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생긴 텃밭의 도랑
며칠간 서울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인하여 가까운 산으로 가 볼 생각도 하지 못했지만 어제(15일) 오전 서울 강남에 있는 대모산으로 가 봤습니다. 곳곳에 물난리를 겪고 있었는데 자주 다니던 산길은 혹 문제가 없는지 살펴볼 겸해서 갔지만, 등산로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산기슭은 물폭탄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습니다. 수십년된 현사시 나무들이 뿌리가 뽑힌 채 여러그루 넘어져 있는가 하면 등산로 대부분은 다시 정비하지않으면 안될 모습이었고, 약수터는 불어난 계곡물로 형체를 잃고 있었습니다.
아울러 대모산을 방문하면 제가 거의 찾는 아름다운 길은 어떤지 가 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맨땅의 아름다운 모습은 곳곳에 움푹패인 흔적을 남기고 있었고 산기슭의 텃밭 일부는 폭우로 완전 유실되는 한편, 전에 없던 도랑을 만들었습니다. 그림속 K씨는 텃밭 한편 도랑에서 폭우로 떠내려온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는데요. 그의 말에 의하면 "이곳에서 텃밭을 20년동안 가꾸어 오는 동안 금번에 내린 폭우는 처음있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텃밭 일부를 형성하고 있던 작은 도랑의 형체는 있었을 망정, 이렇듯 도랑물을 흘려보낸 것과 함께 텃밭을 유실한 경우는 처음있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20년만에 생긴 텃밭의 도랑인 셈이죠. 그런 한편 K씨는 저의 물음에 대해 "...늘 이렇게 물이 흐르면 좋기야 하죠..."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20년만에 폭우로 생긴 작은 도랑은 움푹 패여 작은 소沼를 만들었습니다.
바로 이곳입니다.
이 도랑을 중심으로 일구었던 텃밭은 형체도 없습니다.
이 도랑은 처음부터 이런 모습을 갖추고 있었던 듯, 흔히 보는 도랑의 모습과 별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이 웅덩이가 20년만에 생긴 도랑의 모습이라니 물폭탄의 위력을 알만 합니다.
처음 생긴 도랑의 모습이라면 믿어지시나요?
이곳은 제가 대모산을 다니면서 늘 보던 텃밭의 모습이며
단 한번도 이와 같은 도랑의 모습을 목격한 사실이 없는 곳이기도 합니다.
새로 생긴 도랑 위로 보이는 자동차 길이 불국사로 가는 길이고
원추리가 한창인 아름다운 산책로였습니다.
그 길 너머 산골짜기에서 갈 곳을 찾던(?) 물길이 텃밭을 덮쳤습니다.
그리고 이렇듯 새로운 도랑을 만들며 맑은 물을 흘려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어디 하소연 할 곳도 마땅치 않은 장맛비 피해 모습입니다.
K씨는 새로 만들어진 도랑 곁에서 토마토 한개와 풋고추 세개를 건졌습니다.
그리고 무너져 내린 다른 텃밭을 손질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텃밭을 덮친 또 다른 도랑의 모습입니다.
평소 비가 내리면 작은 하수관을 타고 흐르던 빗물은 작은 폭포를 만들었고
불국사로 가는 잘 닦여진 길에서 볼 수 있듯이 폭우는 새로운 도랑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불국사로 가는 길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고
긴급복구에 나선 분들이 아침일찍 서두르고 있는 모습입니다.
20년만에 새로운 도랑을 만든 폭우는 이렇듯 깊은 생채기를 냈습니다.
이런 모습입니다.
20년만에 텃밭에 만든 도랑과 함께 시민들이 자주찾는 이 길은 곧 복구될 것이지만
텃밭에서 '20년만에 처음'이라던 K씨의 말이 자꾸만 머리속을 맴돌고 있습니다.
20년이라는 시간은 우주의 나이로 따지자면 찰라도 되지않는 미미한 시간이지만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물난리는 지구온난화의 한 모습이고
우리는 머지않아 '200년만에 처음있는 일'이라며 물난리를 걱정하는 시간이 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K씨에게 작은 위안이 되길 바라며 "...도랑에 물이 늘 흘렀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지만
300m도 채 안되는 대모산 기슭에서 이런 도랑물이 흐른다는 것은
기대할 수도 기대해서도 안되는 물폭탄이 만든 무서운 자연현상이었습니다.
20년만에 텃밭에 생긴 작은 도랑을 촬영하고 있는 동안 긴급복구에 나선 한 분이 사진을 촬영해 달라며 갈구리를 든 모습이 저를 편하게 했습니다.'앞에 총' 자세(재밌는 모습으로 우스광 스럽게 ^^)를 정확히 취하고 있는 이분들의 수고로 인하여 우리는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가며 물난리를 잊고사나 봅니다.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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