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의 마지막 '석양' 촬영하다!
-추모 다큐 제5편-
지난 5월 23일 오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투신 서거 소식을 듣자 마자 곧바로 짐을 챙겨 양산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노 전대통령의 서거가 공식으로 확인되었고 서울에서 출발하면 당신이 외롭게 누웠을 병원 곁에 작은 그림자 하나 더 추가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한 기대는 우리 현대사에서 노 전대통령의 죽음이 갖는 역사적인 의미를 되새기는 한편, 최선을 다하여 기록을 해 두어야 겠다는 마음을 아울러 다지며 자동차 속 라디오 뉴스에 귀를 기울이며 거리를 좁혀갔다.
하지만 오후 5시가 넘어서 양산을 출발한다는 소식으로 당신의 싸늘한 주검이 안치된 양산을 코 앞에 두고 김해 봉하마을로 곧장 달리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김해로 이동하는 동안 수도없이 반복해서 당신의 서거 소식을 전해들었지만 믿기지 않았고 열심히 달렸지만 자동차는 더디기만 했다. 남양산 톨게이트를 빠져나간 후 김해 진례 나들목 까지 당도할 즈음 차갑게 식은 당신의 주검이 막 봉하마을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톨게이트에서 10분전에 통과했다고 일러주었다.
노 전대통령이 퇴임후 봉하마을에서 지내시는 동안 봉하마을 소식을 통해 이곳의 생활상은 늘 접하고 있었지만 처음 방문해 보는 봉하마을은 늘 봐 오던 우리 농촌의 풍경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나와 안사람이 동행한 봉하마을 들녘은 알 수 없는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멀리서 조곡이 들판에 나지막하게 흐르고 있었다. 서울을 떠나기 전 노 전대통령의 사저 뒷편 부엉이 바위를 봐 둔 터라 제일먼저 부엉이 바위가 눈에 들어왔다. 긴 한숨을 몰아쉬었다. 당신의 삶 전부를 지켜봤을 부엉이 바위는 그대로 있는데, 격동기의 우리 시대를 거슬러 온 몸을 던진 당신의 체온은 서서히 식어가고 있는 시간이었다.
나와 안사람은 평소 당신이 즐겨 다니던 논 길에 서서 봉하마을을 뉘엿 거리는 붉은 태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난 23일 하루동안, 오전에는 서거 소식에 놀라고 봉하마을에 발을 디뎌놓는 순간, 당신이 마지막 숨을 거두기 전 바라봤을 봉하마을 들녘 서쪽으로 태양이 기울고 있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 어쩔줄 모르며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이었다.
붉게 물든 석양은 마치 희망이 기울어져 가는 것 처럼 절망같이 보였으나 나중에 알고보니 이미 당신이 예견한 생사일여의 한 부분일 뿐이었다. 하지만 왜 그렇게 가슴 한편이 아려오고 헛헛한지 당신의 생가가 있는 부엉이 바위와 유성처럼 꼬리를 감추는 붉은 태양을 번갈아 보며 아쉬워 했다. 2009년 5월 23일 오후 6시 59분 경의 태양이었다.
매일 뜨고 지는 태양이자 1년 365일 내내 뜨고 지는 태양이었지만, 저 태양은 이른 아침 여명을 만들었고 여명속에서 사라져간 당신 때문에 당신이 보이지 않아 하루종일 외로웠고, 당신이 보이지 않아 얼마나 가슴앓이를 했는지 붉게 피멍이 든 채 서산 저편으로 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농사나 지으며 고향에서 살고자 했던 당신의 그 소박한 소원하나 들어주지 못한 태양이자, 당신이 부엉이 바위 위에 올라서지 못하도록 밝게 비추지 못한 아픔으로 땅을 치며 애통의 눈물을 삼키며 사라지는 태양이었다.
서울에서 부지런히 달려간 보람은 있었는지 나는 우리를 행복하게 했던 '바보 노무현'의 운명은 지켜보지 못했지만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봉하마을 들녘에 사라지는 태양을 당신 대신 바라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신이 이른 아침 부엉이 바위로 향하지 않았다면 저 태양은 당신의 통찰력 처럼 생사일여의 한자락일 뿐이었겠지만, 당신의 평소 소원대로 이곳 봉하마을에 살면서 가난하고 소박한 이웃들이 늘 마주치는 저 태양을 보며 감사하며 잠자리에 들었을 텐데...우리가 당신을 미쳐 지켜주지 못했고 나 또한 그랬으며 저 태양은 또 오죽했을까? 나는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의 수레바퀴를 붙들고 멍하니 서쪽만 바라 보았다.
Boramirang
** 본 포스팅 속 사진은 원본 사이즈가 담긴 다음블로그 http://v.daum.net/link/3299173/http://blog.daum.net/jjainari/15712291 사진 보다 현장감이 떨어져셔 부득이 다음뷰 '사진' 카테고리에 동일한 내용이 포스팅 되었습니다. 양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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