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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온 山들

말벌과 1주일 동안 '동거'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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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 Hymenoptera에 대한 '다음 백과사전'을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의 꿀벌들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말벌은 벌목(─目 Hymenoptera) 호리허리벌아목(─亞目 Apocrita) 말벌상과(─上科 Vespoidea)의 말벌과(─科 Vespidae)에 속하는 곤충들 또는 말벌과의 한 종(Vespa crabro)이라고 쓰여져 있다. 아울러 말벌과는 몸길이가 1~3㎝이며, 대부분 노란색과 검은색 또는 흰색과 검은색의 복잡한 무늬를 갖고 있다. 단독성(solitary : Zethinae, Masarinae, Euparagiinae, Eumeniinae)이거나 군거성(social : Vespinae, Polistinae, Polybiinae)이며, 히말라야 지역에 사는 베스풀라 두칼리스(Vespula ducalis)의 여왕벌은 길이 4㎝, 날개편길이 8㎝ 이상에 이른다. 'Vespa crabro'종 역시 말벌이라는 일반명을 갖는데, 영국에서는 이 곤충을 'hornet'라고 부른다."고 적혀 있는 것이다.
 
이 내용으로 미루어 말벌은 꿀벌처럼 찬 착한 벌 같기도 하다. 그런데 말벌이란 녀석은 매우 무서운 녀석이며 이 포스팅을 끄적거리는 순간에도 뉴스 속에는 말벌에 쏘여 숨졌다는 기사나 도심속에 말벌이 기승을 부린다는 소식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대략 이런 뉴스다. 도심 말벌 기승, ‘비상’ /순천 야산서 60대男 말벌에 쏘여 숨져/장마 끝, 도심 말벌 기승…‘비상’ /일반벌의 15배 독성을 가진 말벌 조심 /말벌 번식 급증 시민 `벌벌' ...이런 뉴스를 접해보지 않아도 말벌에 대한 약간의 상식만 있어도 말벌은 요즘 유행하고 있는 신종플루 따위는 비교 조차 되지 않는다. 말벌에 쏘이면 목숨이 위태롭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 글은 목숨이 걸렸던 포스팅이라면 과장된 것일까? 말벌 때문에 '꼼짝달싹' 못한 이야기를 소개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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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과 1주일 동안 '동거' 하다

