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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태양으로 밝혀 본 '집어등' 과 사라진 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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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으로 밝혀 본 '집어등'과 사라진 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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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항구에 날이 밝았다. 하지만 먼동이 튼지 꽤 오래 되었는데 태양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주문진 항구의 아침은 분주했고 상인들이 생선 무더기를 쌓아 놓고 손님을 맞이하는 풍경은 여느때나 다름없었다. 생선을 조금더 싸게 사려는 손님과 상인들간 흥정하는 모습도 보였고 밤새 조업을 하고 돌아오는 작은 어선들이 하나 둘 씩 등주 너머에서 부터 항구로 입항을 서두는 모습이 보였다. 밤새 고기잡이를 떠났던 어부들이 어판장 경매 시간에 맞추어 부지런히 들어오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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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작 보여야 할 게 보이지 않았다. 갈매기다. 갈매기가 없는 항구를 상상이나 해 보았는지 모르겠지만 주문진 항구에서 자취를 감춘 갈매기가 유난히도 궁금했던 이른 아침의 주문진 항구였다. 평생 바다와 함께 살아온 한 노인이 담배 연기를 길게 뿜으며 쪼그려 앉아있는 곁을 지나자 붉으스레한 태양이 막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정박해 있는 작은 어선에 매달린 집어등에 불을 밝히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때 마침 얼굴을 내민 태양을 이용하여 집어등을 배경으로 삼으니 마치 태양이 밝힌 전구 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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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주문진항구를 산책하며 주문진항구를 스케치 하고 있는 동안 내가 만난 갈매기는 도시에서무리를 지어 살고있는 비둘기 숫자 보다 더 적어서 간혹 한 두마리가 주문진항구를 가로질러 날아가는 모습이 눈에 띌 뿐이었다. '어항 fishing port'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갈매기가 왜 자취를 감추었을까? 나는 이른 아침 주문진항구의 풍경을 살펴 보면서 사람들의 분주함에 어울리지 않는 풍경 때문에 집어등에 불을 밝혔는데 갈매기가 그 해답을 말해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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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과사전에서 말하고 있는 '갈매기 Larus canus'는 갈매기과(―科 Laridae)에 속하며 한반도 전역에서 월동하는 흔치 않은 겨울새라고 말하고 있다. 갈매기는 몸길이가  보통 44.5㎝에 날개 길이는 115㎝ 정도 되며 머리와 몸 아랫부분은 흰색이고, 윗부분은 청회색이다. 첫째 날개깃 끝은 검은색이나 흰무늬가 있고 겨울깃의 경우 머리에 갈색 반점이 있다. 부리는 가늘고 황색이며 다리도 황색이고 눈은 검은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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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새는 연한 갈색 또는 갈색 무늬를 가지고 있으며 배부분이 담색을 띤다. 괭이갈매기 또는 재갈매기, 붉은부리갈매기보다 훨씬 작은 집단이 도래하여 겨울을 보낸다. 동해안과 남해안 하구 등 해변가에서 겨울을 나는데, 엄동에는 주로 남해안과 남해안 도서 바닷가에서 지낸다. 그러나 서울 한강 수역에서도 드물지 않게 보인다. 이런 모습은 그저 갈매기의 외형을 말하고 있을 뿐 사람들은 이런데 별로 관심이 없었고 나 부터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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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갈매기가 뭘 먹고 사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도시에서 살고있는 비둘기 처럼 그들의 생태습관은 항구나 고기잡이 선박에 의지하며 그곳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먹고 살았다.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의 갈매기 모습이었고 내가 이른 아침 주문진 항구에서 만날 수 없는 갈매기가 그런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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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갈매기들은 해안 구릉지, 바닷가, 초지, 작은 섬의 땅 위에서 작은 집단을 이루며 서식하며 관목의 가지나 마른풀.해조류 등을 쌓아 올려 접시 모양의 둥지를 틀고, 5월 중순에서 6월까지 한배에 2~3개(보통 3개이지만, 드물게는 4개)의 알을 낳아서 암수가 함께 알을 품어 종족을 번식 시키는 한편 작은 동물의 사체나 작은 조류나 물새류의 알.어류.연체동물.환형동물.곤충류.거미류.갑각류 등 동물성과 감자.풀.종자.바닷말.이끼류 등 식물성 먹이를 먹는 잡식성 조류이므로 녀석들이 어항 근처에서 살아가면 먹이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녀석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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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매기가 주문진 항구에서 사라진 이유를 찾아 나섰다. 간단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갈매기는 잡식성 조류이므로 아무거나 닥치는대로 먹어치우는 녀석이었다. 그런데 녀석들은 주문진항구에서 더 이상 먹이를 구할 수 있는 풍요로운 항구가 아니란 것을 알아차리고 먹이가 풍부한 곳을 찾아 이동한 것으로 보였다. 