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결식 때 지하철 속 표정 이랬습니다.
-추모 다큐 제6편-
노 전대통령의 서거 직후 김해 봉하마을로 달려간지 4일째 되던 날 '봉하마을 표정'을 더 이상 전하지 못하고 서울로 상경할 수 밖에 없었다. 봉하마을 노사모 기념관에서 나름의 표정을 전하는사흘간 잠못이룬 밤 때문에 체력은 바닥이 났고 잠시 자동차 속에서 눈을 붙이며 봉하마을 구석구석을 기록했지만 4일째가 되던 날 밀려드는 피곤 때문에 어쩔수 없이 짐을 꾸리고 아쉽게도 서울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자원봉사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지만 눈 앞을 가물 거리는 체력은 어쩔수 없었다.
봉하마을은 영결식 준비로 분주했고 나는 몰려드는 엄청난 조문객들을 뒤로 하고 봉하마을에서 가까운 양산에 있는 부모님 묘소에 들러 잠시 인사를 드리고 곧장 서울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쉰 후 덕수궁 곁에서 열리던 시민추모제 표정을 담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봉하마을에서 열심히 취재하던 시사IN 안희태 기자와 다시 마주치게 되었다. 그가 먼저 나를 툭 치며 반가워 했지만 그나 나나 인사를 나눌만한 입장이 될 수 없을 만큼 바쁜 취재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리고 귀가한 후 누적된 피로로 초죽음이 되다시피 했다. 아마 그도 피곤이 누적되었을 터인데 여전히 활발하게 취재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마침내 노 전대통령의 영결식 시간이 다가오자 이번에는 영결식 당일에는 어떤 표정을 담을 것인지 고민했다. 그러나 그 고민은 금방 정리됐다. 노 전대통령이 퇴임후 두번째 서울에 상경하는데 그 첫번째는 국민들로 부터 지탄을 받고 있는 검찰의 소환으로 서울을 방문했고 두번째는 언론과 방송들이 가세한 검찰의 노 전대통령에 대한 '수사중계' 등으로 벼랑끝에 몰린 당신이 최후로 결정한 '죽음'에 의해 싸늘하게 식은 주검으로 서울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한번은 살아있었지만 이미 죽은 권력으로, 또 한번은 주검으로 변한 육신이지만 우리 국민들 가슴속에서 다시금 부활한 모습으로 서울을 향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나는 당신이 퇴임후 처음 서울을 방문할 때 가슴졸이며 당신을 지켜 본 청계산 곁 양재IC 가까운 곳에서 그 모습을 담았는데 다시금 서거후 부활하여 서울 입성하는 그 모습을 영결식 당일 같은 장소에서 먼저 만나보고 싶었다.(<속보>서울로 소환되는 '노무현' 전대통령 행렬) 그리하여 봉하마을에서 발인식을 끝으로 서울 경복궁 영결식장으로 이동하는 시간을 시시때때로 첵크하며 오전 9시 30분 경, 고속도로변에서 당신의 마지막 행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대통령님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노란 종이비행기와 오열속에서 봉하마을을 떠난 노 전대통령의 운구행렬은 정확히 지난 29일 오전 10시 29분 경에 내가 서 있던 고속도로변을 지나쳤다.(이 장면은 계속될 추모 다큐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이동하여 자동차를 주차한 다음 지하철에 몸을 싣고 영결식 후 노제가 예정된 서울광장으로 이동했던 것인데, 3호선 지하철 속에서는 막 영결식이 시작되고 있었고 지하철에 설치된 이동방송을 통해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조사 낭독을 들을 수 있었다.
시민들의 시선은 대부분 영결식장을 중계하는 이동방송에 쏠렸고 "노무현 대통령님, 대통령님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라는 육성이 자막과 함께 지하철 속에 흘러 나오자 사람들은 숙연해지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보 노무현'은 그렇게 퇴임후 두번의 서울 방문을 통해서 이명박정권이나 검찰 언론 등을 향하여 국민들 가슴속에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고, 방송장악을 통해 국민들의 알권리를 짓밟은 채 '노무현 죽이기'에 앞장서며 광분하는 이명박정권의 심장에 돌이킬 수 없는 마지막 화살을 날린채 우리들 곁을 떠나 간 것이다. 당신이 우리곁을 떠나가시는 날, 지하철 속 시민들은 당신을 애도하며 슬퍼하고 있었다.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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