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위 '딱정벌레' 낮선여행!
정말 힘들다.
내가 어디서 온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또...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벌써 몇 바퀴짼가?...
이 넘의 세상은 들어가려고 해도 도무지 들어갈 수가 없어.
한 인간이 두드리고 있는 네모난 상자는 또 뭔가?
끙!...눌러지지도 않구먼...ㅜ
이쪽에도 들어가는 문은 없어!...
되돌아 갈 수도 없고...
저 속에도 세상이 존재하는 건 분명한데
난...알 수가 없어.ㅜ
녀석은 어제 저녁 열려진 문틈으로 날아와, 2시간을 더 넘게 노트북 이곳 저곳을 배회하다가 인터넷 창이 밝았다 어두워지면 동작이 갑자기 빨라지기도 하고 또 느려지기도 했다. 녀석은 용케도 아파트 높은 곳으로 날아왔고 열려진 문틈으로 그들이 살고있는 세상과 다른 인간들의 세상에 발을 들여놓은 것인데 탈출구를 찾지 못한채 노트북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나의 호기심을 더하고 있었던 것이다. 녀석은 짧은시간 동안 서로다른 세상을 여행하며 새로운 세상을 엿보고 있었다.
인간들이나 딱정벌레나 여행할 수 있는 공간은 제한되어 있다. 인간들은 비행기라는 멋진 탈 것을 만들어 먼곳으로 이동하는 한편, 다시 자동차라는 탈 것으로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다. 그러나 이동거리나 시간에서 차이가 날 뿐 녀석의 여행에 비해 인간들의 여행이 더 우월하다고 할 수 있을까?...녀석의 생각을 읽을 수 없으니 나는 인간들 입장의 화자가 되어 녀석의 이동을 지켜봤는데, 녀석이 살아갈 수 없는 공간과 같은 집안에서나 숨도 쉴 수조차 없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이나 입장은 매한가지였다.
녀석은 내 눈앞에서 그렇게 한두시간을 헤매다가 어두운 곳으로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그런 도중에 녀석은 혼자 노트북 위에서 떨어져 뒤집히기도 하고 후다닥 놀란듯이 걸음을 빨리 움직이기도 했지만 별 탈은 없어 보였다. 녀석의 낮선 여행은 그렇게 끝났는데 녀석이 노트북 곁에서 책상 틈새로 사라진 후 아직도 모습을 볼 수 없다. 노트북에서 서성인 시간도 적지않은데 녀석은 다시 인간이 살고있는 방 곳곳을 다니며 호기심을 더하며 새로운 세상을 만끽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 하나는 녀석이나 나나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호기심을 충족시키다가 어느날 녀석이 사라진 것 처럼 그렇게 인간들의 시선이나 기억으로 부터 망각되고 마는 것이다. 내가 녀석보다 조금 더 우월한 것은 녀석의 흔적을 인간의 입장에서 내 맘대로 기록하고 있다는 것 뿐이다.녀석이 다시금 어디로 여행을 떠났는지 궁금하다. ^^
Boramirang
Sensitive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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