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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사소한 친절에 '감동'한 쪽지 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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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소한 친절에 '감동'한 쪽지 한장
-추모 다큐 제1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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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대통령 생가로 가는 진례나들목 나가는 길

사람들이 감동하는 건 커다란 선물을 받았을 때나 얘기치 않은 횡재가 일어났을 때만 아니었다. 지난 5월 23일 노 전대통령의 투신 서거소식을 접하고 서울에서 곧장 김해 봉하마을로 달려간 것인데, 거리도 거리인 만큼 처음 방문하는 봉하마을은 인터넷 속 로드뷰를 열어볼 시간도 없이 김해로 향했다. 시시각각 전해지는 노 전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카라디오를 통해서 전해 들으며 마치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 처럼 착찹한 마음으로 가속페달을 마구 밟은 기억밖에 없었다.

언양휴게소에서 마지막으로 가스를 충전하고 있을 때 노 전대통령의 시신을 실은 버스가 막 봉하마을로 출발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당신이 경호관을 따돌리고 만신창이가 된 채 병원으로 향한지 9시간이 흐르고 있는 시간이었다. 노 전대통령의 시신을 실은 운구버스가 봉하마을로 향했기 때문에 곧장 남양산 톨게이트에서 양산으로 가는 길을 포기하고 김해 대동에서 서부산 쪽으로 가는 길로 곧장 달렸다.

자동차는 순탄하게 잘 달렸고 가스를 충전하면서 한번더 확인한 봉하마을 나들목은 '진례 나들목'이었다. 부마고속도로를 타거나 마산 창원지역에 볼 일을 보러 다니면서도 김해 장유 지역이나 진영은 스쳐 지났어도 봉하마을은 초행길이었다. 마침내 서울을 출발한지 약 5시간만에 진례나들목 요금소 앞에 당도했다. 서울에서 주말나들이를 가는 차량들 때문에 중부고속도로에서 1시간 이상 지체된 게 늦게 도착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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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감동케 한  '노무현대통령생가(진영 봉하마을) 가는 길'이라 적힌 작은 쪽지 한장

김해 진례나들목에서 노 전대통령을시신을 태운 행렬이 언제쯤 이곳을 통과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여직원은 10분이 채 지나지 않았다고 말하며 내게 작은 쪽지 한장을 거스럼돈과 함께 내 밀었다. 그리고 봉하마을로 가는 길은 짧지만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받아든 쪽지에는 '노무현대통령생가(진영 봉하마을) 가는 길'이라 적힌 작은 쪽지였다. 그곳에는 진례 톨게이트를 나서서 노 전대통령의 생가 가는 길을 상세하게 적어놓은 안내표시가 되어 있었다. 나는 쪽지를 받아든 즉시 귀한 추억이 될것으로 여겨 따로 보관했다. 그리고 그 쪽지가 내게 준 당시의 감동을 기억하며 이렇게 끄적이고 있는 것이다. 사소하고 작은 친절이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 온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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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진례나들목에서 건네 준 이 쪽지가 아니라도 봉하마을을 찾아갈 수는 있을 것이었지만 평소 노 전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봉하마을을 찾던 사람들이 받아든 쪽지와 감동의 느낌이 달라도 한참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 전대통령 생전에 언제인가 짬이나면 들러볼 것이라는 막연한 다짐은 결국 당신이 투신 서거한 후에 찾을 수 밖에 없는 한탄스러운 아쉬움이 남지만, 나나 우리들은 어른들이 사시는 고향땅을 찾을 때도 이런 저런 이유로 미루다가 막상 어른들이 돌아가시거나 큰 일이 생길 때 나와 같이 호들갑을 떨며 바삐 고향땅으로 가는 모습인 것이다. 결국 나는 당신이 이른 아침 결심을 굳히고 사저를 출발하며 경호관을 따돌리고 부엉이 바위 위로 향할 때도 당신의 안부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은 소시민이었을 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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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봉하마을 초행길에 당도한 후 처음 바라본 봉하마을 전경

노 전대통령의 영결식이 끝난지 열 이틀이 지났다. 사람들은 그동안 당신을 애통해 하며 떠나보냈지만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와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며 지낼 것인데. 나는 봉하마을을 4일간 다녀오면서 나를 감동시킨 작은 쪽지 한장을 잘 보관하며 한국도로공사 진례영업소와 함께 봉하마을 가는 길을 상세하게 안내해 준 친절한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내게 건네준 작은 쪽지 한장은 노 전대통령을 처음 만나러 간 표시자 마지막으로 떠나보낸 이별의 티켓으로 내 가슴속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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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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