-하늘 아래 첫 동네 부연동 이야기 제5편-

지난 8월 18일 안사람과 함께 나는 주문진을 떠나 어성전 법수치 계곡의 흐르는 강물을 따라 물푸레골 발원지로 향하고 있었다. 그곳은 평소 내가 꿈꾸던 곳이었고 짬이 날 때 마다 가 보고 싶어했던 곳이다. 사람들은 막 여름 휴가를 끝마치고 집으로 귀가하고 있었고 우리는 여름끝자락을 붙들며 짧은 여행을 떠나고 있었는데 목적지는 '하늘 아래 첫 동네'로 알려진 오대산 자락 부연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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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연어의 꿈이 서려있는 곳이기도 했다. 여행이 다 그렇듯 여행을 떠나는 순간만은 룰루랄라를 외치지 않아도 늘 설레는 마음 가득하다. 하늘은 높고 푸르렀으며 8월 중순을 막 넘어가는 여름은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우리는 부연동에서 야영을 하며 2박 3일 정도 부연동 계곡에 머물고자 했지만 사정상 1주일을 머물게 됐다. 어성전에서 산을 두개나 너머 비포장 도로를 따라 마침내 부연동 초입에 들어서자 이곳에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자동차 운전 중 무시로 정차를 거듭하며 부연동의 사라져 가는 풍경 얼마간을 담으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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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외지인들이 여행 삼아 많이도 들락 거려 부연동의 옛풍경은 많이도 사라졌지만 여전히 외부와 고립된 섬 같은 부연동의 여름은 짙은 녹음과 함께 첩첩산중만 보이는 육지속의 고도와 다름없었다. 야영을 계획하고 잇었으므로 우리는 부연천을 천천히 살피며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고 있었는데 휴가철이 끝난 야영장에는 두 가족이 막 텐트를 걷고 있었다. 따라서 부연동에서 야영을 하는 사람은 우리 두사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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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연동으로 갈 수 있는 길은 두 곳인데 한곳은 우리가 어성전을 통하여 진입한 곳이고 또 한곳은 주문진 연곡천에서 오대산 소금강으로 가는 방향에서 산 하나를 넘어 부연동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마땅한 야영장을 찾기 위해 우리는 또 한 곳의 고개 정상에서 마땅한 자리를 물색을 거듭하다가 마침내 명당(?)을 발견했는데 그곳은 부연동의 터줏대감이 살고있는 부연민박(휴양촌) 앞 부연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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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수량이 풍부하고 깊은 소가 있었으며 부연민박 주인인 명찬씨가 농사짓는 옥수수밭 바로 곁이었는데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맑은 물이 쉼없이 흐르고 있는 곳이었다. 또한 그곳에는 야영을 할 수 있도록 옥수수밭 옆으로 작은 길을 내 놓고 자동차가 부연천 가까이 진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둔 곳 기가막힌 장소였다. 그곳은 크고 작은 돌들이 깔려있어서 볕을 쬐다가 몸이 더워지면 수정과 같은 물 속에 몸을 담글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바로 여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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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내내 부연천을 오르락 내리락한 보람이 있다고 판단한 나는 안사람에게 어께를 으쓱해 보이며 잘난체 했다. 하지만 그 잘난척한 모습은 조금 후 한마리의 곤충 때문에 금방 사라지며 야영을 위한 텐트를 대충 쳐 두고 꼭 눈군가 감시하는 기분을 느끼며 나의 동선은 안절부절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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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사람은 텐트 외양이 갖추어 지자마자 텐트속으로 들어가 책을 읽고 있었는데 텐트 플라이를 마지막으로 설치하던 나는 순간 꼼짝달싹 하지 못한 채 한곳을 주시하고 있었다. 텐트를 대충 쳐 두고 플라이를 고정 시키기 위해 팩을 땅에 박으려는 순간 물가에 홀로 피어있던 당귀 꽃이 눈에 띄어 당귀가 어떻게 이곳에 있게된 것일까? 하며 생각하며 당귀꽃 봉오리 위를 날아 다니는 꿀벌을 살피고 있었는데 꽃봉오리 뒷편에서 노란 말벌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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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나는 한손에 야삽을 들고 있었고 또 한손에는 팩을 든 채로 그 모습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말벌과 꼼짝달싹 않고 서 있는 거리는 한팔을 내 뻗으면 닿을만한 거리였다.(흑흑...왜 조금전에는 저 모습이 보이지 않았을까?...ㅠ) 나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 말벌만 주시한 채 도망갈 궁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이상 행동을 취할 경우 말벌이 금방이라도 공격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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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끙...여보!...여기 말벌이!..."

"...그래?...!"

텐트 속에서 말벌에 대한 냉담한 반응이 들려왔다. 안사람은 말벌이 그저 꿀벌의 일종인줄만 알고 있었던 것이며 치료차 봉침을 맞은 경험이 있었으므로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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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벌이 당귀 꽃봉오리를 요리 저리 핥고 다니는 동안 꼼짝없이 지켜보고 선 자세로 냅다 튄 후 텐트앞 소를 향하여 다이빙 할 준비를 하며 엉덩이를 뒤로 슬며시 빼며 '슬로우모션'으로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다행히도 녀석은 당귀꿀에 심취한듯 내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후다닥!=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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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녀석과 멀어진 후 텐트 플라이 치는 일을 멈추고 카메라를 끄집어 냈다. 한참이나 말벌과 당귀꽃을 바라보다가 녀석이 사람들에게 달려들지 않는 확신을 한 후 조금전 혼쭐난 그 자리를 다시금 찾아 걸음을 한발자국씩 옮겼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무모한 짓이었다. 그러다가 말벌의 공격을 받기라도 한다면 내가 꿈꾸는 그곳 블로그는 휴가를 떠나기 전 마지막 포스팅이 주인을 잃고 댕그러니 인터넷 한 곳을 차지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흑흑...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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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게 약' 이라고 했던가? 안사람은 태연하게 책을 읽고 있는데 나는 마치 벌에 쏘인 것 처럼 텐트 주변을 왔다 갔다하며 녀석의 모습을 한 컷이라도 더 남기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아직 혼쭐이 덜 났지? ^^) 볕은 쨍쨍 했고 땀이 비오듯 했다. 텐트가 완성되면 곧 바로 텐트 앞 소를 향하여 달려들 텐데 이제나 저제나 다시금 들여다 봐도 말벌은 여전히 당귀꽃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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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 뒤로 가면 안 돼!!...말벌이 있어!!..."

