어 보면
을숙도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하구언 공사가 시작되면서 그렇게 소중한 환경들은 내 추억속에만 존재 하는 것 처럼
울숙도 하구의 소중한 환경은 다시는 되찾을 수 없게 되었다.
물론 하구언공사를 지지한 정말 멍청한 학자가 반드시 있었고 그는 현재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더 웃기는 것은 운하를 건설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할 '교량의 개조'에 관한 문제였다.
운하를 통행할 선박은 2500톤 가량의 배와 5000톤 가량의 배들인데
이 배들이 운하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7~10m에 상당하는 교량의 높이를 갖추어야 하며,

운하가 건설될 강에 설치된 120여개의 다리중에 개축을 해야할 다리만도 40개 가까이 된다고 하는데
그 다리들 밑으로 통과 해야하는 선박들 때문에 이 다리를 개폐식으로 개조하면 된다는 어처구니 없는 발상을 가지고 있었다.

컨테이너를 가득실은 배가 다리밑을 통과할 때 마다 다리를 들었다~ 놓았다~ 할 동안
그 다리를 통과하는 차량들은 다리를 들어 올리는 동안 정차 해 있어야 하며
다리를 다시 내려 놓을 때 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거 몇분 걸릴까?...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물류를 위해서 교통대란쯤 일어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 뿐만 아니다. 장마철 홍수라도 난다면  딴곳은 고사하고 낙동강하구에서는 난리가 날 것이 뻔하다.
평소 배를 통과시킬 수 있는 일정량의 수량을 유지하기 위하여 가둬둔 물은 수위조절을 하기 위해서 댐을 만들었고
그 수위를 넘나드는 홍수는 곧바로 하류로 흘려보내야 할 것인데
그때 강하류가 만조때면 그 물은 역류할 것이며 역류된 물은 또다시 교량의 수위를 압박할 것인데
그때, 그러니까 장마철이나 홍수가 예상될 때는 배를 마냥 강위에 띄워 놓아야 하는가?
아니면 거대한 콘크리트 벽으로 하구나 수중보(?) 근처에 또다른 댐을 만들 것인가?


여기까지는 그래도 봐 줄만 하다.
운하를 건설하면 관광객이 늘어날 것이란 웃지못할 촌극을 연출하는 인수위의 경부대운하관계자를 보며
여간 딱한 생각이 든게 아니었다.
서울이나 대도시를 떠나서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는 곳을 가 볼 사람들이 몇이나 되며 얼마나 흥미를 느낄까?
아마도 이 관계자들은 '여행'이나 '관광'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차라리 고인물은 썩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편이 훨씬낫다.


 나는 청춘기에 파나마의 태평양쪽 발보아항에서 대서양쪽 카리브해의 크리스토발항으로 가 볼 기회가 있었다.
그때 파나마 운하를 통과했었는데 태평양쪽 운하가 있는 도크에 선박이 들어서자 말자 도크가 닫히며
 순간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물이 유입되었고 도크는 다음 단계의 도크의 수위가 같아 질때 까지 물이 채워졌다.
그리고 도크속에서 선박이 흔들리지 않도록 사방에 묶은 와이어로프에 의지한 채 부상하는 광경은 신기하기도 했었다.

그러면서 해수면보다 더 높은 곳으로 까지 한계단 한계단 올라서서 마침내 운하속을 독자적으로 항해를 하는데
그때도 이 운하의 지리에 익숙한 도선사가 승선을 하여 조심스럽게 항해를 한다.
파나마운하는 한나라당이나 이명박대통령당선자가 밀어부쳐 보려는 운하와 많이도 다르지만
운하를 통과하면서 볼 수 있었던 것은 중앙아메리카의 밀림속 풍경뿐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며
혹시라도 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 머리속을 스친 기억이 있다. 그뿐이었다.  

파나마를 관광할 때 한번쯤 들러보는 곳이 운하를 관리하는 관리소쪽 전망대인데
그 전망대에서 이 운하를 보며 탄성을 지르는 것은 거대한 콘크리트로 만든 도크의 구조물 뿐이었다.
이런 정도라면 거제도에 있는 선박건조시설을 관람하는 것이 훨씬 더 흥미롭지 않을까?


*위 그림들은 을숙도의 최근 모습이지만 이미 훼손될대로 훼손 된 모습이다.(Photo by http://cafe.daum.net/BAEKDUSAN)


나는 벌써부터 충주의 국도 한편에서 옥수수를 쪄 팔고 있는 아주머니를 떠 올리고 있으며
운하 주변에 늘어서 있을 간이 화장실이나 콘크리트 구조물로 만든 주차장을 떠 올리고 있다.


그곳에 가면 화장실 앞쪽에서 트롯트 테잎을 팔고 있는 고정된 차량을 만날 수 있을 것이며
식당에서는 어묵이나 커피를 마실수 있는 시설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만날 수 있는 식단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광지...내가 외국인이면 돈을 준다고 해도 이런곳에는 가지 않는다.


아름다운 을숙도의 추억속에 잠시 빠져 있다가 괜시리 열받아서 몇자 더 끌적이고 말았다.
불필요한 소모적인 논쟁이나 아무런 결실도 얻지 못할 대운하사업은
 '삼성비자금사건'이나 'BBK특검'을 잊게하는 화두일 뿐 일고의 가치도 없다.


자연은 한번 망가뜨리면 다시는 회복할 수 없다.
무책임한 한 위정자와 그에 편승한 정치학자들은 스스로 돌이켜 보시길 바란다.
후손들에게 물려줄 재산이 콘크리트를 쳐 바른 대운하인가?...

아니면 선조님들이 대를 이어 물려준 아름다운 금수강산인가...!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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