녀석들은 주문진항구가 풍요로울 때 다시 찾아오겠지만 최소한 내가 만난 주문진항구의 아침 풍경을 참고하면 녀석들은 당분간 이곳을 찾지 않을 것으로 판단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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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항구의 어판장은 이른 아침 부터 북적였고 밤새 조업을 하고 돌아오는 작은 어선들이 줄지어 항구로 입항하고 있었다. 나는 이 어선들이 잡아 온 물고기들의 종류나 량을 살펴보기로 했다. 어획한 물고기들의 개체수나 종류 등을 살펴보면 갈매기들이 얻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남아 도는지 아닌지를 판가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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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막 입항한 작은 어선들이 내 놓은 물고기들의 숫자나 종류는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양도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종류 또한 몇가지 어종에 불과했다. 동해 앞 바다에 살고있는 물고기가 고갈되고 있다는 증거였다. 이런 상황에서 앞서 본 집어등 내지 작업등의 불을 밝히고 고기를 잡는다는 것은 바이블이 말하고 있는 '베드로의 헛수고'였을 뿐만 아니라 어부들의 헛수고나 다름없어 보이는 것이다.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는 주문진 토박이들의 고된 삶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사람들이 먹을 만큼의 양도 잡히지 않는 어획고 때문에 갈매들이 얻어 먹을 수 있는 부산물은 사라지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모습은 내가 갈매기라도 같은 입장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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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항구 등 동해안 항포구의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지자체 장들은 연일 도는 연중 지자체 알리기 행사에 몰두하며 주민들을 행사요원으로 전락시키는 한편 어획고가 줄어든 원인에 대한 대책은 세우지 않고 정치적 홍보에만 몰두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일이 어째 동해안에만 국한된 일이겠는가? 지자체들은 주민 또는 시민들을 위한답시고 적지않은 비용을 들여 각종 축제를 열고 있는데 주문진항구만 하더라도 제 철 많이 잡히는 꽁치나 오징어가 풍어를 이룰 때 "...로 오세요!"와 같은 구호만 외칠 뿐 정작 어획고가 줄어든 원인 등에 대해서는 대책이 전무해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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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들이 외치지 않아도 꽁치나 오징어들이 풍어를 이룰때면 주문진항구 등에 버려지는 생선의 내장과 같은 부산물은 풍부하여 한동안 볼 수 없었던 갈매기들이 어느새 냄새를 맡고 찾아드는 것이나 인간들 조차 먹을 게 마땅치 않은 흉어기에는 갈매기들 조차 볼 수 없는 삭막한 풍경이 나타나는 것이다. 갈매기도 힘들고 주문진 토박이 어부들도 힘들어 하는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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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넓은 주문진 항구의 어판장에는 이른 아침에 입항한 어선들이 쏟아놓은 물고기들 흥정이 한창이었지만 어판장에 위탁한 물고기들의 숫자나 종류는 극히 제한되어 있었고 웃돈을 마다한 여행객 등은 입항한 배가 내려 놓는 얼마되지 않는 생선들을 즉석에서 흥정하며 판매하고 있었다. 밤새 조업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고 먼 바다 까지 배를 끌고 나가며 소비한 기름값 벌이나 될까 싶은 정도였다. 따라서 주문진 어부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은 되지 않지만 붉게 물든 태양을 이용하여 집어등의 불을 밝혀본 것인데 집어등 조차 발전기를 돌리며 부하를 더한 것이어서 태양광을 이용한 집어시설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불을 밝혀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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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동해안 바다에서 잡아 온 물고기들 모습이다.피곤한 것은 물고기나 사람들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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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온난화 등으로 기후변화가 일고 있고 한반도에서는 세계의 평균 기후변화 폭 보다 더 높은 해수면 온도가 감지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예전에 흔했던 어종을 만나기란 더욱더 어려워 졌다. 그러나 누구나 알 수 있는 이런 정보를 당연지사로 알고 신속히 대처하지 않을 경우 가까운 장래에 동해의 주문진항구 등지에서는 지자체들이 띄운 에드벌륜 외 우리들에게 친근한 물고기들을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될지 모르며 갈매기가 떠난 자리에 비둘기 무리들이 수북할지도 모른다. 갈매기가 보이지 않으면 동해에 물고기 씨가 마르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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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주문진항구 부두 곁에 쪼그려 앉아 담배 연기를 길게 내 뿜는 노어부의 모습이나, 한 두마리 밖에 보이지 않는 갈매기가 내게 보여준 풍경은 흥청망청 하던 예전의 낭만적인 주문진항구의 모습이 아니었다.

베스트 블로거기자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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