"...응...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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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모르는 게 약이었다. 누가 '아는 게 힘 Knowledge is power'이라고 했던가? 말벌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이 없어서 봉변을 당할 수도 있지만 말벌의 악명에 대해 지나치게 많이 알고있었던 나는 말벌의 크기가 말 처럼 크며 야생 호랑이 보다 더 무서운 존재로 느끼고 있었다. 녀석과 마주친 이후 부연동으로 이동하며 느낀 더위는 싹 가시고 없었으나 땀은 비오듯 했다.(왜 하필이면 이곳에...ㅜ) 그런 한편 나는 어느새 말벌의 존재를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녀석을 한참동안 관찰한 결과 텐트 앞으로는 이동을 하지 않아 나 또한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망각 속으로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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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 준비를 하는 동안 땀으로 적셔진 몸을 부연천에 담그기 위해 발을 담그는 순간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면 '기절초풍' 할 뻔 했다. 부연천의 맑은 물은 마치 얼음을 막 녹인것과 같이 차서 심장이 멈추는듯 냉기가 온 몸을 엄습했다.(젠장...ㅜ 나 이럴줄 알았다니까!...) 물이 너무 차가워 멱을 감기에 적절하지 못했고 멱을 감으려면 오후가 되어야 했다. 그 놀라운 차가움 때문에 조금전 까지 말벌 때문에 쫄아든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말았던 것이다. 부연천을 쉼없이 흐르는 냇물은 이미 가을을 치달으며 겨울을 준비하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수정 같이 맑은 옥수를 얼마나 그리워 했던가? 그래서 말벌의 존재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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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 준비가 끝난 후 나는 텐트 뒷편을 늘 기웃 거리며 말벌을 이웃하며 동거에 들어갔다. 자동차 속에 들어있던 물건들을 끄집어 낼 때도 본닛 앞으로 돌아 다녔고 텐트 뒷편 창은 아예 닫아 두었다. 하지만 다시금 생각해 봐도 말벌은 위협적인 존재였는데, 명찬 씨가 살고있는 집 근처에 가득한 토종꿀통 주변 곳곳에 눈에 띄는 말벌들에 대해 무관심한 부연동 사람들 때문에 말벌에 해를 끼치지 않는 한 말벌 스스로 사람들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내가 처음 부연천변에 야영준비를 하면서 말벌을 발견하지 못한것 처럼 부지불식간에 말벌의 심기(?)를 건드려 말벌의 공격을 받기라도 한다면 언급한 불상사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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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심심찮게 말벌에 쏘여 봉변을 당한 뉴스가 줄을 잇는데 말벌에 쏘이지 않으려면 다음 몇가지 주의사항을 반드시 알아두는 게 바람직 하고 아울러 해독방법에 대해서도 알아두는 게 좋다. 말벌에 쏘이지 않으려면 야외로 나갈 때 우선 벌을 자극하는 향수와 화장품 및 밝은 색 계통의 옷은 피하는 게 좋다고 하며 특히 야영 중 먹다 남은 음식은 야영장에서 떨어진곳에 보관 하거나 냄새가 나지 않게 아이스박스와 같은 곳에 보관하는게 좋다. 실수로 벌집을 건드렸을 때는 가능한 낮은 자세(엎드린 자세)를 취해 스스로 물러갈 때까지 기다려야 하며 손을 내 젓거나 하는 행위는 벌을 자극하는 행위가 됨으로 유념하는 게 좋다. 말벌 1마리의 독성은 꿀벌 550마리에 해당하며, 특히 장수말벌은 독성이 훨씬 더 강한데다 꿀벌처럼 벌침이 한번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20-30번 정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만약 말벌 등에 쏘였을 경우에는 민간에 알려진 된장을 바를 게 아니라 얼음찜질을 해 붓기를 가라앉힌 뒤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는 것이 좋다. 심할 경우 119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말벌은 땅속에 집을 짓고 공격성이 아주 강해 벌집의 출입구에서 4∼5m 이내로 접근하면 공격하기 때문에 벌에 쏘이면 종류에 관계없이 일단 현장에서 먼 곳으로 피해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아울러 벌에 쏘였을 때는 벌침을 신용카드 등을 이용하여(문질러) 빨리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고, 핀셋을 사용하여 벌침을 제거하는 방법은 벌의 독을 짜 넣는 효과를 발휘하므로 절대금물이다. 츠암!...이런 무시무시한 녀석과 이웃하며 1주일을 (할 수 없이)동거했으니...(누가 우리 좀 말려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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